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함께 둘러본 밀라노 가구展

에이스침대 초청, 북한가구전문가 8명 이탈리아 밀라노 전시 참관

 

"남북한 가구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민족 혼을 담은 세계적인 가구를 만들어 봅시다."

지난달 1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04 국제 가구 전시회'를 참관한 뒤 북한 조선청류무역총회사 윤수룡 부회장이 털어놓은 포부다. 윤부회장은 "이탈리아 가구는 특히 금속을 이용한 기술이 정교하다"며 "북한도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에이스침대(회장 安有洙)의 초청으로 윤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가구 전문가 8명은 지난달 18~27일 이탈리아 가구 전시장과 가구공장 등을 방문했다. 세계 최첨단 가구 기술과 디자인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북한 기술진이 국내 기업의 지원을 받아 해외 공장을 참관한 것은 처음이다.

安회장은 "남북 기술인들의 인적 교류를 통해 남북 경협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북한 가구 전문가들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가구회사인 미노티의 공장을 방문해 나무 절삭 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엔리코 미노티 사장, 최동욱 북한 청류가구공장 지배인,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 윤수룡 북한 청류무역총회사 부회장.

전시장을 둘러본 조선청류무역총회사 산하 청류가구공장 김기운 기사장(공장장)은 "솔직히 북한 가구는 디자인 부문에서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자인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기술진이 가장 놀란 것은 가구종합회사인 이탈쿠르비 공장에서 생산하는 고급의자였다. 개당 가격이 600~700달러(약 70만~82만원)로 나무의 속을 다 파낸 뒤 공간을 스티로폼으로 채워 새끼 손가락 두 개로 충분히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다.

조선청류무역총회사 산하 청류가구회사 신남철 사장은 "이런 조그만 의자 한 개가 600~700달러나 한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요모조모 살펴보고 사진까지 찍었다.

安회장은 "기술과 디자인이 세계적인 수준이면 비록 조그만 의자라도 큰 의자 100개와 맞먹는 가격으로 팔 수 있다"며 "북한도 이런 의자를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인력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지아코모 공장을 방문했을 땐 기계가 가구를 자동으로 조립하는 자동화 설비에 감명을 받은 모습이었다. 북한 기술진은 비디오 카메라에 가구 조립과정을 샅샅이 담고, 공장 관계자의 설명을 수첩에 깨알 같은 글씨로 빼놓지 않고 기록했다.

청류가구회사 기술연구소 장혁신 소장은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보기 위해서라도 기회가 생기면 자주 (해외로) 나와야겠다"고 말했다.

이번 참관 기간에 북한 기술진은 모이면 가구 얘기를 나눴다. 식당에 앉으면 음식 얘기보다 에이스침대 임원들에게 "이 식탁의 나무는 어떻게 건조했습네까""이 의자는 어떻게 도장합네까" 등 질문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에이스 침대 김성태 상무는 "질문 공세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자세에 놀랐다"고 말했다. 에이스 침대는 1997년부터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남북 합작 가구공장 건설을 추진해 왔으며, 오는 7월께 공장을 건설해 연내 시험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중앙일보 발췌

밀라노=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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