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허리케인 이사벨이 미국 동부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대비하는 데 필수적인 합판이 대량 이라크 지원에 할당돼 해당지역에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17일 뉴욕지역 일간지 데일리 뉴스에 따르면 뉴욕을 비롯한 미국 각 지역에서는 합판이 부족해 납품업자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홈 디포 등 대형 체인점을 제외한 소규모 상점은 아예 동이 난 경우도 많다. 가격도 치솟아 5월까지만 해도 한장에 14달러에 미치지 못하던 것이 이제는 20달러 이상을 주고도 못사는 형편이다.

미국에서 때아닌 합판 품귀현상이 빚어진 것은 국방부가 이라크에서 병사들의 텐트 바닥에 깔거나 벙커와 초소 등의 건설에 사용하기 위해 한꺼번에 2천100만평방피트(약 195만㎡)나 구매해간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뉴욕 데일리는 지적했다. 앞으로 미국 정부가 이라크 건설에 더 많은 합판을 투입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되면 합판 가격은 더욱 오를 가능성이 있다.

물론 미국의 전체 합판 수요에서 군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현재의 품귀현상을 순전히 이라크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주택건축 붐이나 비가 많이 내렸던 지난 봄 기후, 산불, 제재소 생산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당장 태풍에 대비해 창문 등을 막기 위해 평소의 두배 가격을 주고 합판을 사야하는 주민들은 이라크에 불만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뉴욕 퀸스의 건자재 판매점에서 얼마남지 않은 합판과 모래를 고객에게 배달하기 위해 트럭에 싣고 있던 가게 주인 아들과 종업원들은 "우리가 이라크에 합판을 보내면 그들은 적어도 우리에게 모래는 보낼 수 있다"거나 "이라크에는 모래가 많지. 그거 좋을 거야"라는 대화를 나누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인 이라크 지원에 불만을 털어놨다.

 

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발췌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