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View"살아있는 재료를 이해하라"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목공예 명장 권우범씨는 그만큼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느 때부턴가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지금은 작고하신 아버지 권혁원 선생의 작업하는 모습과 나무들이었고 자연스레 목공예에 몸담게 됐다는 그. 그러나 그는 옛것을 그대로 재현해내는데 안주하지 않는다. 늘 새로운 것을 찾고 연구하고 나무를 이해하면서 현대 생활양식과 주거양식에 맞도록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그가 다른 공예인들과 다른 점일 것이다.
목공예에 종사하는 이로는 드물게 지난해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목공예 명장, 대권공예 권우범 대표의 나무와 함께한 인생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버지 연장에 손을 대다
Image_View권우범 명장는 어린시절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다. 6남매 중 막내였던 그는 혼자서 딱총같은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아버지의 연장괘를 몰래 열고 연장들을 꺼내어 이것저것 만들곤 했다. 물론 나중에 연장을 함부로 다룬 이유로 아버지의 꾸지람이 뒤따랐지만 그의 부친은 아들에게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이후 부친은 막내아들에게 목공예의 길을 열어주었고 목재를 잘 이해하는 장인으로 키워냈다.
어린시절 몰래 아버지의 연장을 갖고 장난감을 만들던 것이 그에게 가업을 이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셈이다. 형제 중 유일하게 가업을 이어받은 그의 사무실 한켠에는 그때의 기억때문인지 손때묻은 아버지의 연장들이 전시돼 있다.


나무의 성질을 이해해야
Image_View좋은 작품의 기준은 무엇일까? 목재를 소재로 하는 작품 중 좋은 작품은 아마도 변형없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아름다움을 지닌 것일 것이다. 권우범 명장은 아버지로부터 "나무는 죽어서도 살아숨쉬는 재료"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나무는 변형될 소지가 많은 재료이기 때문에 변화를 예측하고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아버지의 말씀을 귀담아 들은 그는 처음 사용하는 목재는 꼭 실험을 거친 뒤 가장 변형이 적은 공법을 적용해 작품을 제작하곤 한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말씀을 이해는 했지만 작품을 만들 때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나무와 오랫동안 씨름해왔죠. 가업을 잇는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나무를 좋아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전통공예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Image_View그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예전 장롱에는 넥타이를 걸 공간이나 긴옷을 걸 수 있을 만큼 길이가 길지 않은 것이 보통인데 그는 이를 개선했다. 옷걸이가 들어가도록 폭을 넓힌 것도 실용성을 더한다.
입식으로 디자인된 나비문양의 화장대는 전체모양도 나비를 형상화했지만 상판 위에 다소곳이 올라앉은 나비들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하다. 거울에 비쳐진 부분까지 꼼꼼히 계산해 만든 작은 서랍도 독특하다. 이 작품은 외국인들의 찬사를 받았는데 일일이 목재를 상감해 제작한 것이다.



 


좋은 목재 · 공예 배우는 이 줄어 아쉬워

Image_View그는 나무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10년전 구입한 혹단을 아직까지 쓰고 있을 정도로 좋은 나무라면 있는대로 사들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목재의 질이 많이 낮아졌다. 오동나무는 쓸만한 국산재를 거의 구할 수 없어 수입산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예전보다 공예를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줄고 있는 것이다. 공고에서 가구디자인과나 목공예과가 정원미달이 속출되고 있다며 이 일이 배고픈 직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기피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권우범 명장은 수익창출에도 성공을 거뒀다. 가구와 소품 제작이외에도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이지 공예는 힘든 직업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임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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