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공작소 안형재 대표

▶어린 시절 서랍 속에 담겨 있던 장난감과 잡동사니들을 떠올릴 때면, 우리는 왠지 아련하면서도 포근한 기운에 감싸인다. 마음껏 꿈꿀 수 있었던 유년의 기억, 오늘도 그 기억을 품고 안 대표는 나무와 함께 아날로그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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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전환  

“1996년 게임회사에 들어가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어느새 팀장이 돼있더군요. 팀을 감당할 만한 예술적인 능력이 부족했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많이 지쳐있었죠. 그 당시만 해도 컴퓨터 성능이 좋지 못해서 랜더링 작업을 걸어 놓고 밤새 그 앞에 앉아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매일 일에 치여서 술 먹고 작업하며 몸과 마음이 거의 망가지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정 반대의 일을 만나게 된 겁니다”. 

안형재 대표는 기계설계학과를 나와 회사에서 3D 프로그래밍을 했다. 하지만 그가 몸담았던 게임 판은 거의 매일 정신적인 중노동을 반복해야 하는 곳, 그렇게 매일 가상의 데이터와 싸우며 서서히 지쳐갈 때 쯤 그는 회사 근처에 있던 ‘가구학교’에 들어가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목재에 금을 긋고 그 선까지만 다듬으면 되니까, 잡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 데이터는 날아가면 끝인데, 이거 하나 만들어 놓으면 죽어도 남아 있을 것 같았죠”라며 그때를 떠올렸다. 그렇게 디지털 방식으로 일하던 그는 아날로그 방식에 푹 빠지게 됐다. 그는 그 이후로 점점 회사 일을 줄이고 목공을 배우는데 더 집중했고, 1년 동안 열심히 나무를 만진 끝에 졸업을 하게 됐다.  

Cat Stool LOG

캐나다에서 꿈꾼 공작소 

1년 동안 열심히 목공을 배웠지만 아직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택한 유학, 그는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캐나다에 있는 코네스토가(conestoga) 칼리지 목공기술과정(Woodworking technician course)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그는 목공기술을 연마하며, 모든 산업기계를 다뤄 볼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테크니션 코스가 끝나면 대부분 공장으로 가기 때문에 교육생은 대부분의 기계를 직접 다룰 기회가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 있는 3년 동안 그는 ‘꿈꾸는 공작소’란 이름을 짓고 한국에 돌아올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블로그 운영을 시작했고 거기에 ‘아날로그를 꿈꾸며’란 이름을 붙였다. 그는 “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은 모토라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레고를 좋아하는 ‘키덜트(kidult)’이면서 신문물을 빨리 흡수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다. 동시에 그는 아날로그를 꿈꾸는 목수이기도 하다. 아마 이 모든게 ‘꿈꾸는 공작소’란 이름으로 모여졌는지도 모르겠다. 

Bookcase Airplane

교육은 소규모로 시작

한국에 돌아온 후 그는 학창시절을 보냈던 친근한 동네 서울 대치동에 공방을 차렸다. 그리고 목공교육을 위해 한국문화의집(KOUS) 소목반에서 기초반과 연구반을 수료했다. 현재 공방에서 가장 오래된 회원 3명은 2009년에 거기서 같이 배우며 만난 사람들이다. 그는 보통 교육을 할 때 한 번에 4명 이상은 교육생을 잘 받지 않는다.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무엇보다 서로를 더 잘 알아가며 관계가 깊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소규모로 진행한다.   

기관 상대 주문 제작 시작

최근 그가 많이 상대하는 곳은 중앙박물관, 국가기록원, 규장각, 박물관, 미술관 같은 기관들이다. 따로 공방 홍보를 안하다 보니, 지금은 개인 고객이 주문하는 가구보다 기관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더 많이 만들고 있다. 액자, 기자재, 수납장이나 수장고 안에 들어가는 상자 등을 주로 제작하는데, 기관 관계자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는 편이어서 현재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이 일을 통해 나오고 있다.

“기존에 이쪽과 일하던 목수 분들은 고집이 좀 있는 편인데 저는 말을 좀 잘 듣는 편이에요. 일단 안 된다고 하기 보다는 가능한 계속 소통을 하면서 일을 진행하고 있죠. 아마 그래서 관계자들이 저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기계설계 출신이라 그런지 효율적으로 만드는 법을 알아서 일을 좀 빨리 하는 편입니다. 도면 만들고 또 수정하고 다시 보내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죠”.

Cube stool

스펙트럼이 넓은 그의 작품들 

꾸준히 전시를 해온 그의 작품들은 그 표현의 영역이 꽤 넓은 편이다. 작품의 디자인이나 스타일이 다양하고, 표현 방식도 굉장히 다른 편이어서 기자가 보기에도 각각 다른 사람이 만든 작품같이 보였다. 그런 기자의 반응에 그는 “오히려 나만의 것을 못 찾아서 그럴지도 모르죠”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주로 일상의 다양한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많은데, 그래서 가구 전시보다 주변에 다양한 환경을 찾아다니는 편이다. 그것이 자연이든, 건축이든, 무엇이든간에 형태가 예쁘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포인트를 잡아서 가구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그것은 유년시절 서랍장에 있던 큐브나 스프링 장난감에서 나오기도 하고 아내의 알레르기 때문에 키울 수 없는 고양이에 대한 로망에서 나오기도 한다.

 

유년의 기억을 담은 나무

2011년 전시에 참여한 그의 작품, ‘큐브 스툴’과 ‘슬링키 벤치’는 그렇게 유년 시절의 추억에서 나온 것들이다. 유년 시절 신기해하며 갖고 놀던 장난감처럼 이 작품들도 만지는 것에 따라 형태가 바뀐다. 큐브 형태의 스툴은 각각의 큐브가 서랍이 돼 열리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고 슬링키 벤치는 스프링 장난감처럼 경쾌한 소리와 함께 유연하게 움직인다.

‘고양이 스툴’과 ‘우드미피’에도 유년의 기억은 그대로 이어졌다. 사람과 반려묘가 같이 앉아있는 장면을 상상하며 만든 스툴은 컨셉도 재밌지만 그 자체가 로망이고, 나무로 만든 레고 캐릭터 ‘우드미피’는 어른들의 장난감인 레고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그는 이렇게 어린 시절 서랍 속에 담겨 있던 장난감들을 나무를 매개로 살려냈다.  

 

책 번역도 꾸준히 진행 

최근 그가 번역해 출판이 된 ‘칩카빙 가이드북’은 국내에 ‘칩카빙’을 제대로 소개하는 첫 가이드북이다. 칩카빙은 공구 하나로 부담 없이 나무 표면에 문양을 새기는 목조각의 한 분야다. 4월에도 그가 번역한 ‘캐비넷메이킹’이란 책이 한 권 더 나오는데, 앞으로도 그는 좋은 해외서적이 있으면 번역작업을 계속 할 생각이다. 이런 다양한 활동 속에서도, 그가 꿈꾸는 모토처럼 아날로그 감성을 잃지 않는 공작소가 되길 응원한다.

 

꿈꾸는 공작소

공  방  명 : 꿈꾸는 공작소  

대  표  자 : 안형재

품        목 : 원목가구 주문제작, 교육 

창  립  일 : 2008년 8월

주        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4동 923-13 서진빌딩 지하

블  로  그 : cafe.naver.com/dream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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