2015년 이전까지 목재제품은 국내제조 뿐만 아니라 수입제품조차 법률에 의해 품질표시가 의무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이후 품질표시는 순차적으로 의무화되기 시작했다.

고질적인 치수 빼먹기도 문제지만 품질표시를 하지 않아서 제품의 정보를 읽지 못하게 하거나 허위로 표시해서 부당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불법이다. 정해진 규격이 아닌 제품을 아무렇지 않게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행위도 사실상 유통질서를 해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규격이 각각 달라 사용하지 못하는 제품들을 종종 만난다. 휴대폰의 충전기만 해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충전기의 규격이 통일되지 않아서 혼란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생산하거나 수입한 목재제품은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15개 품목에 대한 품질표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15개의 품목은 아무렇게나 생산하거나 수입해서 안 되는 법정관리 품목이다. 엄격한 룰이 존재하기 때문에 규정에 의해 생산되고 유통돼야 하며, 이 법률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것이 바로 목재제품품질표시제다. 물품에 치수, 수종, 원산지, 등급, 제조 또는 수입사 등을 명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이 목재제품 품질표시제가 통하지 않는다. 10년이나 계도와 단속을 통해 품질표시제가 정착되도록 행정을 해왔지만 지키는 사람은 불이익을 보고 반대로 지키지 않은 이는 부당이득을 얻게 되는 일들이 지속되고 있다. 단속의 한계가 낳은 현상은 오히려 이 시장의 신뢰를 더 무너뜨리는 작용을 하고 있다. 인천의 그 많은 목재기업들을 단속하는 인원은 고작 2명뿐이다. 산림청의 지방관할청 단속 인원은 다른 업무들도 많아 지칠 대로 지치는데 이 단속하는 일마저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속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단속의 인원도 부족하고 단속 예산도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단속 예산을 늘리고 인원을 늘린다고 한들 수많은 제품들을 다 들여다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과부적이다. 이것은 행정 단속은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지난 10년이 그것을 증명한다. 산림청은 단속건수가 매년 줄어드는 것이라고 통계를 내놓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단속을 느슨하게 한 결과로 받아 드릴 수밖에 없다.

목재제품 품질표시제가 정착되려면 행정단속보다는 협·단체를 통한 통제와 감시 그리고 고발업무가 전제돼야 한다. 산림청은 품목별로 해당 협·단체에 권한과 예산을 주되, 그 결과를 모니터링해서 예산 삭감이나 수입전검사 품목지정 등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채찍은 이미 한계가 드러났고 당근은 주지도 못한 상황이다.

산림청은 품질단속 예산을 더 확보해서 협·단체에게 권한을 주고 그들이 품질표시제의 정착을 위해 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법률에 의한 목재제품 품질표시제가 있는데 있으나 마나 하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영업정지, 물품환수, 업종등록폐지, 벌금 등 강력한 처벌 수단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웃듯 우습게 보는 상황이 만연한다면 행정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목재산업 사회의 신뢰는 이미 바닥수준이다. 신뢰가 있어야 배려가 생기고 협력과 상생을 할 수 있다. 협력과 상생이 바닥인 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다가오는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 목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소재들이 다 차지해 버리기 때문이다. 소기업, 대기업 가릴 것 없이 품질표시를 등한시하고 지키지 않으면 목재산업 그 자체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오늘만 살고 내일은 없는 듯한 상행위를 배격하고 신뢰높은 목재산업을 세우려면 모두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고 산림청도 현실적인 대안을 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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