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즘목재이용연구소 박종영 센터장.
㈔우디즘목재이용연구소 박종영 센터장.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요약하면 첫째, 지구환경문제와 같은 시대적 흐름, 둘째, 기술적 혁명 또는 경영혁신, 셋째, 시장수요의 변화일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추가하자면, 국가 정책과 제도일 것이다.

1990년대까지 일본의 임업은 재정적자가 누적되어온 대표적인 정부사업분야의 하나로써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임야청 해체론까지 대두되었다.

이러한 일본의 임업이 기사회생의 계기를 맞이한 것은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였다. 이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구체적 이행방안으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한 것이다. 여기에서 일본은 1차 감축목표 6% 중에서 2/3인 3.9%를 국내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에 의해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이를 위해서 국산재의 생산⋅이용량을 연간 1,700만㎥에서 2,300만㎥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임야청을 중심으로 범정부적인 국산재 이용운동을 추진하였다. 이때부터 일본의 임업과 목재산업은 활기를 띠고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하였다. 한편, 일본에서는 2010년 5월에 ‘공공건축물 등에서의 목재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연계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으며, 2021년에는 ‘탈탄소사회의 실현을 위한 건축물 등에서의 목재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여 건축물의 목재이용 확대를 탈탄소사회 실현의 핵심과제로 삼아 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임업과 목재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하나가 2008년 8월에 이명박 정부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Green growth) 전략이다. 당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말이 유행처럼 회자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것은 2개월 전에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저탄소사회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발표한 후쿠다 비전을 참고한 것이며, 실제 정책실행은 미미하였다. 산림분야에서는 산림바이오 에너지 즉, 펠릿산업 육성에 집중하였고 목재산업 성장 정책의 계기가 되지 못하였다. 아직도 국산재 사용제품이 녹색인증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2020년 10월에 문재인 정부에서 선언한 2050 탄소중립 (Net-zero) 추진전략이다. 이에 2021년 9월에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폐지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였으며,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였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에 기여 하는 목재산업정책의 구체적 실천방안이 요구되는 시점 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연구직 공무원으로 재직하였던 필자의 경우에도 30대의 연구관 시절부터 한국 목재산업의 발전이 중요한 화두였으며, 목재산업과 관련된 연구업무를 담당하였다.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정리해 본목재산업의 발전을 위한 국가정책적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목재산업의 육성, 진흥을 위한 법률 제정이고, 둘째는 그 법률에 따른 실효성 있는 제도적 수단의 확보이며, 셋째는 그 제도를 실행하고 민간을 지원하는 제3섹터로서의 실행조직 구축이다.

첫째, 목재산업의 육성, 진흥을 위한 법률 제정에 있어서는 2008년도에 한국목재공학회에 목재산업법위원회를 구성하고 법률제정안 초안을 마련하였으며, 협의, 수정, 발의과정을 거쳐 마침내 2012년 5월 제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목재이용법)’이 통과, 공포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밝혀둘 것은 목재이용법이 제정되면서 목재제품의 규격⋅품질 검사⋅표시에 관한 조항(제20조)은 종전의 ‘산림자원의 조성과 이용에 관한 법률’로부터 이관된 것이며, 종전의 ‘임업 및 산촌진흥 촉진에 관한 법률(임촉법)’로부터 품질인증제도와 국산재 사용제품의 공공기관 우선구매 요구에 관한 조항이 이관되었다. 규격⋅품질 표시제도는 품목이 확대되었고, 목재산업분야의 KS 표준⋅인증업무가 전문분야로 이관됨에 따라 품질인증 관련조항은 삭제되었다. 즉, 당초 ‘목재이용법’ 제정의 취지는 목재산업의 진흥, 발전을 지원,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목재제품의 규격⋅품질 검사 및 표시제도로 인해 규제 법률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법률에 따른 제도적 수단의 확보에 있어서는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업자원부 등의 규제제도 및 지원제도와의 연계성 확보가 중요하다. 가령 공공시설의 국산재 이용확대를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규제 완화와 함께 재정적 지원, 기술적 지원, 표준설계 지원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KS 표준⋅인증제도는 중요한 정책수단의 하나이다. 필자는 1994년에 기술품질원(현재 국가기술표준원)의 KS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부터 전체 산업분야 중에서 농산물 및 수산물 가공식품의 KS 표준⋅인증 권한을 농림부 및 해양수산부에 이관하고 있듯이, 임산물인 목재가공제품의 KS 표준⋅인증 권한도 산림청에 이관 하도록 당시의 ‘산업표준화법’ 시행령 제34조(권한의 위임⋅위탁) 제2항의 개정을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제기하였다. 표준은 연구의 성과물이자 정책의 유용한 수단으로서 전문분야에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2014년이 되어서야 ‘범부처 참여형 국가표준 운영체계 도입방안’에 따라 ‘산업표준화법’ 시행령 제32조(권한의 위임⋅위탁) 제2항이 개정되어, 목재산업분야를 포함한 일부 분야의 KS 표준⋅인증업무가 전문분야로 이관되었다. 5년이면 될 줄 알았던 일이 20년 걸린 셈이다.

