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의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보세지역에 수 십 여개 업체가 창고를 빌려 목재를 수입하기도 했었고, 직접 판매도 했었다. 그런데 이 북항에 문제가 생겼다. 한진중공업이 땅을 매각하거나 새로운 도로 건설을 이유로 비워 달라 한 것이다. 북항에 있는 목재업계는 인천시에 북항을 조성할 때 26만 여 평의 땅이 목재전용단지였다며 이 땅을 불하 또는 임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던 중에 임광토건이 법정관리 되면서 북항 주변의 땅이 매각대상이 됐고 이는 목재업체로 매각됐다. 그리고 일부 북항배후단지의 땅이 임대돼 목재업체가 입주했다. 한진중공업의 보세부지는 시한부로 창고를 지어 목재합판유통회사들을 중심으로 창고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는 아라뱃길로 이사를 했다. 불과 1~2년 사이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목재업체의 창고시설은 과거보다 더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데 창고는 커지고 쌓아두는 재고도 많아지게 됐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늘어난 창고 캐퍼를 염두해 두고 주문량을 늘려 수입 원가를 낮추려는 경쟁에 돌입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해외 원목이나 제재목 가격은 오르고 있는데 국내 목재가격은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 심지어 몇몇 제품은 원가이하로 거래되는 상황이다. 합판, 방부목, 내장용 제재목 등은 치열하다 못해 자멸이 아닌가 싶은 느낌도 들기까지 하다. 지금 있는 방부목도 올해 안에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농산물도 아닌 목재제품의 공급과잉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이렇게 가면 승자는 없고 곪고 터진 업체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아무도 원치 않는 상황이다. 시중에는 덩치가 커져야 이길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현실적으로 이런 위기감을 배척하기 어렵다. 그러나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양적 팽창과 가격 경쟁은 업계의 수명만 단축하는 결과를 낳았다.

제도적 견제를 받지 않는 지나친 경쟁은 치수를 줄이는 비상식적 비도덕적 경쟁을 낳는다.

소위 내장각재 30㎜각이 27㎜각이 되면 19%나 체적이 줄어든다.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려다 보니 제품의 사이즈를 줄이는 선택을 한다. 치수를 줄이고서도 소비자 또는 시장이 원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외면해 버린다. 소비가가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고 부정경쟁을 한 셈이다.

우리가 치수를 지키고 공급과잉을 줄이려면 유통물량을 서로 확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협회나 관이 나서 이 문제를 접근해 줘야 한다. 농산물은 공급과잉이면 정부가 사서 비축하기도 하고 부족하면 수입해서 공급을 늘려주는 정책이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공급과잉인지 부족한지 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정적한 수요를 계산하고 수요와 공급을 예측해서 물량의 조절이 될 수 있도록 체계화 시켜줘야 한다. 그래서 적정한 마진이 확보돼 재투자되면서 성장해야 목재산업의 미래가 있다.

공급과잉은 우리의 경영여건을 악화시키는 가장 경계하여야 할 사안이다. 무분별한 수입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하면 서로에게 독화살이 되어 날아온다. 이 독화살을 피하려면 시장의 물동량 정보가 공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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