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코르크산업협회 성세경 회장
㈔한국코르크산업협회 성세경 회장

탄소중립, ESG 경영,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성 등 전세계 거의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이 키워드들 속에서의 답이 산림에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고 우리는 그야말로 산림 르네상스 시대의 개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세계 각국 정부와 국내외 대기업들은 탄소를 줄이고 ESG 성과를 올리기 위한 일환으로 나무를 심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의 계획에 목재는 없어 보인다. 나무는 심는 것이지 베는 것이 아니다라는 인식의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이러한 인식을 타개하기 위한 교육 및 홍보활동과 정책 수립, 제도화 등이 미비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그 중에서도 목재제품의 탄소저장량 표시제도에 대한 고찰과 목재의 이용 다변화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탄소저장량 표시는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라 목재제품에 포함된 탄소저장량을 계량적으로 표시함으로서 목재제품이 갖는 친환경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법정제도이지만 아직까지 그 활용 사례가 극히 드물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탄소저장량 마크가 갖는 실효성이 없어 제도를 이용할 이유가 없고,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탄소저장량을 표시할 수 있는 목재제품이 단 15개에 국한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이 제도는 목재제품의 탄소 저장량을 표시하여 친환경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제재목, 합판, 파티클보드 등 사실상 반제품 상태의 목재제품에만 표시되어 있는 탄소저장량 표시마크를 건축물, 가구 등과 같은 최종 완제품 형태로 사용하는 엔드유저인 소비자들은 볼 수 없으므로 친환경성이 널리 알려질 수 없다. 향후 목조건축 대상 탄소저장량 표시제도를 도입하고 탄소저장량을 표시할 수 있는 목재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

국내 숯공장에 방치되어 있는 굴참나무 외피 및코르크
국내 숯공장에 방치되어 있는 굴참나무 외피 및코르크

한편, 국제사회는 자국산 나무로부터 수확된 목재제품(HWP)의 탄소만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저장 량으로 인정하고 있다. 즉, 탄소저장량 마크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산 목재자원으로부터 생산된 목재제품이어야 국제적인 실효성이 있다는 뜻이다. 필자가 이사장 직책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코르크산업협회에는 20개 이상의 코르크 제품 취급 업체가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이들 모두는 코르크 자원을 100%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수입에만 의존하다가는 향후 코르크 제품에도 탄소저장량을 표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재료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는 부분이다.

코르크는 바닥 포장재 뿐만 아니라 각종 건축 내외장재, 생활용품, 의류, 우주항공소재 등 응용분야가 매우 다양하고 일반인들이 일반 목재를 바라보는 인식과는 달리 나무를 벌채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 껍질만 벗기는 형태로 수확 가능하며, 약 9~10년이 경과하면 나무껍질과 코르크층이 반복적으로 재생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장점도 갖는다. 따라서 코르크 자원은 현재 구조재나 목질판상제품 등에만 국한되어 있는 국내 목재산업계의 다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소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굴참나무라는 코르크 생산 수종이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다. 참나무의 벌기령은 국유림 기준으로 60년인데, 이 기간동안 한 그루의 굴참나무로부터 약 3~4회에 걸쳐 코르크 층을 수확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코르크 생산없이 바로 벌채되어 주로 펄프, 숯, 장작, 골목 등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제품의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국산 굴참나무로부터 코 르크 생산이 갖는 의미는 첫째 수입 대체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 둘째 원료 수확 및 수집을 위한 신규 일자리 창출, 셋째 국산 목재자급률 향상, 넷째 국내 목재시장 규모 확대, 다섯째 국내 목재산업 다변화 등을 들 수 있다.

국내 숯공장에 방치되어 있는 굴참나무 외피 및코르크>
국내 숯공장에 방치되어 있는 굴참나무 외피 및코르크>

코르크가 산림 르네상스 시대의 서막을 알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 먼저 관세법상에 따른 HS 품목 분류 해설서에 의하면 코르크는 오로지 남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 자라는 코르크참나무(Quercus suber)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 굴참나무(Quercus variabilis)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ISO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한국산업표준의 KS M ISO 633(코르크-용어)에서도 코르크의 정의에 굴참나무가 포함되어 있고, 굴참나무의 일반명은 Chinese Cork Oak이며, 출처가 분명한 전세계 각종 자료에서도 코르크의 기원에 굴참나무도 포함되어 있음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코르크의 HS 분류에 굴참나무를 적시해야 향후 국산 코르크 제품이 수출될 때 코르크 제품군으로 명확히 분류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둘째는 굴참나무 군락지를 조성해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참나무는 국내 수종 중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가장 큰 나무로 보고된 바 있으므로 탄소중립을 위해 정부나 기업이 나무를 심겠다면 기왕이면 참나무 심기를 권장하는 것이다. 또한 굴참나무로부터의 코르크 생산은 전술한 바와 같은 많은 기대효과를 갖지만 수집이 어려우므로 군락지를 형성하여 효율적인 수집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셋째는 코르크 원료 수집 체계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남부 지방에 위치한 대형 숯공장에서는 외피가 붙은 상태의 굴참나무를 숯가마에 그대로 넣어 제탄 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숯이 된 외피를 일일이 따로 분리하는데 이렇게 코르크층이 포함 되어 있으면서 숯이 되어버린 외피는 큰 활용처 없이 방치되고 있다. 또한 펄프 생산을 위해 박피된 참나무의 코르크층도 에너지 생산을 위해 태워 없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미이용되지 않도록 국산 코르크 자원을 수집 및 관리하여 판매하는 임업인에게 혜택을 부여한다면 보다 큰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산림 르네상스의 시대에 코르크가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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