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한국목재신문 편집국]

정연집 박사
우드아카데미 대표강사

재감이란 학술연구용이나 목재 소장자 들이 가지고 있는 나무샘플 표본이다. 다만 권장하는 표준규격이 있고 식별자가 있어야 한다. 라벨에는 학명과 일반명, 산지 등이 기록되어야 한다. 다만 학술연구용으로 사용되는 것들은 채취장소 정보(요즘은 GPS 정보), 수령, 흉고직경 등 기초자료와 분류학적 기준이 되는 꽃, 종자, 잎, 수피 등의 정보들도 자세히 기록되고 관리 되어야 한다. 이런 정보들은 데이타베이스로 관리되고 필요시 제공되어야 한다. 자세한 사항은 “A guide for developing a wood collection” (International wood collectors society, 2005)에 잘 기술되어 있다.

학술연구용이 아닌 일반 재감들은 목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수종들이 그 대상인데 해부학적으로 식별을 거치는 것이 좋고 이때는 식별자가 부기 되어야 한다. 물론 이미 외부 형태학적으로 식별이 되었으며, 그 과정을 보증할 수 있는 목재로부터 채취한 표본도 가치가 인정된다. 다만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구한 목재들은 수종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일반명도 다양하게 불리고 있어 전문가의 식별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산재의 경우, 흔히 박달나무로 유통되는 수종들은 물박달인 경우가 많고, 일본 목련은 열매에서 유래한 후박나무로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 수입재인 경우 지역 명이 붙어 있는 일반명은 원래의 수종과는 별개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프리칸 마호가니, 피앤지 월넛, 볼리비아 로즈우드 등은 각각 진짜 마호가니와, 월넛, 로즈우드와는 별개인 수종이다.

일반명과 학명, 산지가 기재된 목재 재감 완성품.

일반적으로 재감의 권장 규격은 8×15× 1.2cm(가로×세로×두께)이며 직육면체 형태로 사면이 평활해야 하고 도장되어서는 안 된다. 정목과 판목으로 구분되어 제작하면 더 좋다. 또한 통나무 중심(수) 부근은 미성숙재가 포함되어 있어 가능한 한 외곽 쪽에서 채취하는 것이 좋다. 재감은 표본 개념과 소장의 개념이 혼합되어 있어 손상되지 말아야 한다. 즉 연구용으로 절단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재감 제작시 현미경 특성조사를 위하여 정목편으로 1×1×1cm의 목편이 추가로 확보되면 검경용 현미경 슬라이드를 제작할 수 있어 크게 도움이 된다. 연륜폭이 너무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은 것이 좋다. 이 현미경 슬라이드는 재감 식별용뿐만 아니라 향후 학술 및 교육용으로 사용될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학술 연구용 재감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 기관이나 연구소 전문가들이 장기적인 계획 하에 체계적으로 제작해야 하는 분야이지만 상업용 수종을 중심으로 한 일반 재감은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가능할 수 있다. 이런 재감들을 서로 교환하여 소장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뒷마당에 자라던 살구나무가 태풍에 그 생을 다했다면 매년 달리던 살구를 보았으니 살구나무가 틀림없을 테고 본인이 직접 켜서 건조하고 재단한 재감이니 충분히 보증된 재감이라 할 수 있다. 이왕 만드는 거 2~30개 정도 만들어서 관심있는 분들과 교환하면 보유할 재감 수가 수십 종으로 금방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계기로 목재를 단순한 가공소재에서 소장의 대상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목재 수종이 다양한 환경은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목재 소장(wood collection)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필자도 가입한 미국소재 국제목재소장가협회(International Wood Collectors Society)는 일만 명 이상의 회원수와 75년 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재감 제작을 앞둔 목재들.

몇 년 전 산림청의 연구용역으로 학술연구용 목재 재감이 제작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개인적인 관심으로 시작한 국산재와 수입 상업재 수종의 재감제작과 구입, 교환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며 목공방에서 보내는 날짜가 많아지고 있다. 필자의 일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목공방과 목재 유통업체가 많아지면서 연락을 받고 업체를 방문하는 일도 늘어가고 있다. 제작된 재감들은 공방이나 목재체험센터, 학교 등에서 교육 보조재로 사용될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제작 수량이 제한적이라 미미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상당량 제작완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역량은 한계가 있고, 일일이 수공으로 제작하기에 짧은 기간에 대량으로 공급하기는 어려움이 많다. 이런 점에서 보면 목재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나 목공인들이 그들이 사용하는 자투리 목재나 수종명과 같은 근원을 아는 나무에서 다수의 재감을 제작하여 서로 교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흐름이다.

나름 취목인들과 목공인 그리고 목재유통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이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향후 목공인들이 점점 늘어간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목재 사용량은 점점 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존의 규모가 큰 목재 가공산업과 다는 점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아니라 목공방에서 다양한 수종이 소품위주로 소비될 것이라는 변화이다. 아직 잡목 취급을 받고 있는 국산 활엽수재와 고가의 수입 특수목 시장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목재를 다루는 분들께 목재 지식을 전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데 많은 분들이 동참하고 있다. 소규모 목공방이라 하더라도 재감 몇 개는 전시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목재 체험센터에는 다양한 국산재와 수입 상업재 재감들이 구비되어 체험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은 목재들은 직접 만져보고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목재 소장가들이 많아져서 정기적으로 모여 재감도 교환하고 경매도 진행 해봤으면 좋겠다.

이젠 시대가 변했다. 등 너머, 어깨너머로, 눈치로 배우던 시대는 끝났다. 전문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객관적 지식을 갈구하는 전문적 아마추어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목재 해부학적 지식에 관심을 보이고, 어설픈 장사치를 퇴출시키는 소비자의 현명함이 가치를 발하고 있다.

가끔 일반인들에게 목재 조직을 확대경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놀람과 경외를 갖는 경험이란 반응을 한다. 그들은 내게 왜 이런 공부를 했는지(이것은 아마도 내가 왜 그런 공부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관한 질문이라 추정한다) 묻곤 하는데 “그 속에 우주”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결같은 나의 대답이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