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가와건축)의 최삼영 소장은 대한민국 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대한민국 토목건축 대상 최우수상 수상과 더불어 건축과 관련한 수많은 수상경력으로 알려져 있는 ‘건축의 장인’이다. 그가 설계하고 시공한 다양한 컨셉의 건축물들은 외형적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주변의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조형미를 나타내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최삼영 소장은 “과거에 설계하거나 지은 건축물들을 다시 보면 스스로 부끄러운 것들이 참 많다”며, 건축가는 자연과 사람들 앞에서 늘 겸손한 마음으로 일해야 함을 강조했다. 다소 일찍 찾아온 초여름의 더위가 살짝 잦아드는 바람이 불었던 6월의 어느날, 최삼영 소장은 특유의 여유있는 미소로 인터뷰를 하러온 기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목재에는 건축의 수치로 표현할수 없는 가치가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겉치장보다 적정한 비례와 어울림이 중요
건축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목재 가르치고 싶다  

 

▲민마루 주택 1

목재를 선호하는 건축가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있는 가와건축의 여러 건축물들에는 실제로 주요 부분에 목재가 많이 사용됐다. 이렇게 목재를 건축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습관은 2001년 일산의 자택인 ‘민마루 1’ 주택을 목재로 직접 지어본 것에서 비롯됐다. 내 손으로 내 집을 직접 짓는 작업인 만큼 다른 이의 도움을 최대한 배제한 주택을 짓고자 결심하고 찾게된 자재가 바로 목재였다. 그때까지는 목재를 주재료로 직접 시공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시공 과정에서 여러차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그래서 다른 건축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면서 약 9개월간의 설계와 시공기간을 거쳐 주택을 완성했다. 직접 집을 지은 건축가의 눈에 여기저기 헛점들이 많이 보이는 집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 마음 가는대로’ 집을 지었기 때문에 이전에 자주 보아오던 집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의 목조주택으로 남게됐다. 스스로의 평가와는 별개로 주변의 많은 분들이 좋게 평가해 주셔서 나름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목재는 희생적인 소재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목재는 생각할수록 참 희생적인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생각하면 목재는 건축자재에서부터 공예품, 생활용품, 심지어는 숯으로 태워서 한줌의 재가 되고, 그것이 밭의 거름으로 사용되는 등의 광범위한 용도로 쓰여진다. 사람에게 이렇게도 헌신적인 존재가 또 있을까. 단순히 소재로써의 강도 얼마, 함수율 얼마와 같은 수치로 표현할수 없는 특유의 느낌, 질감, 그리고 사람에게 유익한 여러가지 요소들이 목재의 진정한 가치를 나타내는것 같다. 앞으로 건축가들에게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가 한가지 있다면 어떻게 하면 목재를 건축에서 더 잘 활용할수 있는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파주 헤이리 소소헌

   

자연에게는 겸손하게, 인간에게는 친절하게      
처음부터 애써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와건축의 건축물들은 많은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많은 상을 수상하게 됐다. 감사하기도 하고 스스로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서 이따금씩 건축상을 많이 수상한 비결이 무엇인지 묻는 이들이 몇명 있었다. 그럴때마다 딱히 그런 비결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우리가 지은 건축물들에서 두드러지는 일관적인 특징을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도시도 자연이고 산속도 자연이고 바닷가도 결국에는 넓은 의미에서는 자연의 공간이다. 지역마다의 특색이 있고 그곳만의 경치가 있고, 지형(地形)이 있다. 건축물은 이 모든것을 자연스럽게 아우르면서도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편리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지론이다.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하게, 그리고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삼국사기의 ‘백제본기’에는 온조왕이 새로 지은 위례성 궁궐을 보면서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라고 표현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말인 즉슨,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의미다. 주변의 환경, 그리고 사람을 압도하는 화려함보다는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단순함이 아름다운 궁전에 대한 백제 온조왕의 찬사가 담겨있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접하고서 개인적으로 건축가로서 지향하는 아름다움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확고하게 정할수 있었다. 모든 것의 미적인 측면에는 세상을 바꿀수 있는 힘이 있다.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한 시대의 정신과 문화를 담아 후세에 전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렇기에 건축가들은 이 사회에 좋은 건축물들을 많이 남길 의무가 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겉치장보다 적정한 ‘비례’에 있다고 보는 편이다.
주변 경관과 건축물의 비율, 건축물 구조간의 비율이 보기에 거슬리지 않고 무리없이 맞아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평 삼회리 주택 외부 전경

 
애착이 남는 가와건축의 건축물
특별하게 이 건축물에 애착이 간다고 할만한 것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 가운데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것들이 있다면, 서편의 아름다운 경치에 음악으로 화답한다는 의미가 담긴 경기도 가평의 목조건축물 ‘서경답가(西景答歌)’와 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의 김갑봉 소장과 함께 작업한 파주 헤이리의 ‘소소헌’이 있다.
특히 소소헌의 경우 기존의 자연과 어우러짐을 중요하게 생각해 자연의 훼손을 줄이고자 폴 파운데이션(기둥위에 데크를 설치한 후 집을 지어 올리는) 구법을 이용했으며, 실내에 있는 조명 스위치와 같은 소소한 부분까지도 직접 디자인해 시공했다. 일련의 시공 과정들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정성이 깃든 집이기에 다른 건축물들에 비해 애착이 조금 더 간다.

▲가평 삼회리 주택 내부 전경

가와건축, 그리고 건축가 최삼영의 목표
건축가 최삼영, 그리고 가와건축의 목재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특히 요즘 목조주택을 찾는 분들이 많으시다고 하니 앞으로는 할일이 점점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목재를 활용한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목재와 함께 재미있게 놀아보는 것’이 목표다. 목조주택 뿐만 아니라 작은 예술 작품, 생활용품도 만들어 보면서 즐겨보고 싶다. 여기에 한가지 더 보태서 개인적인 바람을 이야기 하자면, 건축을 공부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에게 ‘목재’를 가르치고 싶다. 단순히 학문적으로 배우는 건축자재들 중에 하나가 아닌, 지난 수십 여년의 세월동안 목재로 건축물을 지어오면서 느꼈던 감동을 젊은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미래의 목조건축이 더욱 발전할수 있는 초석이 되도록 하는 것. 앞으로의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계획들을 조금씩 실천에 옮겨보고자 한다.

▲민마루 주택 2

 

<회사프로필>
회사명:
 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자: 최삼영
분  야: 건축설계 및 시공, 리모델링, 인테리어, 조경 디자인, 목구조 연구
주  소: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12길 16-6
문  의: 02-3143-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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