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건축학부 배기철 객원교수

8개월이 넘는 설계기간을 거쳐 주택의 골격이 드러났다. 외형은 일반적인 2층 도시주택 이지만, 주변 이웃들이 한옥을 짓느냐며 신기한 눈으로 구경했다.
아마도 기둥-보 건축형식의 중정과 국산 낙엽송으로 만들어진 공간감이 전통주거의 공간적 특징을 회상케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설계 초기부터 기둥-보 방식의 건축을 적극 지지했던 건축주도 완성된 주택의 중정을 보고 목재문화에 바탕을 둔 주거문화가 이제야 이해된다며 미소짓던 모습이 생각난다.
근대화를 거치면 우리만큼 콘크리트에 열광한 사회도 없을 것이다. 근대화, 산업화를 위해서는 문화전통까지 버려야 할 구습으로 간주되었던 시대적 상황에 목재로 된 생활도구는 값싼 플라스틱 공산품으로, 한옥과 같은 목조주택은 콘크리트 아파트로 대체되고 말았다.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심한옥은 박물관의 박제처럼, 우리사회에서 ‘목재문화’의 전통이란 전혀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사실 숭례문 화재에 따른 부실시공 역시 알고 보면 좋은 나무를 어떻게 관리하고 조영해야 하는지, 나무에 대한 기초적 지식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목재목화권에 속해 있었고, 한옥은 그 목재문화의 결정체임에 분명하다.
높고 깊은 산림의 자연환경 덕에, 우리 선조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다양한 도구와 물건들에서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로 독특한 목재문화를 꽃 피웠다. 한국 전통건축의 ‘맞춤’과 ‘이음’은 구축의 핵심이며, 온돌과 마루는 자연의 순리에 따른 절묘하고도 독창적인 공간 구축법이다. 소나무로 기둥과 보를 만들고 흙과 돌 등 자연재료를 사용하여 채움벽을 만들고 공간을 형성하였다.
산림녹화에 성공한 우리는 이제 목재문화의 회복과 공간축에 대한 사회적 협력을 논의할 시점에 이르렀다.
임산업계는 체계적인 산림경영을 통해 목재를 산업화할 수 있도록, 건축업계는 목재를 단순 장식재가 아닌 미래의 건축재료로써 도시 목조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4주택은 우수한 건축 방식이지만 분명 우리 건축문화에는 부족함이 있다.
벽체가 올라가면서 보였던 나무들이 건설과정에서 하나 둘 사리지는 모습에 큰 아쉬움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왜 우리가 기둥-보 방식의 목조주택에 대한 구축적 사고가 필요한 것인지를 이해할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나무를 가공하여 집을 짓는 것은 탄소배출 억제를 위한 전세계적 노력에 부응하며, 생활공간에 노출된 기둥-보 건축방식은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을 바탕에 둔 목재문화의 부활과 지산지소의 주거대안으로 도시 목조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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