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객원교수 배기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 건축설계 담론중에서도 현대 도시에 나무를 건축재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로 혁신적이다. 콘크리트를 나무로 대체하는 것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도시개발을 가능케 하는 미래건축의 대안임에 틀림없다. 메트로폴 파라솔(Metropol Parasol), 퐁피두 메츠(Pompidou-Metz)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시도되고 있는 대형 목조건축물은 도시 문화의 아이콘으로 도시민의 자부심을 넘어, 미래도시와 건축적 비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탄소배출 감축 37%를 달성해야 하는 우리도 도시목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실천전략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하나의 기념비적 건물을 건립하기 보다는 오히려 단지형으로 개발하는 1도심 1목조단지 건립을 제안한다. 현재 서울시에서 구상적인 27곳의 도심재생사업을 기존 콘크리트 일색의 개발방식에 탈피하여, 목재사용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한다면 친환경도시의 상징으로서 21세기가 지향하는 개발모델이 될 것이다. 좋은 정책과 올바른 도시개발전략은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한 건축가의 비젼으로 시작된 청계천 복원은 단순 일개의 구조물을 철거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고가구조물을 철거하게 하였고 생태하천을 복원하는 친환경 도시로의 문을 열게 했다. 물론 단일 목조건축이나 하나의 목조단지로만 ‘37%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지만, 그린 어바니즘에 입각하여 도시를 압축적으로 개발하고, 고효율 건축과 교통유발 억제를 위한 디자인 적용 등 종합적인 접근이 이루어진다면 적어도 매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해외감축분 11.3%’의 감축이 불가능한 도전만은 아니다. 오늘날의 목재는 콘크리트나 철이 가진 20세기의 재료들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기능적으로 우수하며 친환경적이다. 개발이 요구될 때마다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남용하는 방식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산림경영을 계획하고 국산목재를 장수명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임산업계와 건축계는 함께 마련해야만 경쟁력을 갖춘 미래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도시는 유기체처럼 변화하면서 발전한다. 도시의 미래는 도시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하는가에 달려있다. 나무는 21세기 도시와 건축을 만들 혁신적인 건축재이며, 당면한 온실가스 감축과 제로에너지 건축을 실천할 대안임에 분명하다. 비록 지금은 과거 선조들이 물려준 목조기술을 잃어버렸지만,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할 건축디자인을 준비하여 ‘다시 목조문화의 황금시대’를 여는 것은 이 시대 건축가의 사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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