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건축사사무소 최삼영 대표

그동안 건축은 끊임없는 진화를 했다. 형태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기능적인 변화와 재료의 발전도 놀랄만한 성장을 이뤘다.
원시시대 동굴 속 삶이 볕과 바람이 풍부한 들로 나오면서 비바람과 맹수 약탈자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재료를 찾아내고 만들어왔다. 돌, 흙, 나무, 심지어 풀과 동물들의 배설물에서 조차도 건축물의 재료가 돼왔다.
이렇게 수 없는 시행착오와 탐구를 통해 발전과 성장을 해오다가 콘크리트, 철, 유리의 만남을 통해 건축발전은 첨단적 모습으로 수직 상승하기에 이르렀으며 수십 층을 넘어 백층이 넘는 건축물들이 그야말로 하늘을 문지르고 닦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계단을 넘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의 수직 운송 수단은 표면적이 부족한 대지의 현실을 집을 겹쳐 짓는 고층화로 해결했으며 획일화된 공간 속으로 현대인들의 삶을 포개 넣었다.
이제 콘크리트, 철, 유리, 합성수지 등 이 시대의 보편화된 재료에 밀려 구조적으로 약하다고 여겨진 흙, 나무, 돌은 마감을 위한 치장재 등 인테리어 소품으로 여겨지며 건축의 핵심인 구조로서는 외면 받게 됐고 대학교육에서 조차 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흙과 돌이 고층의 구조재로 사용되기에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나무는 좀 다르다. 이미 300m를 넘는 건축 설계가 진행되고 있으며 나무의 구조적 한계를 공학목재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이는 나무 본연의 가치를 다른 재료와 혼용하여 사용함으로써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구조로서의 목재에 대해 오해를 잔뜩 할 뿐이다. 더욱이 목재를 과학적이지도 못하고 첨단적인 재료라고 불러주기에는 더더욱 무리인 재료로 여긴다.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에 있다. 인간에게 필요한 첨단, 초과학의 필요성이 인간의 행복을 전제 한다면, 초과학과 첨단은 인간들에게 어떤 선물을 주려고 하는가? 지구를 엄청난 에너지 소모와 건설 폐기물로 오염시키는 화학물질이나 콘크리트 등으로 구축하는 것을 초과학적 재료라고 부르는 것은 맞는 말인가?
생텍쥐베리의 소설인 ‘어린왕자’ 내용 속, 물 대신 먹는 알약을 개발한 과학자의 성과는 무엇일까? 샘으로 물을 먹으러 가는 행복감을 빼앗은 것이 초과학이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초과학을 포기하고 싶어질 것이다.
몸을 움직이고 바람과 볕을 맞이하는 것이 건강한 삶이다. 그리하여 친환경적 공간이 초과학적이고 첨단적인 공간이 아닐지 주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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