셋째, 제도적인 수단의 실행을 위해서는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실행기구를 만들지 못하는 법률은 유명무실한 법률이다. 따라서 ‘목재이용법’의 초안에 각종 법정사업을 수행하는 목재산업전문기관을 법률안 곳곳에 명시하였으나, ‘임촉법’ 개정에 의해 한국임업진흥원이 설립됨에 따라 수행기관이 한국임업진흥원으로 변경되었다.

이제 ‘목재이용법’이 제정, 시행된 지 10년을 넘어 대폭 정비, 개정해야 할 시점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할 임업과 목재산업의 역할은 한층 요구되고, 탄소중립을 위한 국산재의 건축재 이용 확대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되었다. 그러나 국내 목재산업은 계속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으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목재산업이 위기를 넘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이 글 첫머리에 언급한 국가 정책과 제도에 대하여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째, 과연 ‘목재이용법’이 기후위기 대응과 목재산업의 육성, 진흥을 위한 법률로서 미흡한 부분은 무엇인지? 둘째, 타 법률과 연계된 실효성 있는 제도적 수단이 확보되어 있는지? 셋째, 목재산업분야의 정책과 제도를 실행하고 산업을 지원하는 실행 조직체계는 제대로 구축되어 있는지? 성급하게 서두르지 않되 총체적이며 심층적인 검토와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향후 제도개선에 고려할 사항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탄소중립적 목재이용의 활성화와 목재를 이용하는 주거문화의 향상, 목재제품 소비자 보호와 목재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①목재자원의 효율적 이용, ②목재제품의 품질관리 강화, ③장기 탄소저장 목재수요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 특히 목재를 이용하는 주거문화의 향상과 건강⋅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목재제품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제도 구축과 실효성 있는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 목재제품 관리제도의 실효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목재이용과 관련된 표준⋅인증⋅규제⋅지원 제도의 연계성 구축이 필요하며, 목재제품과 관련된 표준(Standard)과 기술기준(Technical regulation)의 연계성과 정합성을 원칙으로 정비,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목재수급은 정체상태이며, 국산재의 생산⋅이용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고, 그나마 고부가가치의 제재이용이나 합판이용이 아닌 파쇄이용이 대부분이다. 제품시장은 기술⋅품질경쟁이 아닌 저가 경쟁구도에서 목재산업의 경쟁력은 저하되고 있다. 목재이용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목재 생산⋅이용정책의 방향과 전략이 재정립되어야 하며, 목재제품의 관리제도를 개선하고, 목재의 건축재 사용 확대방안을 강구하면서, 목재교육과 목재문화가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목재 이용에 의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①국산재 이용, ②장수명 이용, ③건축재 이용, ④순차이용(Cascade), ⑤순환이용(Recycle), ⑥저에너지 이용(Reduce), ⑦대체이용(비목재➟목재), ⑧地産地消의 기본원칙을 가지고 제도적⋅재정적⋅기술적 개선 노력을 기울여가야 할 것이다. 특히 핵심분야인 목조건축에 있어서는 ①공공건축의 목조화, ②공동주택⋅학교시설⋅다중시설 등의 실내 목질화, ③소규모 목조건축물의 확대를 전략과제로 삼아 관련 법령의 제⋅개정을 통하여 제도적 수단을 마련하고 목재분야와 건축분야가 연계된 실행체계를 구축해 나가야만 될 것이다.

한국목재신문의 창간 2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더 큰 발걸음 내딛기를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