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망리단길, 핫 플레이스
가로수길, 경리단길, 요즘은 메인도로보다 뒷골목이 뜬다. 그렇게 뜨고 있는 망리단길에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고개를 돌려 한 번씩 바라보는 ‘핫 플레이스’가 있다.
망리단길을 찾은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망원시장을 지나는 동네 사람들도 한 번씩은 궁금한 그곳, 그곳에 가면 ‘고양이’와 ‘목공’을 사랑하는 추민정 대표를 만날 수 있다.
‘묘한, 나무의 시간’, 영화 제목을 연상시키는 공방의 이름이 특별하다.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제 목공 선생님이 하시던 공방 이름이 ‘나무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거기에 ‘묘한’을 붙였습니다.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묘하다는 느낌도 살려 중의적 표현으로 그렇게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고양이 모양을 한 다양한 소품들이 먼저 눈에 띈다. 좋은 나무들이 그냥 버려지는 게 아까워서 고양이 모양의 소품을 많이 만들었는데, 자투리로 만들다보니 모양이 균일하지 않았고 오히려 묘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 느낌이 살아있는 정말 ‘묘’한 이름이다.

영화판에 있다가 목공의 길로 들어서다
추민정 대표는 영화 연출을 공부했고, 실제로 단편이나 중편 영화를 만들었던 영화학도였다. 열정도 있었고 나름 상도 받으며 인정도 받았지만, 그녀가 마주했던 현실의 벽은 꽤 높았다. 여자가 살아남기 힘든 곳이기도 하지만, 생계 유지가 힘들다보니 하고 싶은 연출보다는 각색 등 다른 인접분야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주변에서도 그런 현실을 인정하라고 하면서 오히려 편집이나 믹싱 등 안정적인 처우가 보장된 일들을 더 권했다. 그럴 때 그녀가 자주 가던 카페 겸 공방이 바로 지금의 스승님이 하던 ‘나무의 시간’이었다.
가구도 멋있고 선생님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제대로’ 일을 하는 선생님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
그렇게 자주 그곳을 드나들다가 어느새 그녀는 점점 목공일에 빠져들었다.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단체작업이 필수인 장르의 특성상 혼자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기본적으로 ‘만드는 것’ 자체를 좋아하다보니, 그녀는 목공을 하면서 영화를 만들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그렇게 목공을 시작하고 어느새 5년이 흘렀다.

선생님과 따로 또 같이
“실은 일산 쪽에 선생님과 함께 쓰는 공방이 따로 있습니다. 큰 물건은 거기에서 제작을 하고, 이곳에서는 주로 작은 소품들을 만들죠. 소품 제작도 하지만, 홍보와 상담을 위해서 집 근처에 따로 쇼룸을 얻은 것 입니다. 지금도 일산에서 선생님과 같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둘이 협동조합 같은 느낌이 있죠”.
지금도 선생님과 인연을 이어가며, 따로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머리를 맞대면서 다양한 주문제작을 하고 있다.
싱크대나 세면대, 테이블은 물론 의자나 반려동물 물품, 그릇이나 도마 등의 다양한 소품들을 만든다. 처음엔 반려동물 물품들을 만들면 사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본인도 선생님도 똑같은 것을 계속 만드는 것은 재미가 없다고 한다. 둘 다 새로운 걸 제작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  

  

만드는 것’ 자체로 행복한 목수
그녀는 ‘만드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끼고, ‘보여주는 것’도 즐긴다. 비록 사지 않더라도, 손님이 칭찬하고 함께 공감해 주면 그걸로 너무 좋다. 스승과 제자의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둘 다 공통적으로 만드는 행위 자체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마케팅에 너무 관심이 없어서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주문가구 의뢰가 들어올 때 열린 주문이 더 끌린다.
그냥 예쁘게 만들어 달라고 하면, ‘짠’하고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것보다 주문자를 놀라게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에 고민도 많이 하고 자재도 되도록 맘에 드는 것을 쓰려고 한다. 그래서 전체를 애쉬나 오크로 만들어도 상판 부분이나 다른 포인트 부분은 월넛을 자주 이용한다. 가령 서랍장을 만들 때, 중간 중간 몇 개의 서랍을 월넛으로 만들어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당연히 마감재는 친환경 오일만 쓴다. 특히 월넛에 텅 오일을 바르면 발색이 예뻐서, 마감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가이긴 하지만 꼭 사용한다고 한다.
당장의 이익이나 효율성보다 과정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다 보니 그 외에 다양한 추억들이 많다. 목공세계 입문초기, 그녀가 SNS에 소품들을 몇 개 올렸는데, 거제도에 사시는 분이 그 소품에 그림을 그려 소장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녀가 만든 것에 처음으로 누군가 애정을 표현해준 순간이었는데, 나중에 그분은 본인이 키우는 고양이와 함께 완성한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줬다.
이를 시작으로, 고객이 내민 자수 작품으로 3단 그릇장을 만들었던 일, 홍학순 작가의 귀여운 일러스트를 입체적으로 디자인해서 만들었던 일, 복잡한 구조를 가진 혼천의 받침대를 도면도 없이 사진만 보고 만들기 위해, 전통짜맞춤 방식을 통해서 삼방연귀, 사방연귀, 끌질로 손에 물집이 나도록 작업한 일 등, 비록 머리와 손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하고 고생했지만, 모두 다 행복하게 흘러간 시간이었다.

영화처럼 만드는 그녀의 작품세계
“저에게 있어서 영화와 목공은 과정이 비슷해요. 영화의 시나리오는 보통 작은 감정이나 순간에서 출발해 이야기가 풀리는데, 저도 그렇게 ‘작은 것’에서 출발하거든요. 보통은 소품을 만들 때 전체를 미리 구상하고 시작하는 게 일반적인데, 저는 나무를 보고 ‘작은 것’에서 시작해요. 나무 자체를 보고, 또 나무 무늬를 보고 무엇을 만들지 결정합니다”.
공방의 이름이 왜 그토록 영화적으로 들렸는지 조금은 궁금증이 풀린다. 그렇게 오늘도 망리단길 한 구석에는 ‘나무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대표자: 추민정
품   목: 원목 가구, 소품 
창립일: 2016년 12월 1일
주   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포은로8길 15
홈페이지: mio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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