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아두질 않았다면 불쏘시개나 용광로에 들어갈 운명들이었죠."건축역사인 동시에 임산의 역사인 목공구 수집은 목원대 이왕기 교수의 평생의 업이다. 흩어져 있던 도구를 모으는 그의 노력으로 사장될 뻔한 역사의 한 자락을 겨우 잡을 수 있었다.
과거 없이는 현재와 미래도 없는 법. 어쩌면 우리는 그의 공으로 지금의 현재와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Image_View선을 그을 때 쓰던 먹통, 나무를 깎아내던 대패, 나무를 베어내던 톱……. 현대식 기계가 없던 그 옛날 사용했던 녹슬고 귀퉁이가 닳아버린 목공기구들이 정겹다. 시대의 퇴물로 사라질 자신들의 운명을 소중히 거둬준 주인이 존재했기에 낡은 모습이지만 나름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간 목공구를 찾아 나선 지 20년, 불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의 목공구들을 하나둘씩 수집하기 시작해 700여점의 목숨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 그가 바로 목원대 이왕기 교수다.
사라져 가는 것들은 붙잡지 않으면 영영 찾을 수 없다. 아무도 그것들의 흔적을 붙잡아 두지 않는다면, 우리의 역사를 아무도 모른다면, 그것만큼 가슴 아픈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노력은 더욱 빛이 난다. 하마터면 우린 유구한 목재가공역사를 시간 속에 매장시켜 버렸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가 목공구를 수집하게 된 계기는 지난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원시절, 지하도를 지나다가 우연히 노점의 귀퉁이에 모습을 드러낸 먹통을 봤습니다. 당시 돈으로 적지 않은 2만원을 주고 사온 먹통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오래된 목공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목원대에 강의를 시작하게 된 80년 가을을 전후로 본격적인 수집에 나섰죠."
1983년, 그렇게 3년 남짓 모은 목공구들의 유형을 분류하고 실측해 건축잡지에 연재를 시작했다. 나름대로 도면도 그리고 용도에 맞게 분류하는 작업은 "집을 짓는 도구에 대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겨우 100여점을 가지고 분류한 작업이었지만 처음이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하나도 같은 모양 없는 우리의 목공구
그는 건축사를 연구한다. 한국건축사를 시작으로 중국, 일본건축 등 동양건축을 주로 연구했다. 따라서 집을 짓는 도구를 수집하는 일도 역사 연구의 일환이 됐다.
"오랜 시간 골동품을 모으다 보니 이젠 물건을 보면 값이 보입니다. 오히려 골동품상들에게 이 물건이 왜 그 값을 받아야 하는지 가르쳐줄 정도죠. 어느 곳에 가더라도 버릇처럼 골동품상을 먼저 찾죠. 지역에 따른 특색은 많이 없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의 특징들은 뚜렷하게 나타나죠."
먹통 하나만 보더라도 한국은 줄을 입으로 빼고 먹칼은 뒷면에 보관하도록 되어 있으며 목조각 같은 느낌을 주는데 반해, 중국은 먹실을 뒤로 빼고 투박한 모양으로 특별한 장식이 없다. 일본의 것은 모양은 날렵하나 돌리는 손잡이가 없어 불편해 보인다.
동양의 가까운 나라라 하더라도 나름대로 특색을 갖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최근 그는 "북한건축 또 하나의 우리모습"이라는 북한건축 관련서적을 출간했다. 동양건축사 연구의 일환으로 북한건축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북한건축의 특징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건축에 담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축에 전통건축양식을 도입, 민족건축양식을 실현하고 있다. 조형주의를 강조하는 것도 또 한가지 특징이다. "북한은 건축을 예술의 장르로 편입시켜 반복적인 것은 사용하지 않고 뭔가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모양이 나오기도 하죠. 자본력이 약해 기술력은 떨어지지만 새로운 조형의 시도는 자주 나타나죠. 건물의 기능성보다는 조형성을 강조하는 것은 강력한 지도자가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한마디로 보여주기가 강하죠."


"건물이 아니라 공예입니다"
우리 목재문화재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건축물을 꼽으라면 단연 "수덕사 대웅전"이라는 그.
"수덕사 대웅전은 건축물이 아니라 공예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우수합니다. 구조나 맞춤, 구조미가 그야말로 공예품이죠. 우리 목재문화의 우수성은 여기서 증명됩니다."
목재문화재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목재는 인간과 가장 친근한 건축재료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른 재료들은 사라지지 않지만 목재는 언젠간 사라지는 재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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