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가 이익을 못 내면 그것은 곧 범죄행위다"라는 말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사는 사람. 경제수종을 키우기 위해 해외조림이라는 과감한 방법을 단행한 사람. 말단직원부터 30년을 샐러리맨으로 한 직장에 몸담다가 드디어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사람.
하지만 이런 그에게 사회 초년시절 늘 따라 다니던 꼬리표는 "저 능력 없는 놈"이란 소리였다.
인류에 도움이 되는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대표이사 취임 5개월째를 맞고 있는 한솔포렘 유명근 대표이사를 만났다.

 

Image_View일요일에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빨간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을 했던 엉뚱한 신입사원, "우리 빌딩에 저런 놈도 있나?"며 모두들 이상한 눈초리로 그를 봤다.
30년 전, 삼성그룹 공채에 합격해 전주제지로 발령 받은 그는 "일만 잘하면 되지 복장이 무슨 상관이냐"는 당시만 해도 엉뚱한 사고방식을 가진 특이한 신입사원이었다. 농대 출신은 취직도 하기 힘든 시절에 대기업에 입사한 그를 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했다. 온갖 나무와 풀, 꽃 이름을 물어대는 통에 난감했던 그에게 사람들은 "형편없는 직원"이라는 평을 했다. 인정을 받지 못하고 늘 뒤쳐졌던 그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형편없는 직원
입사 후 그가 처음 한 일은 조림이었다.
고 이병철 회장은 "조림보국"의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임학과 출신들을 선발했고 그는 조림요원으로 투입됐다. 당시는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이 진행되던 때. 삼성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국가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전라도 정읍에 파견돼 첩첩산중에 나무심기를 시작했다. 30분을 걸어 이장집에 가서야만 전화를 걸 수 있었던 시절, 74년부터 84년까지 11년 동안 4,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상업용이 아닌 국토녹화를 위해 민간기업이 자본을 투자한 일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 덕분에 그는 어릴 적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평생 내가 해야만 할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조림업무를 하던 시절, 하고 싶은 일도 하고 돈도 많이 주니 이만한 직장이 없다고 생각했죠."
서울 토박이인 그는 폐결핵이 많던 초등학교 시절, 엑스레이를 찍으러 청와대에서 남산까지 걸어서 간 일이 있었다. 당시 민둥산이었던 남산을 보고 어린 그는 "나무를 심어야 해"라는 생각을 했다.
고3이 되고 진로를 결정할 때가 됐다. 서울대 농대 선배들이 학교에 찾아왔다. 감수성이 풍부하던 시절, 순박한 선배들의 인상이 좋았고 어린 시절 나무를 심어야겠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어렵지 않게 농대를 결정할 수 있었다.


"난 나무 심으라고 보낸 사람"
"난 운이 좋은 편입니다. 나무를 심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전공을 선택해주었고 삼성이라는 회사에 입사해 꿈을 현실로 만들 수가 있었으니까요. 그 꿈은 결국 해외조림까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드디어 결실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 해외조림을 한다고 했을 때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라 모두들 반대했었다.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이 임업의 가장 난점이 아닌가. 심어만 놓고 누가 거둬들일지도 모르는 사업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내가 거둬들일 거라는 생각도 안 했습니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되고 제가 시작한 일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됐지요. 참으로 가슴 벅찬 일입니다. 내년에 심어 기른 나무가 첫 수확을 해서 국내로 들어옵니다. 국내에서 양적인 임업은 안됩니다. 지금까지 조림한 나무들은 경제림으로는 큰 가치가 없습니다. 따라서 고부가가치의 경제림을 해외에서 키워야 합니다."
호주에 조림했던 나무가 결실을 맺어 그의 품안으로 들어오는 내년을 기다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흐뭇해보인다. 내달에는 호주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칩공장도 만든다. 그토록 고생했던 결과가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나타나게 된 것이다.
30년전 이병철 회장이 신입사원을 면접하며 한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그.
"경영자가 이익을 내지 못하면 그것은 범죄행위다."당시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말의 뜻을 확실히 깨닫게 된 계기가 바로 아이엠에프입니다.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하니까 공적자금 140조원이 투입됐었죠. 그게 무슨 돈입니까? 바로 국민들의 돈입니다. 칼만 들지 않은 강도행위가 아니겠습니까? 이 회장님의 말씀이 그제서야 실감이 나더군요. 역시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는 대표이사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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