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바이오시스템공학과
이동흡 객원교수

 

최근 침체일로에 있는 국내 목조건축을 발전시킬 수 있는 놀라운 기회가 찾아왔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48조 원의 국고보조로 진행 중인 생활SOC 계획에 부합하는 시설물이 바로 목조건축이기 때문이다. 생활 SOC(사회기반시설 Social Overhead Capital)란 사람들이 먹고, 자고, 자녀를 키우고, 노인을 부양하고, 일하고 쉬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인프라와 삶의 기본을 전제로 하는 안전시설을 의미한다. 그 배경은 취약한 생활 인프라로 사회에서 소외되었던 취약계층에게 쾌적한 시설 환경을 마련하여 생활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생활SOC가 목조건축 발전에 시사하는 바는 엄청나다. 목조건축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생활SOC 사업의 투자 규모는 3년간 정부지원 30조 원, 지방비 18조 원으로 총 48조 원이다. 지역이 계획하고 중앙정부가 국고보조로 지원하는 지자체의 매칭 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역의 창의와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지자체에서 자립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설계와 부지조성 등의 공급과정에 대한 마중물을 마련하여 중앙정부에 지원 요청하는 방식이다. 지원금 48조 원의 3분의 1정도라도 목조에 유입된다면 16조 원의 정부지원금이 목조건축 시장으로 흘러들어온다. 지금까지 목조건축 분야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기하학적인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목재산업은 활성화되고 건축분야에 3천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정부가 진정으로 원하던 일자리 마련사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왜 목조시설물이 필요할까? 그 배경과 숨겨진 내막에는 건설 환경과 경제적 이유를 들 수 있다. 생활SOC 시설은 공공자금에 의한 공익적 시설물이다. 한정된 정부보조금으로 진행되는 복지시설의 건설비용이 목조로 했을 때 다른 구조보다 저렴하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제외국의 사례다. 그 배경에는 최근 건축업이 안고 있는 인력부족이나 고령화, 강재 가격의 상승 등이 작용한다. 특히 생활SOC와 같이 중(中)대규모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철골조나 철근콘크리트조로는 공사비나 공기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상태다. 어린이나 노인들의 돌봄시설은 고품질이면서 쾌적성을 추구해야하고, 저비용, 회계연도로 제한된 공기에 맞추어 설계·시공하기 때문이다. 기존 콘크리트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효과다. 그러나 목조는 철골조나 철근콘크리트조와 비교하여 공사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목조의 3D설계 기술과 CAD/CAM의 가공 기술의 발전으로 복잡한 짜맞춤과 같은 프레임도 프리컷 가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 조립도 간단하면서 빠르고 순조롭다. 공기의 단축으로 건설비용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복지시설이나 문화시설은 단층 또는 2층의 저층 건축물이 많기 때문에 목조로 전환하기 쉽다. 건설비용이나 유통, 납기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철골조와 비교하면 목조가 유리하다. 부재 비용도 저렴하고, 유통과 납기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목조로 하면 건물 중량이 가벼워지기 때문에 기초공사비가 대폭 저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된다.

또한 목조가 주는 쾌적성을 빼놓을 수 없다. 생활SOC시설은 정상인보다 신체가 불편한 노약계층이 대상이다. 노약자는 추워지면 심장에서 보내는 피가 신체말단까지 잘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열전달이 잘되는 쾌적감이 좋은 목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복지선진국의 보건정책이다. 시설물에 치유와 소생의 힘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배려 차원이다.
목재는 외부부터 받는 따뜻한 온기를 자신이 흡수하지 않고 복사에너지로 방출해 같은 실온에서 다른 건축 재료보다 체온 유지가 잘 된다. 이외에도 목조건축은 쾌적한 습도 제공, 양질의 수면을 제공하는 등 생물학적 의료 요양장치로서 많은 기능이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목재가 지닌 공익적 기능이다. 목재 이용은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목재가 숲에서 흡수한 탄소를 목조건축물에 저장하고 있는 동안,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자생적 지구환경 회복의 시간적 여유를 얻을 수 있다.
목조건축은 생활SOC의 복지시설에 대한 국민적 요구나 기대 또한 목적에 부응한다. 유럽, 북미 등의 복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미 이와 같은 돌봄 시설에 목조가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생애돌봄 시설물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83.4%가 목조였으면 좋겠다는 일본 내각부의 조사결과도 있다. 일본의 경우, 종래의 강구조나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설계된 것도 목조로 바뀌고 있다. 공공 복지시설이 목조로 계획·설계되는 프로젝트를 선진국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목조를 자신 있게 설계할 수 있는 목조 전문 건축가를 키워야 한다. 목재는 생물재료다. 목재의 재료적 성질을 이해 못하면 목조건축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공공건축물을 지었던 건설 회사의 대부분은 목조에 대한 경험이 없다. 목조건축은 목조 전문 건축사에게 맡겨야 한다. 목조는 구조체가 목재다. 목재의 품질이 목조건축의 질을 좌우한다. 목재 조달을 고려한 사업 프로세스, 추진 체제를 만들고 생활SOC 목조에 적합한 발주 방법 등을 조속히 해결해 나가야 한다.
생활SOC 계획과 지원금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수요자가 목조건축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생활SOC의 국고보조로 지원하는 지자체의 마중물을 마련하는 부서는 이미 정해졌다. 이들이 목조건축의 필요성을 인식시키지 않으면 목조화의 지각변동은 일어날 수 없다. 목조건축의 우수성을 찾아가서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길이 열린다. 경우에 따라서 목조로 설계하면 메리트가 되는 별도의 지원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목조건축의 지각변동을 위해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각자도생 고군분투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확천금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면 어쩌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만 동동 굴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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