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View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 처음으로 목재업을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고객으로부터 목재주문 전화를 받았는데 그 분이 일본어로 목재치수를 알려주었기 때문에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주문을 받도록 했다. 그 후에 한동안 일본어 치수를 종이에 적어서 책상 앞에 붙여놓고 암기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제재소에서는 ‘메다데’, ‘부다시’, ‘하라오시’, ‘힛바리’, ‘오비노꼬’, ‘마루노꼬’, ‘젠노꼬’, ‘사이’ 등과 같은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다. 비록 우리가 60년 전에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예속은 지금도 부분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에는 신문, 잡지, 방송과 같은 매스미디어에서 영어의 사용이 넘쳐나는 것을 보게 된다. 비록 일본어의 영향력이 크게 줄기는 했으나 반면에 영어의 위력이 대단히 커진 것을 실감하게 된다.

거리의 간판은 온통 영어로 채워져 있고, 정치인들이나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은 말끝마다 영어를 사용한다. 인센티브, 로드맵, 빅딜 등등… 끝이 없다. 

지난 수년간 통나무 건축과 경골 목조건축에 관한 영어 기술서적을 우리말로 번역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비록 북미주로부터 우리나라로 유입된 기술에 관한 책들이었지만, 가급적이면 순수한 우리 말로 번역하고 싶은 욕심을 갖고 번역작업을 시작했으나, 얼마 되지 않아서 적절한 우리말 건축용어가 태부족인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건축 용어집에 수록된 많은 전문용어들이 영어 혹은 일어 발음을 단순히 한글로 표기한 것들이었다.

최근에는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신문에 보도되고 있으며, 어느 대기업은 수년 내에 모든 사원들이 회사에서 영어를 사용케 할 것이라고 한다. 소위 ‘글로벌’ 시대에는 영어가 필수적 언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에는 대부분의 언어가 사라지고, 불과 몇 개의 언어만 남을 것이라는 주장을 신문에서 본적이 있다. 10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이처럼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지 의심이 가지만, 한편으로 가능성을 부인할 수도 없다. 영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언어의 편중현상이 더욱 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어는 단순히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수단으로서만 평가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우리말에는 우리의 역사와 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까지 우리가 몸담고 있는 목재업계와 건축업계가 기술용어를 우리말로 만들고, 보급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일본인들이 외국에서 받아들인 용어를 일본화시켜서 사용하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외국어 용어의 발음을 우리말로 표기해서 ‘외래어’로 만드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좀 더 창의력을 발휘하여 우리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용어를 창조하려는 의지가 우리말을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