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View"우리 시대의 초상을 조각으로 살려낸다"
조각가 김태환

월드컵이 남긴 쾌거는 지난 4년간 땀흘려 운동한 대표선수들과 함께 모든 국민의 기쁨으로 돌아왔지만, 지난 몇년간 침묵 속에서 각 계 나름대로는 월드컵의 부대적인 문화행사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
사실주의 표현의 메카인 구조조각 분야에서 타칭 장인격에 오른 조각가 김래환씨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그의 이름이 오늘날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비록 월드컵의 유명세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5년여의 세월동안 그의 시간과 에너지를 통해 완성된 수많은 작품들을 접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을 대표하는 인물들과 "조각으로 보는 한국의 명사 100인"이란 주제로 예술에 전당에 이어 일산 호수공원에서 초상 조각 전시회를 가진 조각가 김래환씨를 만나 보았다.

 

미술세계의 전환
그의 초기 미술세계는 추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사실주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지난 95년에 뒤늦게 나마 중국으로의 배움의 길을 택했고 그곳에서 한차례의 전시회도 가졌었다.
미술을 포함해 예술세계에 대한 공부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럽 등지의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마당에 그는 왜 중국을 택했을까? 정작 그의 대답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생활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사실주의를 멀리 했습니다. 그러니 선진국에서는 이미 그 존재가치를 잃어 버리고 있죠. 때문에 실제로 사실주의 표현이 아직 남아있는 곳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의 공산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국가적인 교역도 드물었던지라 그의 고생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독학으로 시작된 그의 구조조각의 길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오는 8월이면 다시 배움의 길을 위해 중국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명사 100인의 선택
Image_View"조각으로 보는 한국의 명사 100인전"은 월드컵 붐이 일기전인 5년 전에 이미 기획된 내용으로 그에게 가장 큰 첫 번째 숙제가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100명의 명사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심지어는 007작전이다 싶던 때도 있었습니다. 어떤분이 그렇게 표현해 주시더군요. 주로 외국에 상주하며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마음이 있어도 안타깝지만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명훈씨의 경우 문화행사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며칠동안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다 시피해 만나 볼 수 있었죠."
김 씨가 처음 작품을 준비할 때, 거스 히딩크(현 국가대표 감독)는 허정무 감독의 뒤를 이어줄 후계자일 뿐이었고 박지성과 이천수는 아직도 꿈많은 청소년 대표 선수에 불과했다. 그들이 지금의 명성을 얻으리라고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으니, 작품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의 정성과 관심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하는 대목이다.
그 밖에도 이름 석자에 손뼉을 칠만한 인물들이 대다수다보니 모든 인물을 만나서 사진을 찍고 작품 제작을 위해 성격을 탐구하는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었을까 짐작하기도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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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주는 따듯함
그의 작품은 청동을 소재로한 브론즈와 대리석과 함께 국산 피나무와 은행나무를 재료로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브론즈와 대리석의 차가움과 나무가 주는 따스함이 확연히 다르다. 인물의 초상을 조각으로 만들었기에 나무가 주는 따스한 느낌은 정말로 잘 어우려져 작품으로 나타났다.
"나무라는 소재가 따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소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나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죠."
그도 그럴것이 생명이 있던 나무는 시간과 습도에 따라 숨을 쉬기 때문이다. 작품을 급하게 완성하다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수분이 날아가고 통통하던 윤각이 줄어들거나, 혹은 작품의 완성단계에 이르러 옹이라도 나타나게 될 때면 전체 작품의 이미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작품활동을 오랜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해 나가는 것이다.
보통 브론즈와 대리석 작품의 제작에 3개월 남짓한 시간이 걸리지만, 나무를 재료로한 작품은 평균 2~3년을 두고 이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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