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올림픽오벌 경기장 실내ⓒ왕규태

중목구조 건축은 가장 오래된 건축 구조이자 어쩌면 가장 혁신적인 건축방식이다. 그 자체로 거대한 공간이나 비정형의 공간을 자유롭게 연출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콘크리트나 철 같은 다른 재료와의 멋진 콜라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중목구조 건축물이 눈에 띄는 가운데 중목구조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올림픽 오벌 경기장 내부ⓒ왕규태

중목구조 시공 경제성 높여야
중목구조 주택을 선택한 건축주들은 하나같이 시원하게 드러낸 목재 기둥과 보에 매력을 느낀다고 답한다. 반면 경량 목구조는 목재 벽체가 마감재 속으로 숨어버리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목조주택인지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둘 다 친환경적인 목조주택 임에도 눈으로 보고 코로 나무 향내를 흡입하는 즐거움은 중목구조 주택이 단연 크다. 
중목구조의 비용 부담으로 주택에서는 꼭 필요한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기도 한다. 경량 목구조를 기본으로 짓되, 거실이나 주방 등 특별히 개방감 있게 연출하고 싶은 공간에 노출된 기둥과 보를 드러내는 중목구조 공법을 접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중목구조 주택은 경량 목구조에 비해 크고 두꺼운 구조용 목재나 통원목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재료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건축주들은 다른 자재 선택에서는 경제적인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오랜 시간 집의 가치를 증명해 줄 기둥과 보 만큼은 좋은 품질의 목재를 사용하려는 취향을 보인다. 
국내에서 중목구조 주택이 보다 폭넓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경제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중목구조를 시공하려면 일본에서 엔지니어와 목수를 데려와야 했다. 인건비는 물론 체류비까지 지급해야 하므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에도 중목구조 전문가와 목수들이 늘어나면서 전문팀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국내 인력을 활용한다면 비용을 큰 폭 절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중목구조의 모듈화를 추진해야 한다. 모듈화를 거친 동일한 중목구조 주택을 대량 생산하면 단계별로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모듈러주택은 디자인 및 구조 설계비도 절약할 수 있고 원자재를 공동구매 하므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 같은 공정을 반복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크다. 

반두센 식물원 내부ⓒ왕규태
판교 중목구조 주택 2층ⓒ왕규태

중목구조가 목조 설계 상상력 확장
국내 중목구조 건축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내 시장에서는 일본의 중목 구조 전문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설계자와 기술진이 차츰 중목 구조 업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목구조의 미래는 목재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해외를 타산지석 삼아 우리의 지평을 넓혀나갈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중목구조의 미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이미 일본은 중목구조 모듈화가 정착되어 집 한 채에 필요한 목재와 자재를 패키지로 수출한다. 
캐나다의 경우는 구조용 집성재를 활용한 다양한 중목구조 건축물을 선보이고 있으며 목재와 콘크리트의 결합을 통해 보다 인상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하이브리드 건축물을 짓는데 골몰하고 있다. 
이처럼 강도 높은 구조재만 있다면 목조설계는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햄록처럼 강도가 낮은 목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합해 강도 높은 구조용 집성재로 탈바꿈시켜 대형 건축물들을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하다 못해 병충해로 죽은 소나무까지도 빙상경기장의 지붕 자재로 변신해 제 몫을 다해낸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화제를 모은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 경기장 얘기다. 8년이 지난 후에도 그 건물은 매우 건재하며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건축가 조남호가 설계한 대전의 중목구조 주택1ⓒ왕규태
건축가 조남호가 설계한 대전의 중목구조 주택2ⓒ왕규태
건축가 조남호가 설계한 대전의 중목구조 주택3ⓒ왕규태

민간과 공공의 동시 전략이 필요
국내 중목구조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미 구조용 집성재를 국산화하는데 까지 달려 와 있다. 국내에서는 1995년 경민산업이 업계 최초로 구조용 집성재(글루램) 제작을 시도, 지금은 글루램 제조사의 대명사 회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밖에도 산림조합중앙회 중부목재유통센터, 태원목재, 에스와이우드, 금진팀버이앤씨 등이 구조용 집성재 생산 및 시공 기업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제는 구조용 집성재 생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설계와 시공의 전문성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시기로 보인다. 
서양식 경량 목구조 시장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땅콩집 열풍이 큰 몫을 했다. 이후 서양식 경량 목조주택을 설계하는 건축가들이 등장했고, 목조주택 전문시공사가  성장했다. 
국내 중목구조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땅콩집 같은 모델을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소비자들이 설계와 시공을 선택하는 단계에서 중목 구조를 만날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들이 적정 비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중목구조 살림집의 현대판 모델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 모델을 통해 중목구조는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이 적극 알려지는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나무는 리사이클링이 가능한 재료일 뿐 아니라 고갈되지 않는 재료다. 가공시 비용이나 에너지사용량도 철물 등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거기다 나무로 지은 건축물은 따뜻하기 까지 하다. 
민간시장이 커짐과 동시에 공공의 전략도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국산 목재를 활용해 목조주택을 짓는 건축주에게 저리의 융자지원에 나서면서 목재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파급력이 미약하다. 
여전히 전국의 숱한 공공건물은 콘크리트 건축에 의존하면서 민간에 국산 목재 사용을 재촉하는 것은 모순이다. 국내 목재산업 발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공공이 스스로 나서서 국산 구조용 집성재를 활용한 상징적인 건물들을 지어야 한다. 
중목구조는 경량 목구조의 디자인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자재의 공간을 연출 할 수 있으면서 환경 친화적이고 내진성능을 만족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대안 건축이라는 점에서 미래산업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분야다. 우리도 재해로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건축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서 중목구조에 대한 연구와 현실 건축에서의 적용 노력을 적극 펼쳐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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