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 가회동성당 옆에 建明苑(건명원)이라는 편액을 건 한옥이 있다. 스러져가던 과거의 낡은 목조 한옥을 치유와 재생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건축물이다. 밝은 빛을 세운다는 의미를 지닌 건명원은 매년 뜻있는 청년들을 선발해 철학과 종교, 건축, 역사 등을 교육하고 창의적 리더로 키워내는 공간이다. 

건명원의 한옥은 본래 북촌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기품 있는 고택이었다. 하지만 과거 음식점으로 쓰인 이후 수년간 방치되었고 한옥의 목재 구조물들은 지붕과 함께 점점 무너져 내렸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재생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건명원의 한옥 건축물은 단연 과거와 현재를 잇는 훌륭한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경사진 북촌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시야를 지니고 햇빛이 잘 드는 집으로 변모한 건명원. 교육의 공간으로 쓰이는 한옥에 들어서면 작지만 큰 공간으로 느껴지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지속성의 구조, 재생의 건축
전통 목구조의 형식은 해체와 조립, 보수와 수선을 거치며 건강한 목조 건축물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주칸의 목구조, 지하 주차장의 슬라브, 조적조 부속동, 북측면의 붉은 벽돌 등 각 시대의 재료가 융합하며 창조된 한옥에서는 지나간 과거의 삶을 담고자 하는 흔적이 엿보인다. 여기에 부드러움과 강함이 조화되는 본체와 동측 조적 슬라브 조, 조적조의 외피, 묵 구조의 형태, 파벽돌, 철 계단의 돌, 시스템 창호 등으로 현대적 분위기를 함께 담아낸다.
구조에서도 건축의 지속가능한 연결성이 엿보인다. 건명원은 전통 한옥 목구조 5량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부에서 전체를 열어 목구조를 통한 건축 디자인을 보여주고, 외부조적조 부속동에서는 묵구조 형태의 작업을 통해 목조주택의 디자인을 이어간다. 옛 것과 새로움이 조화를 이루며 건축의 시대적 변화를 오롯이 느끼게 하는 건명원의 한옥은 시대와 함께 흐르는 건축물의 연속성을 훌륭히 구현해낸다.

 

개인의 영역을 벗어난 공공의 공간
개인의 영역에 머무르던 공간이었지만, 공공의 공간이 되어 다시 문을 열게 된 한옥은 기존의 개인 한옥과 다른 분위기를 품는다. 주칸 대청에는 강의실이, 서측에는 관리 및 운영을 위한 사무실과 교수 연구실이 자리 잡았다. 한옥의 목재 구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과 따뜻한 물성을 지닌 공간이다. 부속동은 간단한 식음료를 즐기며 자유로운 휴식 공간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구성했다. 

 

소통의 장으로 확장된 한옥
한옥은 재생되는 과정을 거치며, 자갈과 잡풀로 무성하던 마당을 확장하고 석재로 시공했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흙으로 된 마당을 두어 계절감을 주고 자연의 분위기를 담아내는데 이는 건명원의 강의 공간 영역을 훌륭히 확장해낸다. 비한옥부의 공간을 연결하는 마당이 의미있는 토론의 장으로 자리 잡으며 교육의 공간이 되는 셈이다.
쓰임이 모호했던 창고는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들의 연구실이 됐고 복도로 사용됐던 머리벽장은 실내 수납공간으로 사용되며 본래의 기능을 회복했다. 가구식 벽장은 수납장으로 구성되어 수업에 필요한 책자를 보관하는 개별 사물함으로 사용된다. 이는 한옥이 지닌 유연함을 통해 공간의 확장성과 쓰임의 자유로움을 오롯이 보여주는 훌륭한 장치가 된다. 

 

건명원 건축 개요
위치: 서울 종루구 가회동 16-13번지
대지면적: 254.54㎡
건축면적: 136.56㎡
연면적: 144㎡
규모: 지상 1층, 지하1층
구조: 지상층(한식목구조), 지하층(철근 콘크리트)
설계 및 시공: 북촌H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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