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라프트 공방 고영규 대표

▶서양화를 그리던 손은 이제 ‘가구’를 스케치한다. 그리고 지금은 미술이 아닌 목공을 가르친다. ‘짜맞춤’ 위주로 목공수업을 한지도 어느새 13년. 이제 회원들은 멤버십을 넘어 가족이 됐다. 고영규 작가는 오늘도 꾸준히 개인 작업과 교육을 병행하며 ‘아크라프트’의 전통을 세워가고 있는 중이다. 

개인작업과 교육을 병행하다 

그는 분당 지역에서 13년 동안 공방을 운영하며 개인작업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처음 몇 년 간 동업을 했을 때도 교육 파트는 그의 전문, 초창기부터 짜맞춤 방식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인터넷에 ‘짜맞춤’을 검색하고 멀리서부터 찾아 온 분들이 많았다. 현재 그는 일주일에 3번 수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 작업을 한다. 한 지역에서 오래 운영해오다보니 회원들의 연차도 상당하다. 그는 “처음에 가르쳤던 몇 분은 지금도 이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보통 수업을 시작하면 기본 4~5년씩은 같이 가는 것 같습니다. 회원 분들도 2년 정도 넘어가면 각자 시간을 정해 놓고, 이곳에서 본인만의 시간을 가지며 열정을 쏟아 붓는 것 같습니다”라고 회원들에 대해 설명했다. 

jacob’s ladder

매년 기획전 열며 가구 전문 입지 다져

그가 주로 작업 하는 것은 테이블인데, 의자나 장식장, 선반 종류도 만든다. 2011년엔 개인전을 열었고 지금까지 해마다 ‘슬로우 퍼니처’라는 이름으로 그룹전도 해오고 있다. ‘슬로우 퍼니처’와 함께 하는 작가들은 1년 전부터 전시 컨셉을 잡고 각자 준비를 한다. 지금까지 8회를 마친 이 그룹전은 ‘여행을 가다’, ‘서랍’, ‘나무에 기대다’ 등 해마다 다양한 컨셉을 중의적 혹은 직접적 표현으로 풀며 진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이 최소 10년 이상 작업 해온 베테랑들이라 전시의 수준도 높은 편이다. 

captain chair
hydra drawer

작품과 교육 모두 차근차근 진행

그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때부터 습관적으로 해온 스케치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중에 괜찮은 것을 좀 더 구체화 시켜서 발전시키는 것이 그의 작업 스타일이다. 컨셉을 잡고 나면 형태적으로 어떻게 보완할지 구체적으로 접근한다. 

“저는 보통 일과시간을 잘 활용해서 작업을 합니다. 보통 한두 달은 걸리는 것 같아요. 보통 천천히 하는데, 2개를 병행할 때도 있습니다. 나무가 시시각각 바뀌잖아요. 긴 시간을 두고 작업하다보면 재료의 변형이 생겨서 중간 중간 수정을 합니다. 그 스타일이 저에게 맞는 것 같아요. 체력도 아끼면서 작품도 천천히 볼 수 있죠”

그가 교육을 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13년 전 짜맞춤 교육이 보편적이지 않은 시기에 그는 그 방식을 활용해 목공을 가르쳤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천천히 교육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성격 급한 회원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갈 때가 많았다. 그러나 보통 한 번 시작하면 대부분 오래 교육을 받았다. 그는 “나와 교육생이 어느 정도 ‘케미’가 잘 맞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분들은 계속 같이 가더군요”라고 말했다. 

hydra drawer side

Art or Ark craft 

‘아크라프트’라는 이름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Art+craft’와 ‘Ark+craft’이다. 사람들은 보통 ‘아트’로 이해하는데, 그는 사실 ‘아크(방주, 법궤)’란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독교인으로써 ‘ark’란 단어가 가진 신성한 종교적 의미를 그는 마음에 품고 있다.

그의 원래 직업은 대학 강사, 인하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동 대학에서 대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쳤다. 초중고 아이들보다 목적도 있고 피드백도 좋은 대학생들이나 성인들을 가르치는 게 그의 적성에 더 잘 맞았고 실제로도 좋았다. 하지만 여느 강사처럼 그의 삶은 고단했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계속 미술작업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600만원이 안되는 연봉으론 작업실 하나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 때였다. 누이가 조언을 해주었다. “나무를 가지고 만드는 일을 해보는 건 어떻겠니?” 절박했던 그는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나무로 틀을 만들고 그 위에 캔버스를 씌워서 하는 미술작업을 그가 많이 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시작하기 좋은 조건이 있었던 셈이다. 바로 가람가구학교에 등록했고, 그는 일주일에 2번 있었던 수업만 나가지 않고 거의 매일 학교를 찾아 여러 일을 도우며 배우고 연습했다. 게다가 같이 들어간 동기 중에 미술 전공 관련자들이 많아서 수업도 ‘디자인’ 위주로 진행이 됐다. 그렇게 ‘아크라프트’는 서서히 준비를 시작했다. 

‘가죽’에서 적성을 찾은 아내 

현재 ‘아크라프트’는 가구뿐만 아니라, 가죽 공예 수업도 진행 중이다. 그는 사실 가구에 관련된 교육만 진행하고 싶었는데, 회원들의 요구와 아내의 활약 덕에 두 가지 일을 다 하게 됐다. 그리고 사실 이런 과정 속에는 친구처럼 지내는 한 오랜 회원의 영향도 있었다.

“의자를 만들다가 가죽 소재를 이용하고 싶어, 기초 과정만 어디 가서 한두 달 배우고 만든 적이 있어요. 그걸 보고는 회원들도 배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서로 도움을 주며 친구처럼 지내는 한 회원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공방을 잘 안 나오더군요. 알고 보니 가죽공예를 배우러 다니느라 방문이 뜸했던 거였어요. 나중에 그 친구는 ‘공방예찬’이란 책도 냈습니다. 결국 같이 가구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던 아내를 그 친구가 추천하는 곳에 보내 가죽공예를 배우게 했는데, 아내가 거기서 적성을 찾은 겁니다.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금방 배우더군요. 1년 반 만에 모든 걸 마스터하고 수업을 열었습니다”.

where should we go

전통을 잇는 아크라프트가 되길

올해도 그는 슬로우 퍼니처와 함께 그룹전을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한동안 열지 못했던 개인전도 열고 싶다. 그는 평생 이 일을 하며 ‘아크라프트’가 뿌리를 단단히 내릴 수 있도록 모든 걸 쏟고 싶다. 그는 “일본 같은 경우는 몇 대를 이어서 내려오는 작은 가게들이 참 많죠. 하지만 한국은 아직 그렇게 가업을 잇는 경우가 드뭅니다. 전 이곳이 앞으로도 계속 대를 이어 나름의 문화를 가지고 50년, 60년 쭉 이어졌으면 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금도 ‘아크라프트’는 현재 위치한 공방 외에도 경기도 분당구 야탑동쪽에 하나의 공방을 더 가지고 있다. 지금은 오래된 회원들 위주로 아무 때나 가서 본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는데, 그는 그쪽도 더 활성화되길 원한다. 그의 바람이 이뤄져, 전통을 잇는 공방으로 언젠가 다시 본지에 소개되길 응원한다.

 

아크라프트

공  방  명 : 아크라프트  

대  표  자 : 고영규

품        목 : 원목 가구, 목공 및 가죽 교육 

창  립  일 : 2009년 4월 10

주        소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83-7

블  로  그 : arkraft.modoo.at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