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빌더 최현기 소장

목조주택 시공을 하늘이 준 직업이라 생각하고, 현장과 설계에 대한 교육을 하면서 2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러다 보니 불편한 사실들을 많이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어야 시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불편한 얘기를 꺼낸다. 목조주택에서 설계를 하는 건축가나 설계자의 대부분은 자기가 설계한 도면이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건축주의 돈을 받아 해보고 싶은 것을 하며 대리만족 할 뿐이다. 설계 작업시, 디테일 조차도 직접 그리기 보다는 자료를 찾아 첨부하고 그 내용은 모른다. 그러다 보니 건축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말솜씨가 유일한 재주이다. 이러한 일들이 국내 건축시장에 전부는 아니지만 흔하게 발생하는 것은 실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건축과 관련된 교육은 대학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이전에는 관심도 없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학생들은 대부분 점수에 의해 건축과로 진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 과목은 건축학과 건축공학으로 나뉘는데 서로 편한 관계는 아니며, 상호 교육의 연계성은 없다. 그렇게 학업을 마치고 졸업을 하면 남자인 경우 20대 후반이 되고 허겁지겁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며 아이를 낳고 하루하루 살기에 급급하다. 먹고 살아야 하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유일하게 배운 설계를 계속한다. 실무경험이 없는데도 실무자들이 볼 도면을 그린다. 
설계자는 공사가 시작되면 대부분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도면과 현장이 어떻게 일치하는지 모르고, 계속 있어봐야 무시 당하거나 자존감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시공자는 어떠한가. 한때 이런 말들이 있었다. “할 것 없으면 막노동이나 하면 된다”라는 말. 몸으로 일을 하면 돈이 나오니 그곳에서 무슨 기술 전수가 필요하겠는가. 시공자는 현장에서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이 엉터리 인줄도 모르고, 폼 잡으며 무의미한 경력의 숫자만 높아질 뿐이다. 이런 보잘 것 없는 엉터리 기술은 가난이 승계되듯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과연 이 시장의 미래는 있을까? 
몇 년 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구마겐코’ 건축가가 한국에 와서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한국은 지금 주택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젊은 건축가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그로 인한 뛰어난 건축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 말이 맞길 바란다. 필자도 나이를 먹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릴적 생각했던 내 나이는 굉장한 어른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 나이가 돼보니 내가 어릴적 생각했던 그런 어른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릴적 봐왔던 어른도 나이만 많을 뿐 어른이 아니었다. 이젠 건축도 어른답게 생각하고 행동할 때이다. 
남을 속여 가며 열심히 모은 돈을 당신은 죽을때 가져가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당신의 직업을 사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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