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View“작품은 다트판이어도 좋다”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착이 깊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만지는 것은 금기시 된다. 하물며 그 작품을 훼손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한선현 작가는 이런 면에서 독특하게 자신의 작품을 아낀다. 그는 작품을 다트판으로 활용해 방문객들이 다트를 던질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작가들이 볼 때는 작품이 훼손되는 것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여러 사람이 함께 작품을 재창조하는 작업이자 방문객들이 전시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하나의 이벤트다. 수색역을 지나 한적한 고양시의 시골마을 한쪽에 자리한 한선현 작가의 작업실에서 군고구마처럼 구수한 작품이야기를 들었다.

 

따스한 작업실
Image_View시골주택을 개조한 듯한 그의 작업실을 대문 밖에서 보면 조금은 삭막하다.
길 한편에 철제대문이 매서워진 추위만큼이나 차가워 보이지만 그의 작업실로 들어서면 향긋한 나무 향과 함께 구수한 군고구마 냄새로 이내 따스함이 느껴진다. 손님이라도 올라치면 작업실 난로 위에 어김없이 고구마가 먼저 올라가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잘 정돈된 전시실에는 목부조 작품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다. 가구디자이너인 아내의 손길이 느껴지는 전시실은 밖에서 볼 때보다 한결 아늑하다.


석조에서 목조로
Image_View석조작업을 주로 했던 한선현 작가는 이태리 유학을 계기로 목재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의 스승 클라우디오 끼아삐니(Claudio chiappini)씨는 그가 유학을 갔던 까라라 지방의 유명한 장인이었다.
그의 스승은 성당의 문을 만들고 조각하는 일을 했는데 이태리는 장인에 대한 예우가 각별한 만큼 그 지역에서는 유명인사였다. 한선현 작가는 그의 스승을 스스럼없이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우연한 기회에 끼아삐니 할아버지를 만나게 됐고 목부조를 배우게 됐습니다. 뭔가 배운다기 보다는 이웃집에 놀러가는 기분으로 끼아삐니 할아버지 댁에 갔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할아버지는 성당의 문을 조각하는 본업 이외에 취미생활로 목부조 작업을 했고 그는 할아버지에게 조각을 배우며 덩달아 까라라의 유명인사가 됐다. 동양 청년이 까라라지역 장인의 제자가 됐다는 것만도 큰 이슈였다고 지역신문에도 몇 번 얼굴이 나왔을 정도.
그는 자신에게 목조각의 즐거움을 알려준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자 전시회 팜플렛 뒷면에 이태리어로 감사의 말을 적어 넣기도 했다.


목부조 이야기
Image_View“처음에는 가공이 쉽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 목부조 작업을 시작했지만 살아있는 재료인 목재를 다루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목재는 원하는 이야기를 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재료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재료가 바로 목재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목재는 아프리카산 이로코다. 끼아삐니 할아버지가 목부조에는 이로코만큼 좋은 재료가 없다고 해 국내에서도 이로코를 위주로 작업했다. 목재를 공급해주는 업체에서도 이로코를 찾자 많이 수입되는 목재는 아니지만 매우 훌륭한 목재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과 동물 그리고 흰염소
그는 Image_View4개의 주제로 전시회를 가졌다.
첫 번째는 인간, 두 번째는 동물, 세 번째는 인간과 동물이며 마지막은 작업실이었다.
그가 동물을 주제로 삼은 것은 늘 인간이 주인공이고 동물은 조연에 불과한 것이 안타까워서다. 처음에는 인간에 초점을 맞춰 온 그는 조연이었던 동물을 주연으로 과감히 캐스팅했다.
그가 다음 주제로 삼은 것은 염소다. 정확히 말하자면 흰염소의 전쟁과 평화가 주제다. 많은 동물 중 흰염소가 주인공으로 부상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염소는 5,000년전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온 동물입니다. 추위에 강하고 높고 험한 곳에서 살며 강인하고 고집있어 보이는 외모까지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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