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과학기술대학교 인테리어재료공학과 김사익 교수

우리나라 삼천리 금수강산에 가장 많이 자라는 나무, 가장 넓은 서식 분포를 차지하고 있는 나무가 소나무이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이라고 애국가 가사에도 나타나듯 소나무는 한국인의 삶과 풍속, 관습, 사상, 신앙 및 문화 활동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였다. 
학자들의 기록에 따르면 소나무가 한반도에서 자라기 시작한 것은 대략 6천여년 전부터 라고 한다. 
소나무의 역사를 더듬어 보면 우리 민족의 역사만큼이나 많은 굴곡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 국정이 문란해지면서 소나무 숲은 고갈되어 갔으나 조선시대에는 나라에서 꼭 필요한 용재로 여겨 국가에서 관리하였다. 이렇게 보호되던 소나무는 조선시대 말기에 송진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마구 훼손되었으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본격적인 수난이 시작되었다. 
태평양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전쟁물자 확보에 다급해진 일본은 우리의 아름드리 소나무를 수탈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수탈은 극에 달하여 궁궐의 좋은 소나무 숲까지 훼손하기에 이르렀다. 
해방 후 정부의 개발정책으로 또 다시 수난을 겪게 되는데 1973년 이후 치산녹화계획에는 장기수 및 유실수를 심자는 산림정책을 폈고, 이를 이용하여 소나무를 베어 팔려는 장삿속이 맞물려 소나무 수난은 한층 가중되었다. 소나무를 괴롭힌 것은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997년 10월 경상남도 함안군 칠원면 용산리에서 최초로 소나무재선충 감염목이 발견된 후 청정지역인 지리산에도 확산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최근 지리산 인근 지방자치단체와의 ‘산림문화와 휴양자원 개발’을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이 언급한 ‘소나무 무용론(無用論)’은 자칭 소나무 예찬론자인 입장에서 순간 당황하였다. 
현재 ‘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이 전국적으로 매년 수천 ㏊의 소나무에 감염돼 큰 피해를 주고 있지만 적절한 방제 약제가 없어 감염된 소나무 고사목을 전량 파쇄·소각·훈증 처리하고 있다 보니 이런 피해로 인한 산주들의 원성이 높아서 나온 말이지 소나무의 가치를 모르고 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난 달 경상남도에서는 처음으로 밀양지역에 소나무 재선충 피해목을 재활용하는 산림자원센터가 운영에 들어갔다. 이 시설은 산림청 시범사업으로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목을 수거해 목재, 건축자재, 톱밥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재활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산림 내 소득사업에 대한 산주들의 요구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소득창출을 위한 경영을 해야 하는 기초자치단체장의 고심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동안 민족과 함께 정서적·문화적·공익적인 가치를 지녀온 우리의 소나무가 경제적 논리에 묻혀버릴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우리의 표상인 소나무를 지켜나가도록 정성을 모으는 일들이 외면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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