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View파도를 헤쳐 나갈 듯 생생한 범선 모형

범선을 모르는 사람들은 범선을 프라모델과 같이 취급하기 일쑤다. 그러나 범선은 플라스틱 키트만으로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창작을 곁들여야하고 시대적인 배경에 따라 철저한 고증도 필요한 복잡한 작업이다. 그렇다고 프라모델 제작이 쉽다는 얘기는 아니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장마가 시작되는 즈음 만난 범선화랑의 손영수 씨는 범선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국내에서는 범선을 제작하는 매니아 층이 구성된 역사가 짧다. 일본이 30년 정도의 역사를 지녔다면 국내는 불과 3년정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최근 들어 범선동호회 회원이 늘고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어 국내 범선제작에도 희망이 보인다는 손영수 씨는 지금 제주도 하멜표류 350주년 기념전시회에 선보일 "프린스 윌리엄"의 제작에 여념이 없다.

 

범선은 종합예술
Image_View"범선 제작은 예술과 과학이 합쳐진 종합예술입니다" 손영수 씨의 범선에 대한 예찬을 이렇게 시작된다.
손영수씨가 제작하는 범선의 특징은 모든 것이 실제 배와 같이 제작됐다는 것이다. 일반 키트를 사용해 제작된 범선들이 문이나 창, 내부의 가구 등이 흉내만 낸 것이라면 그가 제작한 범선은 내부에 사람이 살아도 될 만큼 정교하다. 조타장치를 돌리면 키의 방향이 바뀌는 것은 물론 배의 모든 창문과 문이 열리고 닫히도록 제작됐으며 내부의 가구 서랍도 열고 닫을 수 있다. 심지어 선장의 방에는 당시에 썼을법한 나침반까지 구비돼 있다. 이런 세밀한 작업은 육안으로 어렵기 때문에 돋보기를 동원해 제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듯 꼼꼼한 작업을 요하기 때문에 범선을 제작하려면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손영수 씨는 완성품을 볼 때보다 이렇게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 즐겁다고 말한다.


범선에 빠진 미술학도
Image_View서양화를 전공한 손영수 씨는 사실 목공예과에 진학하고 싶었다고 한다. 어린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했던 그는 결국 목공예과 대신 서양화를 배우게 됐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미술학원을 운영했었다. 지난 6월이 그가 미술학원을 접고 본격적으로 범선작업에 들어간지 꼬박 1년이 된 달이다.
어린시절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는 몸이 불편해 집에 있으면서 형과 아우의 미술숙제를 도맡아 해주곤 했다. 14세 쯤 그는 이순신 영화를 보고 직접 거북선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서투른 솜씨로 나무를 깎다보니 손이 이만저만 망가진 게 아니었다.
"빅토리"라는 범선을 제작하던 중에도 그의 몸은 수난을 당했다. 작업중에 눈이 침침해 손등으로 비볐는데 갑자기 눈을 뜰 수 없게 된 것이다. 접착제가 눈을 붙여버린 것이다. 손 곳곳에도 베인 상처와 화상입은 흔적이 군데군데 보인다. 배 안의 문이나 창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직접 동판을 질산으로 부식해 하드웨어를 만들다 화상을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베를린호 가장 기억에 남아
Image_View그가 처음 범선을 접한 것은 2000년 무렵이다. 호도나무(월넛)를 정교하게 이어 붙여 몸체를 만들고 그 몸체에는 이쑤시게 끝부분이 못의 역할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오는 8월2일부터 10월2일까지 하멜표류350주년 기념전시회에 전시되는 베를린호다. 베를린호는 프린스윌리엄과 함께 전시회에 소개될 작품인데 지난달말 제주도로 보내졌다. 7개월이라는 오랜작업기간을 거쳐 탄생한 베를린호는 5,000만원 상당의 가치를 지녔다. 작품의 파손 때문에 보험사에서 평가한 금액이 5,000만원이란 얘기다.
범선 제작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목재는 월넛이지만 마호가니, 메이플, 파둑 등도 좋은 재료다. 여기에 베이비오일이나 복숭아 기름을 먹이고 수채색연필로 마무리하면 항해를 한 배처럼 약간 낡은 듯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베를린호지만 스웨덴의 국가재정이 흔들릴만큼 호화로운 "와사"와 1,000개 이상의 도르레가 들어가는 "빅토리"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범선이 좋아 모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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