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의 화재사건으로 지붕과 기둥 구조물 대부분이 불에 탔던 숭례문. 처참하게 탄 숭례문 주변에 높은 펜스가 쳐졌고 문화재 당국과 전문가 집단은 전통기법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복원하기로 하고 5년의 기간을 설정해 공사를 진행했다. 5년의 복원기간이 터무니없이 짧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무시되고 공사는 강행됐다. 일본의 고건축 문화재 복원과정 전체가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것과는 다르게 비공개와 단기간 복원공사는 지금의 부실논란의 시초가 되고도 남는 결정임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기둥이 갈라지고 단청이 떨어지는 부실현상에 불구하고 문화재용 목재소재에 대한 과학적 근거 없이 전통의 재현이라는 단어에 집착했다. ‘그들만의 리그’로 만든 폐쇄성과 초스피트 복원이라는 성과에 치우치게 된 모든 과정을 다음 역사를 위해서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숭례문 부실시공을 두고 러시아산 목재가 사용됐다는 제보에 대해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연륜연대학의 권위자인 충북대 박모 교수의 자살은 아주 충격적인 뉴스였다. 피의자도 아닌 분이 검증을 하다 불명확한 이유로 자살한 사건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한 의혹만 커지게 했다. 그분이 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실체적 조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지길 바란다.

문화재 공사는 복마전과 같다는 말이 언론지상을 통해 나온다. 이미 고인이 된 충북대 박모 교수는 문화재에 사용된 목재에 작고 깊은 구멍을 뚫어 연륜을 분석하는 연구를 해 왔다. 이 때 마다 당국에서는 문화재 훼손이라며 분석방식에 대해 이의제기가 계속됐다. 우리는 큰 기둥에서 작은 구멍을 내서 샘플링 하는 것이 진정한 훼손인지 묻고 싶다. 분석하고자 하는 기둥이나 보의 체적의 1만분지 1도 안 되는 시료 채취를 두고 훼손이라고 한다면 기둥에 발생한 할렬은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할렬은 구조에 아무지장이 없으니 메꿈제로 메꾸면 그만이라는 식의 답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 이는 문화재용 목재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막는 의도라 볼 수 밖에 없다. 일부 언론에서는 국산 소나무는 할렬이 없고 변형도 없으나 러시아 소나무는 그렇지 않다고 보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또 목재가 원하는데로 건조되는 만능의 소재인양 여과 없이 부각되는 것도 씁쓸하기만 하다.

이럴 때 아쉬운 대목은 관련 학회나 협회에서 언론사에 잘못된 정보를 시정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국민 홍보차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번 숭례문 부실복원문제는 총체적인 문화재급 건축물 관리가 허술하다는 방증이요, 전문적 견해가 무시되거나 축소되어 전통이라는 용어에 무한 집착하지 않았나 반성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아직도 검찰의 조사 결과를 열어보아야 하겠지만 복원에 필요한 목재부재의 과학적 접근이 결여된 관행적 시공 결과의 연장선일 뿐 어떤 의도적 범죄는 없을 확률이 높다. 누구보다 연륜연대학 분야에서 묵묵히 연구에 정진한 박 교수를 잃게 한 모든 책임은 어쩌면 이 사회에 있다 하겠다. 진정한 숭례문 복원은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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