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김현우 기자] 올해부터 1000㎡이상 공공건축물은 자체 생산한 에너지로 건물 에너지 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는 제로에너지건축이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태양광, 태양열, 지열을 비롯해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에서 만들어진 ‘목재펠릿’ 등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목재펠릿의 경우 「대기환경보전법」상 규제 조항이 존재하고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인증받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자립률을 산출하는 ‘ECO2’ 프로그램에 항목조차 존재하지 않아 제로에너지건축물의 에너지원으로는 사용될 수 없는 상황이다.

목재펠릿

‘녹색 건축’ 키우는 정부, 주목받는 제로에너지건축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8일 제로에너지건축을 의무화하는 등 녹색건축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2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을 시행했다. 제로에너지건축 시장 기반이 잘 갖춰지지 않아 건축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현장의 지적이 있지만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년 BAU 대비 18.1%→32.7%)의 선제적 이행을 목표하는 정부는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대상을 점진적으로 늘려 오는 2030년까지 500㎡이하 민간건축물에도 적용하겠다 계획이다.

제로에너지건축은 건축물에 단열재, 이중창 등을 적용해 외부로 손실되는 에너지양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건축 공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 이상 △에너지 자립률 20% 이상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설치가 병행돼야 한다.

에너지 자립률은 ECO2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산출할 수 있고 산출 값에 따라 인증 등급이 나뉘는데 20~40%는 5등급, 40~60%는 4등급, 60~80%는 3등급, 80~100%는 2등급, 100% 이상일 경우 1등급이다.

목재펠릿을 사용하는 ‘제로에너지건축물’ 현재로선 불가능…주무부처 관심순위도 떨어져
그런데 건설업계에 따르면 ECO2로는 목제펠릿을 사용한 건축물의 에너지 자립률 산출이 불가능하다. 고를 수 있는 항목에 목재펠릿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ECO2를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산출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원은 태양광, 태양열, 지열, 열병합발전뿐이다.

이에 대해 ECO2 프로그램 주관부처인 에너지관리공단은 “목재펠릿과 목재펠릿 설비(보일러 등)에 대한 연구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ECO2 항목에 추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ECO2는 건물의 단위면적과 신재생에너지의 정보를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계산한다. 이때 신재생에너지의 정보는 열량뿐만 아니라 해당 에너지의 가공부터 유통까지 소모되는 모든 에너지와 발전 설비의 기능까지 고려해 가공된 복잡한 정보다.

목재펠릿의 경우 정보를 만들 수 있는 기반 연구자료가 미흡해 ECO2에 반영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에너지 자립률 산출에 필요한 목재펠릿의 정보가 마련되면 ECO2에 언제든 반영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는 풍력이나 연료전지에 대한 연구용역은 진행되고 있지만 목재펠릿에 대한 연구용역은 당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목재산업계, 발전용 목재펠릿에 집중하느라 관심 부족해
뿐만 아니라 목재펠릿의 활용도를 높여야 하는 목재산업계 및 목재펠릿업계 역시 발전용 목재펠릿 외에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목재펠릿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발전용 목재펠릿에 집중하다 보니 또 다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목재펠릿이 발전용 에너지로 쓰이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제도가 시행 중이고 목재펠릿이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RPS제도는 발전사업자가 발전할 때 일정 비율만큼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게 하는 것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하면 정부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발급받을 수 있다. 발행된 REC엔 신재생에너지원 별로 가중치가 적용돼 있어 대형 발전소에게 판매하면 전기 판매 수익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다만 REC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이로 인해 목재펠릿은 발전용으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관련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55만3000톤 수준이던 목재펠릿 공급량은 2018년 363만3000톤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국내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는 목재펠릿 제조 규모 또한 지난해 19만 톤에서 올해 45~50만 톤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REC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발전사업자들은 수익보전을 위해 국내산 목재펠릿보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목재펠릿의 사용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업계는 국내산 목재펠릿의 수요가 2020년 50만 톤을 정점으로 2022년 30만 톤까지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국내산 목재펠릿 공급량은 점차 늘어나는 만큼 목재펠릿업계는 발전 이외 수요처를 시급히 발굴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등 목재펠릿 주관부처도 몰라…「대기환경보전법」 규제 조항도 원인
본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국립산림과학원에 ‘목재펠릿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며 “에너지관리공단 측에서 국립산림과학원에 목재펠릿과 관련된 연구를 의뢰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질의 이후 이 관계자는 목재펠릿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받을 수 없는 이유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의 규제조항을 지적했다.

해당 시행령 제42조(고체연료의 사용금지 등) 제1항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외 6개 광역시와 경기도 13개 시에서는 ‘땔나무와 숯’ 등의 고체연료는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목재부산물을 원료로 하는 목재펠릿도 고체연료에 포함된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사업장에 적용되는 것으로 가정용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지자체 공무원마다 해석을 달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당장 제로에너지건축은 공공시설물에 적용되고 공공시설물도 사업장으로 볼 경우 해당 조항에 근거해 목재펠릿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EU의 폐기물 연소 관련 법안을 살펴보면 폐기물 조항에 바이오매스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명시해 목재펠릿의 사용 범위가 넓다”며 “국내도 명확하게 예외조항을 둔다면 목재펠릿의 사용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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