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특임교수 윤영균


한지(韓紙)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닥나무를 원료로 재래의 초지도구를 사용해서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한 장 한 장 손으로 떠 올려 만든 종이이다. 한지 만드는 기술은 우리 민족 고유의 기술로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선조들의 문화 정신이자 장인 기술의 집약체로 오늘날까지 고유의 초지 도구와 기법이 전승되고 있는 전통 기술이다. 국민대 김형진 교수에 따르면 우리 한지기술은 닥나무 재배부터 찌고, 두드리고, 종이를 뜨고, 말리고, 도침하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자연과 우주에 대한 섭리와 같다고 한다.
한지의 역사는 중국 후한시대 채륜에 의해 AD 105년 경 종이가 발명된 이후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삼국시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불교가 전해진 4세기말 경 불경과 함께 전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시대적 발전 단계를 보면 통일신라시대는 한지의 정착기, 고려시대는 발전기로서 송나라 사람들은 중국의 종이보다 고려지를 질기고 깨끗하다 하여 최고의 종이로 여겼고 조선시대는 완성기로써 전주, 원주 등 각지에서 한지를 대량생산하고 대중화 하였다. 쓰임새 또한 각종 생활 용품을 만드는 지승공예, 지호공예 등으로 발전되었으며 한옥의 창호지, 장판지, 벽지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쓰였다. 하지만 조선 말,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지는 쇠퇴기에 접어들기 시작했고 제조기술만 남아 겨우 전승되기에 이르렀다.
안타까운 것은 한지기술이 전승되고는 있지만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한지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체계화 되지는 못해 점차 일본의 화지(和紙)나 중국의 선지(宣紙)에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원료인 닥나무 재배 또한 미흡하며 아직도 생산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지속적인 양질의 원료 조달이 어려운 실정에 있다.
그동안 전통한지를 산업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닥나무 조림을 추진해 왔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제대로 된 조림지를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다행히 문화재청에는 2005년에 전통 한지의 올바른 보급과 전승을 위해 한지장(韓紙匠)을 중요무형문화재 제117호로 지정하였다. 우리 한지 기술이야 말로 중국의 선지 제조기술과는 다르며, 일본이 닥나무를 사용해 만든 화지는 원료는 같지만 초지 기술은 전혀 다른 고유성을 갖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이다. 이미 일본의 화지와 중국의 선지는 2009년에 나란히 등재된 바 있다. 우리도 한지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함으로써 한지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려 미래 첨단소재 산업 및 예술공예 산업과 융합한 새로운 한지산업 발전 방안이 강구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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