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버라리움 신유성 대표

▶ 목재가 줄 수 있는 다양한 감성과 의미를 포착하고 또 전달하는 곳이야말로 공방이 아닐까. 팀버라리움 역시 그러한 이념에 따라 존재하는 곳이다. 작가의 정신을 갖고 있지만 대중성도 고민하는 신유성 대표. 그는 지금 어디에 꽂혀 있을까. 

목재와 장소의 결합, 팀버라리움
경기도 고양시 간판이 보이는 곳을 지나니 한적한 풍경이 조금씩 늘어난다. 흙과 들판의 색이 이토록 평화롭게 느껴지는 건 도시생활의 피곤함 때문인 건가. 그렇게 찾아간 오늘의 공방, 넓고 쾌적한 창고형 건물 앞에 새겨진 ‘팀버라리움’은 제법 멋들어지고 어울렸다. 이름부터 왠지 목공방의 정체성이 강하게 흘러나온다.    
“팀버라리움은 목재의 뜻을 가진 ‘팀버’와 장소를 뜻하는 ‘리움’을 합쳐 만든 합성어 입니다. 나무에 관한 것들이 모여 있는 곳이란 의미죠”. 신유성 대표는 이곳에서 다양한 원목 소품과 가구를 만든다. 그는 특히 나무 재료만 사용하지 않고 금속, 가죽, 패브릭 등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한 작업을 즐긴다. 나무가 다른 재료들과 버무려졌을 때 나오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이 공방은 바로 그런 느낌을 전달하고자 만든 곳이다. 

유아 원목 체어
강아지 밥그릇

캠핑 테이블과 스툴 인기
팀버라리움의 라인업 중 가장 인기를 끈 제품은 캠핑 테이블 상판이었다. 그 외에도 스툴이나 티 테이블 등을 금속과 콜라보한 제품들도 있는데, 디자인이 같아도 나무의 형태만 달라지면 전혀 다른 느낌이 나온다고 한다. 즐거움으로 시작한 작품이지만 딜레마도 있다. 그는 “재밌자고 시작했지만, 완성도를 추구하다보면 수익성에서 어려움이 생깁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점점 볼륨이 큰 가구로 영역을 넓혀가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품을 계속 작업하는 것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바로 제작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는 특정 라인업을 만들기보다는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바로 새로운 것을 제작할 생각이다. 

거실 테이블
캠핑테이블 상판 오크

 

목공 입문자에게 목공의 맛을 전하다 
“회원을 받아서 교육을 한다는 거, 그게 맞는 걸까 생각했어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말이죠. 뭔가 나 자신을 속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목공 입문자들에게 목공의 맛을 느끼는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1~2명의 소수 인원만 받아서, 기초반이라기보다 목공과외 느낌으로 1:1 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수강생 본인이 천천히 찾아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금방 그만둘게 아니라면 천천히 가는게 좋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런 그의 생각은 이 공방이 품고 있는 가치와 맞대어 있다. 나무가 우리 삶에 주는 가치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형태가 영감이 되다
그는 주로 일상의 다양한 형태 속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혼자 가만히 앉아 무언가를 바라보다가, 또는 길거리를 거닐다가, 뜬금없이 어떤 물체에 있는 한 모양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그 때 바로 생각한다. ‘저 모양으로 무얼 만들 수 있을까, 저번에 만들었던 가구의 포인트로 쓸 수 있겠는데…’. 
한 번은 DNA 형태에 꽂혀서 의자를 만들기도 했다. 갑자기 유전자 모양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단순화해 작품을 만들었다. 그렇게 꽂히는 포인트가 생기면 그는 바로 만들어보고, 거기서 어떻게 발전시킬지 또 어떻게 편하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그렇게 일상의 모든 형태는 영감이 돼 눈앞에 곧 나타난다. 

똑같은 반복에서 탈출을 꿈꾸다
그가 처음부터 이런 작업을 즐겼던 건 아니다. 그 역시 남들과 비슷하게 일반직장을 다니며 똑같을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렇게 살다가 그냥 죽는 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도 후회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영혼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고민을 털어 놓는 남편에게 아내는 “네가 진짜 재밌는 걸 찾아봐”라고 말하며 그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 그리고 바로 둘 다 일을 그만두고 한 달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다녀와서 계속 고민하던 차에 목공을 배워보잔 생각이 들었고, 그는 목공아카데미에 들어가 전문가 과정까지 이어 공부했다. 배우는 중에 몸은 힘들었지만, 재미 있었다. 나무가 잘려 나갈 때 나오는 톱밥이라던가, 그 냄새, 또 샌딩 작업을 하면서 느껴지는 쾌감, 그는 어느새 목공에 빠져버렸고, 배우면 배울수록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평생의 업을 찾았고, 천천히 하지만 오래 가기 위해 공방을 시작했다. 

화장대 정리함

1년을 마무리하며 다양한 경험 쌓아
1년이 지나가고 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다양한 경험이 쌓였다. 한 번은 150년 된 고가구를 리폼 해달라는 의뢰가 있었다. 유럽에서 구매한 마호가니 원목 제품이었는데, 크랙도 심했고, 상판에 비닐 같은 것도 들러붙어 있는 등, 상태가 심하게 안 좋았다. 고객에게 시간을 충분히 달라고 하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자세히 보니 상판 테두리 일부나, 다리 부분에만 마호가니 원목이 들어갔고 나머지 부분은 저렴한 소프트 우드를 쓰고 무늬목을 붙인 제품이었다. 고객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다시 리폼에 들어갔다. 하드우드로 보강대를 튼튼히 만들고, 크랙도 전부 메꾸고, 바니쉬로 오일 마감을 진행하면서 광택도 살렸다. 고객은 너무 만족해하며 약속된 것보다 더 많은 대가를 지불했다.
온라인 판매를 진행한 상품 중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제품은 캠핑 테이블 상판이었다. 시중에서 보통 2만 원대로 팔리는 상판에 비해, 이곳의 제품은 원목으로 하나하나 핸드메이드로 제작했다. 상품평 중에 가장 기뻤던 것은 “이런 퀄리티가 말이 되는가”, “제값을 한다”, “진짜 튼튼하다”라는 평가였다. 캠핑 테이블이지만 많은 고객들이 집에서 여러 단을 세워 인테리어 용품으로 활용했다. 일반 상판은 부서질 염려가 있으나 이 상판은 부서질 염려가 없어서다. 앞으로 상판뿐만 아니라 테이블 부분도 같이 제작할 계획이다. 

리폼 고가구 테이블

복합 공방 단지를 꿈꾸다
신 대표의 꿈은 한 장소에서 금속, 가죽 등 다양한 소재의 작업이 가능하고 동시에 협업도 가능한 단지를 세우는 것이다. 작가들만의 공간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함께 배울 수 있고, 차 한 잔 하면서 오픈키친을 즐기듯이 작업 과정도 구경할 수 있는 그런 목공 멀티플렉스를 마음에 그리고 있다. 지금처럼 겸손히 그리고 천천히 그 길을 걸어간다면 언젠가 팀버라리움이 함께 하는 그 복합문화공간이 고양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지 않을까. 

팀버라리움

공  방  명: 팀버라리움 
대  표  자: 신유성
품        목: 원목 소품, 원목 가구, 교육
창  립  일: 2017년 1월 10일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