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한국목재신문 편집국]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목재산업에서 오랜 기간 생산 활동을 하는 기업들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핵심 품목을 바꾸거나 축소하는 등 네거티브한 변화를 보였다. 목재 제조회사들은 다른 품목과 달리 자동화 생산공정을 쉽게 갖추기가 어렵다. 목재기반 국내 기계산업이 매우 열악해지고 있는 요인이 여기에 있다. 생산혁신이 어려운 기업들이 납품가 경쟁 때문에 점점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불행히도 건설재와 산업재를 가공하는 제조업체들은 코로나 이후 불어 닥친 목재파동에 매우 취약하다. 원목이나 제재목 원자재가 없어 가동을 중단하거나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대기업 납품단가가 안 맞아 손해 보면서까지 납품을 해야 하나 망설이기도 한다. 대기업의 납품가 인하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납품가 인하를 요구해 실적을 올리면 그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원가절감 정책을 써왔다. 이런 방식을 서로 공유해 가며 납품처에 갑질을 저질러 왔다. 이런 갑질 관행이 수년간 지속돼 오는 사이에 납품업체들은 더 싼 자재를 찾아 세계 구석구석을 뒤집다시피 다닐 수밖에 없었다.

수출국에서 한국의 오퍼는 제일 싼 물건을 사는 대상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로 목재생산이 부족하고 예기치 않게 미국과 중국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자재 값이 뛰고 수급이 어려워지는 일들이 발생했다. 다른 나라보다 가격이 좋은 미국시장으로 목재가 몰리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운송수단마저 엉키고 막혀 버리는 초유에 일들이 일어났다. 파렛트재를 공급하는 중남미 시장은 한국으로의 물량을 예년 수준의 20% 밖에 배정하지 않고 있어 충격적이다. 한국의 오더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오더는 그들이 상대해야 할 가격수준 이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격 장벽으로 인해 국내 생산회사는 높은 원자재 값을 치르고 ‘밑지는 거래’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더를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런데 지금은 높은 가격은 고사하고 가격을 불문해 오더를 넣어도 다른 나라의 공급일정과 운송 수단 때문에 공급협상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대기업의 생산을 크게 위축시키는 상황으로 진전될 수밖에 없다. 수출을 해야 하는 제품이나 물류를 타고 운송을 해야 하는 각종 제품들이 목재파렛트가 없어 생산이 중단되고 운송이 중단되는 파동이 예상된다.

한해 5,000억 원의 자재가 투입되는 파렛트 시장에 2,000억 원의 자재밖에 공급이 안되는 상황에 모두가 멘붕이다. 시장은 파렛트가 없어 극심한 혼란을 겪거나 질 낮은 파렛트가 유통돼 여러 불상사를 낳을 것이다. 파렛트나 포장재를 사용하는 대기업이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당장 납품가를 높여 주어야 한다. 이래도 단시간에 크게 개선되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문제를 끌고 가지 않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대기업은 원가절감 차원의 목재파렛트 납품가 목조이기를 당장 그만 둬야한다. 목재파렛트 제조업체들도 모여서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점을 빨리 제시하기 바란다. 산림청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합리적 납품가가 책정될 수 있도록 중재해 주길 바란다.

목재에 애정이 없는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위해 협력 고리가 약한 목재기 업들을 상대로 쥐어짜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업계가 제대로 인식하고 개선해야하는 시점이 됐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과거의 방식의 관성대로 움직이다가 모든 것을 한 번에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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