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기업 주식회사 Ⅷ

인니 동화기업 원목 벌채 현장에 가다(2)
‘우지끈 꽝’ 천둥소리를 내면서 공장 굴뚝같은 라왕 거목이 밀림 속으로 나뒹구는 순간 하늘이 훤히 열리고, 습기 찬 원시림 속으로 열대의 폭양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어느 틈엔가 4~5m 뒤로 잽싸게 물러난 3인조 벌채작업자들의 톱밥 튀긴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서린다. 직경 1.2m, 길이 30여m의 거목을 쓰러트린 벌채작업자들은 또 다른 거목을 찾아 나선다. 한국은 한 겨울이지만 이곳에는 숨을 막히게 하는 적도의 열기가 한창이다.
“나무 쓰러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넘어질 방향을 가늠해 놓고 작업을 하지만 꼭대기의 가지들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서로 뒤틀리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모두 10여개의 벌채조가 이 지역에서 잘라내는 원목은 하루 90여개, 하루 생산량은 돈으로 따지면 6만 달러 수준이다. 쓰러뜨린 원목은 껍질을 벗긴 후 불도저로 끌어낸 다음, 대형 트레일러에 싣고 장장 100㎞의 임도를 따라 캠프까지 간다. 원목개발은 항공사진을 통해서 임목상황을 파악하고 그라운드 서베이(조사)를 통해서 벌채대상을 체크하는 매목조사를 하고, 이를 근거로 임도를 만들고 벌채에 들어간다. 한국인 1명과 현지인 20여명이 한 팀을 이뤄 20여일간 야영을 하면서 벌채 대상지역을 그라운드 서베이하는 작업은 더욱 위험하다.
“맹수의 위험은 없으나 독충과 독사가 많고 특히 대들보 같은 썩은 가지가 머리위로 떨어질 때가 있어 아주 위험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이미지를 심는 것
우리 손에 의한 윈시림 개발은 자원 확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 이익이 되고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 지역에 한국의 이미지를 심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고양이들은 쥐를 잘 잡지 않는다. 굳이 기를 쓰고 쥐를 잡지 않아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먹이가 많기 때문이다. 밥그릇에 들쥐들이 얼씬 거려도 그늘에 늘어져 있는 고양이는 눈만 껌뻑일 뿐, 쥐를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쥐를 외면하는 이 고양이의 모습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성품과도 비슷하다. 매사에 서두르는 일이 없고 의식주 확보에 각박함이 없다.
밀림속에 산재해 있는 원주민들도 생활의 절박함은 없다. 바나나 등 열대과일이 풍성한 이곳에 화전을 일구어 밭을 갈고 고구마 비슷한 ‘다비오카’를 조금 심어 놓으면 식생활은 해결된다. 여자들은 원피스, 남자들은 러닝셔츠에 치마모양의 ‘살롱’을 두르면 생활에 불편은 없다. 그러나 인니동화(동화기업의 현지 법인명)가 원목개발 사업을 하는 이곳은 다르다. 인니동화 생산본부 주변에 현지인들은 연립주택을 지어 20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주거비는 물론 인니동화가 발전한 전기를 무료로 공급받고 있고, 깨끗한 수돗물도 무료로 공급받고 있다. 인니동화가 지어준 이슬람 교회에서 기도를 하고, 인니동화가 지어준 병원시설도 이용한다.
인니동화가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일반인 마을이 형성됐고 초등학교도 지어줘 인니동화 경비로 운영하며 자녀들은 무료로 학교에 보낸다. 현지인 임금은 1인당 평균 월 7만원선, 이곳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한 벌채조의 조장은 “오랑 코리아 덕분에 일자리를 얻었다”면서 이 지역이 계속 발전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인들의 생활시설은 훌륭
인니동화가 이곳에 처음 진출했을 때 현지인들은 한번 월급을 타면 돈을 다 쓸데까지 4~5일씩 결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애를 먹었으나, 지금은 소득개념에 눈을 떠서 열의를 보이고 있고, 너 나 없이 저축을 하는가 하면 대부분이 컬러TV를 갖추고 있어 인니동화의 발전량이 달리는 형편이라고 했다. 인니동화에 파견 나와 있는 한국인들의 생활 시설은 아주 훌륭하다. 생산본부 주변에 산뜻한 숙소 30여 채를 지었다.
식당, 휴게실, 어린이놀이터, 교회, 병원, 테니스코트가 설치돼 있고, 숙소에는 컬러TV, 냉장고, 에어컨, 수세식화장실 등이 갖춰져있다. 자가 농장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각종 씨앗으로 재배한 채소가 매일 식탁에 오른다.
한국인 직원 중 가족을 데려온 사람은 8가구뿐이다. 주택과 식료품이 무료로 제공되지만 자녀교육 때문에 단신으로 나와 있는 사람이 많다. 남편을 따라 이곳에 온지 3년이 됐다는 김모여인(31)은 “공기 좋고 기후도 지낼만하지만 생활이 단조로워 지루하고 답답하다”고 말한다. 워낙 교통이 불편한 오지라서 한번 들어오면 좀처럼 나가기 어려운 창살없는 감옥이 이 지역이다. 직원들은 일과 후 테니스를 치거나 휴게실에 모여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며 꼬마들의 재롱을 구경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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