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사용이 금지된 E2급 수입합판이 서울 모 빌딩 실내 공사에 사용되고 있다.
'17~'18년 수입합판 사전검사 E2 비율(자료제공: 한국임업진흥원)

최근 2년간 임진원에 의뢰한 일반합판 사전검사에서 61%가 E2에 해당   
‘목재이용법’상 실내 사용금지 대상인 E2 합판…버젓이 사용 “단속 하나마나”

지난 6월 6일 부산 기장군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승강기 청소를 하던 작업자 2명이 추락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합판 발판이 갑자기 파손돼 작업자들이 추락했다는 목격자들의 말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저급 부적합 합판이 거푸집에 사용돼 안전사고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본지가 그간 보도(4월 15일자 1면, 5월 1일자 1면, 6월 1일자 1면)를 통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온 시점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해 합판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거푸집용 사용이 금지된 준내수(Type2) 합판이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며 안전에 큰 문제가 된데 이어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실내용 합판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소비자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에서 분류한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실내에서 사용할 경우 방산량 E1 이하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행 규정이다. 하지만 규제가 무색하게도 실내 목공사에서 E2급 합판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실내에 사용되는 합판은 주로 3~9mm 이내의 얇은 합판으로 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베트남에서 수입된다. 마루판에 사용되는 물량을 제외하면 실내용 합판은 연간 40~50만m³가 수입되는데 E2 제품의 수입량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한국임업진흥원에 질의해 받은 2017년 초부터 2018년 말까지의 사전검사를 분석한 결과 총 304건의 조사에서 보통합판의 61%가 E2급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확일할 수 있었다. 이 중 베트남산이 가장 큰 비율(69%)을 차지했고, 중국이 가장 낮은 비율(44%)을 보였다. 품질이 좋다고 인식되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산 합판조차 E2 비율이 61%에 달했다. 

E2 합판이 만연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합판업계 모 관계자는 “경기침체를 겪는 한국시장 상황과 외국 합판 제조공장의 생각이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며 “가격이 싼 물건을 계속해서 주문하니 E2 제품이 당연히 느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합판의 품질표시제가 다른 제품보다 우선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E2 제품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 전문가는 “합판의 품질표시를 통관 후 유통 전에 하면 되는 것과 E2 표기 자체가 불법이 아닌 제도가 문제를 야기시켰다”며 “E2 제품이 실내에 사용되어선 안되는 합판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 E2 제품은 포장용이나 실내를 제외한 곳으로 사용처가 일부에 국한돼 있는데 때문에 상당한 물량이 실내에서 불법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또한 “사용 현장에서의 적발과 처벌은 유통 전 단계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인 법과 제도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합판 소매판매를 하는 A업체 관계자는 “베트남산은 품질이 좋지 않아 2년 전부터 판매하지 않고 있다. 요즘 소비자는 포름알데히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편인데 인테리어 공사업을 하는 일부 업자들은 공사 마진 때문에 싼 합판을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수입업계가 물량을 줄이지 않는 한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저가·저급 제품의 수입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상황이 합판시장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합판의 부적합 사용을 막으려면 단속의 효율성도 높여야 하지만 멀리서도 눈으로 식별 가능한 표시가 있어야 한다. 결국 소비자가 표시를 인식하고 구별해낼 수 있어야 품질표시제도가 정착될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품질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은 결국 시장을 잃게 만들고 모두가 타격을 입을 것이며 특히 부적합, 불법사용을 방치하는 시장은 더 큰 데미지를 가져올 것이다. 업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주어야 한다”며 내부정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