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목재보존협회와 산림과학원이 공동 주관한 목재보존분야 기술 연찬회가 있었다. 학계, 과학원, 업계, 전문지가 참여한 자리였다. 산림과학원장과 협회 회장이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목재보존산업의 토론의 장이 돼야 할 자리가 알맹이 없이 싱겁게 끝났다. 5시간에 걸친 비중있는 회의에도 불구하고 왠일인지 업계 관계자들은 몇 명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김빠진 행사 그 자체다. 업계는 여실히 이번 연찬회를 외면했다. 협회와 산림과학원 주관으로 열렸고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H3등급 방부목재 고시 불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어야 할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자리는 그러지 못했다. 업계 참여 의식 부족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지만, 목재보존 연찬회의 토론 내용이 현실 문제를 강력하게 반영하지 못해 업계가 실망했다고 볼 수 있다.
토론 주제는 목재보존분야 연구 성과, 국내 업계 현황, 품질인증 제도, 국내외 목재 보존 기술 설명이었다. 이는 목재이용법이 생긴 이후 업계가 수차례 들어왔던 내용이다. 이를 또다시 기술 연찬회가 반복했다. 업계는 산림청 단속, 방부목재 품질 표시, H3등급 수종별 방부약액 주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찬회는 새로운 내용이 없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업계의 참여도가 낮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다.
방부목재를 생산·유통하고 있는 회원사들이 총 30곳이라 한다. 협회는 회원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방부목재 가격 경쟁으로 업계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연찬회는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귀중한 시간이 됐어야 했다.
물론 업계가 사업을 하느라 바빴다고는 하지만 고시를 추진해 나가는 과학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협회가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방부목재 시장은 사라질 것이다. 현재 방부목 시장은 매우 혼란스럽다. 업체들은 사이당 몇 십원 차이로 인해 과다 경쟁에 휘말리고 H3등급 목재가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어 방부목재 생산도 꺼려한다. 앞으로 방부목재 산업에 어떤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방부목재는 목재 기능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페, 멀바우와 같은 하드우드 사용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방부목재는 우리 산업이 반드시 지켜내야 할 중요 분야다. 하드우드 시장이 커지면 방부목재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질 것이다. 방부목재가 쓰여져야 할 곳이 다른 품목으로 대체된다면 예산 낭비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협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데크, 침목, 조경시설재, 건물 외장재까지 방부목재 사용이 줄고 있다. 방부목재를 적법하게 생산하고 있는 회사들이 스스로 방부를 꺼려하는 상황이 된다면 산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업계가 연찬회를 외면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 보다 현실감 있고 업체들이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실질적인 연찬회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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