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건축학부 배기철 객원교수

알파고(Alpha Go)의 출현은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4차산업 혁명시대를 이끌고 있는 빅데이타(Big Data)와 사물인터넷(IoT)으로 무장된 스마트 홈은 자동차 산업처럼 건설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미래의 ‘좋은 집’이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하드웨어보다 네트워크화 된 소프트웨어가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미래주택이 편리한 공간을 제공하더라도 집과 자동차는 분명 다르기에 건축가로서 주택의 정주적 가치까지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래도시의 건설주체가 타분야와 마찬가지로 건설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란 사실이다.
작년 캐나다에서는 건설방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화제가 됐는데, 그것은 바로 목조건축의 프리패브리케이션(Pre-Fabrication)을 통한 건설의 단순화였다.
그린캠퍼스를 표방한 브리티시콜롬비아 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브록커먼스(Brocks Commons)는 18층, 53m라는 규모와 높이만으로도 세계목조건축계에 관심을 받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프리패브 방식을 통해, 단 9명의 건설인력으로 9주 만에 18층을 건립했다는 점이다. 같은 해 국내에도 대형목조건축물인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이 준공되었지만, 공사 기간만 무려 3년여 걸렸던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프리패브란 공장에서 부재를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일종의 조립식 건설방법으로, 콘크리트나 철골구조의 대형건물에는 이미 적용되고 있는 그다지 새로운 공법은 아니다. 그런데도 브록커먼스에 유독 집중하는 이유는 하이브리드형식의 목조건축이 건설업계에 공장화, 산업화를 가속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목재는 콘크리트나 철골조에 비해 중량이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재료이기에 현장 작업이 용이하고 가공이 쉬워 프리패브에 매우 탁월한 공법이다. 미래의 재료로 평가되는 CLT의 개발과 보급 또한 간결한 구축법을 통해 공기 단축과 건설 생산성을 달성하면서 미래건설시장의 목조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
프리패브는 분명 4차산업 혁명의 완성을 이끌 중요한 기술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대부분의 건축 부재는 자동화, 로봇화를 통해 공장에서 정밀하게 생산될 것이며, 공사 현장에는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스마트빌딩이 완성될 것이다. 프리패브가 패널라이징이란 단순 벽체조립 수준에 머물러있지만, 오히려 바로 지금이 국내 목조산업계가 미래의 건설시장에 대한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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