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공학회 이사 박상범/ph.D
한국목재공학회 이사 박상범/ph.D

1. 리그닌이란?

지구에는 많은 양의 바이오매스가 존재한다. 식물성 바이오매스에서 유래한 생화학 물질은 화석연료에서 얻어지는 화학물질에 비해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수준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목재의 원소 조성은 대략 탄소 50%, 산소 43%, 수소 6%, 질소와 회분이 1% 정도로 함유되어 있다. 이들 성분은 세포벽과 세포간층을 구성하는 물질이며 목재의 형성에 직접 관여하는 물질이다. 주성분은 셀룰로오스(섬유소), 헤미셀룰로오스(반셀룰로오스) 및 리그닌(목질소)이며, 수종이나 생육지에 따라 성분 함량에 차이가 있다. 침엽수재와 활엽수재의 셀룰로오스 함량은 비슷하며, 추운 지방에 주로 자라는 침엽수재가 더운 지방에 많은 활엽수재에 비해 리그닌이 다소 많고 헤미셀룰로오스가 다소 적다. 셀룰로오스는 세포벽을 구성하여 골격을 형성(철근 역할)하며, 리그닌은 세포상호간의 접착을 도와주는 충전물질(시멘트 역할)이고, 헤미셀룰로오스는 양자를 결합하는 물질(철사 역할)이다.

리그닌의 화학구조는 명확하지 않으나 C18H24O11과 C40H45O18 사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하등식물과 수중식물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므로 카가 큰 육상 고등식물의 진화발생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리그닌의 함량은 목재의 채취 부위가 상부로 갈수록 적어지고 심재부가 변재부보다 많으며, 만재부가 조재부보다 많다. 리그닌의 발색반응은 목질화의 진행 상태 및 침엽수와 활엽수의 식별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100년 이상의 리그닌 연구로 엄청난 양의 실험 결과가 나왔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서로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재현이 어렵기 때문에 리그닌 화학은 아직도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David L. Nelson 등이 저술한 “Lehninger Principles of Biochemistry”에서 저자들은 "리그닌 중합체의 구조는 복잡하고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리그닌이 단일 중합체인지 또는 화합물 그룹인지를 결정하려면 특정 식물 종에 존재하는 모든 리그닌을 연구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나 리그닌은 탄수화물에 공유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전혀 손상시키지 않고 리그닌 단독으로 식물에서 추출할 수 없다. 리그닌 파생물을 주의 깊게 분획한 후 분획물을 비교 분석하면 한 식물 종이 얼마나 많은 다른 리그닌을 포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러한 리그닌의 구조를 설명할 수도 있다. 1956년부터 1995년까지 핀란드 펄프·제지연구소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노르웨이 가문비나무 리그닌은 단일 리그닌 중합체의 약 85%를 구성하고 나머지 15%는 저분자량 리그닌의 혼합물이었다. 리그닌 유도체의 주의 깊은 분리 및 분석은 결정적으로 중합체 리그닌이 각각 18개의 페닐프로판 단위를 포함하는 동일한 반복단위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혔다. 즉 18개의 페닐프로판 반복단위가 규칙적인 구조를 형성하여 거대한 중합체(고분자)의 리그닌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림 1. 리그닌의 기본 구성단위
그림 1. 리그닌의 기본 구성단위

리그닌은 동물들은 소화를 시킬 수 없는 성분이다. 화학적으로는 페닐프로판(phenylpropane, C6-C3)계의 구성단위가 탄소-탄소 또는 에테르 결합으로 축합한 고분자 물질로서 페놀성 수산기(-OH)와 메톡실기(-OCH3) 등의 치환기를 가진 방향족 천연고분자 물질이다(그림 1). 리그닌은 쿠마릴 알콜(p-coumaryl alcohol, H), 코니페릴 알콜(coniferyl alcohol, G)과 시나필 알콜(sinapyl alcohol, S)이라는 리그닌 전구물질(precusor)들이 β-O-4 또는 탄소(C)-탄소(C) 결합에 의해서 복잡한 무정형 3차원적 결합구조의 고분자체를 이룬다(그림 2, 3). 일반적으로 식물의 종류에 따른 리그닌 함량은 침엽수재(softwood)가 20~35%(주로 G units), 활엽수재(hardwood)가 20~25%(주로 G & S units), 일년생 초본류(grasses)은 10~15%(G, S & H units)로 식물 유형에 따라 그 함량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 리그닌을 화학원료로서 이용하는 경우, ① 재생산 가능, ② 대량 입수 가능, ③ 구조상 활성점의 존재, ④ 페놀원료로 이용 등의 장점과 ① 화학구조나 분자량의 불균일성, ② 기본골격 간 결합양식의 다양화, ③ 원료비 증가 등의 단점이 존재하고 있다.

그림 2. 리그닌 기본 구성 단위 간의 대표적 결합 구조 (β-O-4 type)

리그닌을 식물체에서 분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식물체 내의 다른 성분을 분해 제거하여 리그닌을 불용성 잔유물로 남게 하는 방법(예를 들면 72% 진한 황산을 목분에 상온에서 작용시키고 남은 부분에서 리그닌을 분리하는 방법, Klason 리그닌)과 리그닌을 가용성으로 하여 용출시키는 방법(예를 들면 수산화나트륨과 아황산나트륨으로 녹인 부분에서 리그닌을 분리하는 방법)의 두 가지가 있다. 어느 경우도 식물체 내에 존재하는 리그닌을 원형 그대로 추출하기는 어렵다. 리그닌은 알칼리성에서는 불안정하나 산성에서는 안정하다.

그림 3. 식물 세포벽의 단순화된 구조 (A) (Phitsuwan et al., 2013), 포플러에서 분리된 리그닌 (B), 포플러 리그닌의 도식적 구조 (C) (Vanholme et al., 2010).
그림 3. 식물 세포벽의 단순화된 구조 (A) (Phitsuwan et al., 2013), 포플러에서 분리된 리그닌 (B), 포플러 리그닌의 도식적 구조 (C) (Vanholme et al., 2010).

상당한 양의 공업용 리그닌(technical lignin)이 펄프 및 제지 산업에서 생산된다. 주요 공업용 리그닌에는 크라프트 리그닌과 리그노설포네이트가 포함된다. 오가노솔브(organosolv) 리그닌과 같은 다른 리그닌은 특히 에탄올, 아세트산 및 포름산과 같은 유기용매를 사용하는 펄프화 공정에서 얻어진다. 대부분의 공업용 리그닌은 열적 재활용을 위해 태워지며 몇 퍼센트는 분산제인 리그노설포네이트와 같은 재료로 사용된다. 북미와 북유럽에서 리그닌은 바인더, 계면활성제, 바닐라 원료, 착물 화합물 등으로 이미 소규모 상품화되어 이용되고 있으며, 탄소섬유, 바이오플라스틱, 그리고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제품화하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많은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리그닌은 가격변동이 심한 석유 화학 유래 제품들을 대체할 앞으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바이오매스 자원이다.

그림 4. 리그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화학소재(김광호 외. 2023. 목재화학. p.67)
그림 4. 리그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화학소재(김광호 외. 2023. 목재화학. p.67)

리그닌의 구조는 분리 과정에 따라 다르다. 관능기 및 분자량은 리그닌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작용기, 페닐프로판 단위의 유형, 구조 단위 간의 연결 및 분자량 분포는 산업 재료로서 리그닌의 적용을 제한한다. 천연 리그닌은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펄프화 공정에 따라 구조적 변화에 취약하여 리그닌의 효과적인 활용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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