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 발행인 윤형운

추모글을 쓰는 게 고통스럽습니다. 고인의 삶에 누가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가장 고통스럽다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으시고도 희망을 잃지 않았었고 열심히 치료받아서 한 달 전만 해도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을 만큼 호전이 되는 것을 지켜봤던 저로서는 지난 15일 수요일 밤의 부음은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이 계신다면 이분만은 꼭 살려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뒤로 한 채 55세의 젊은 나이에 운명하셨습니다. 비통함과 안타까움을 감출 길이 없고 하늘만 보아도 가슴이 메어지고 눈물이 납니다.

常林 엄영근 교수님은 위대한 업적이 있거나 높은 관직에 오른 분은 아닙니다. 그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제자에게는 최고의 스승이었고 주변 지인들에게는 마음씨 좋은 오랜 친구같은 존재였습니다. 권위나 가식을 철저히 배제하는 그분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진실 그리고 진정성을 추구하고 실천을 우선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장례식장에서 500백명이 넘는 제자들의 무거운 조문을 보면서 참스승을 잃은 그들의 아픔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조문자리를 쉽게 뜨지 못하는 제자들을 보면서 그분의 제자 사랑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故 엄영근 교수님은 국민대학교에서 해부학과 목질재료 분야를 항상 열정으로 강의하셨고 25년간의 강의자료 대부분을 아름드리회 웹사이트에 공개해 모든 이들이 참고할 수 있게 베푸셨습니다. 정통 목재해부학자로써 발표한 수많은 논문들 속에서도 학자적 진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故 엄영근 교수님은 한국의 목재산업 발전에 애정이 많으셨습니다. 목재업계로 취업한 수많은 제자들은 그의 노력과 열정을 반증합니다. 고인은 학회세미나가 열리는 날에 강의가 있으면 학회가는 것을 포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울 만큼 어떤 일에도 강의를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교수가 된 이후로 25년간 학교의 개강이나 종강총회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제자들과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셨습니다. 그렇게 사랑을 주시고 가셨습니다. 제가 한국목재신문을 창간하고 일일이 신문을 비닐봉투에 넣는 작업을 할 때 제자들을 보내서 도움을 주셨던 일도, 본사를 통해 발행된 여러 고인의 저서들도, 목재산업의 발전의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목재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재공학회에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때도 지지부진한 법조문의 골격을 날밤을 새서 만들어 오시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분의 열정이 목재법의 오늘이 있게 했다고 믿습니다. 고인은 남의 눈에 드러나지 않는 실천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고자 했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그런 분이 지금부터 할 일이 더 많은데 이제 그 꽃들이 하나 둘 피워질텐데 세상과 작별을 고하니 정말 원통합니다. 하지만 그분의 학문적 진정성과 제자를 키워내고 돌봐주신 열정과 사랑과 베품의 시간들은 그 누구도 따라 올수 없는 참스승의 길 그 자체였고 영한한 생명의 길을 걸었다고 확신합니다. 고인이 없는 세상일지라도 고인의 참교육과 참사랑의 유지가 살아 숨쉬는 세상이 열리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말 오랫동안 당신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