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 홍혜은 기자
한옥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당연하게도 한옥의 현대화 작업이 함께 이뤄져 왔다. 업계에서는 전통한옥과 신한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옥을 바라보고 평가하고 있고, 때때로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우리 업계는 아직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옥의 현대화는 보급화의 측면과 맥락을 함께 하는데, 이 때문에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한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심 곳곳에 한옥 스타일의 건축물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지자체를 포함한 다양한 곳에서 한식 건물을 선호하고 있고 실제로도 많이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지어지는 대다수의 한옥들은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을 놓치고 있다. 바로 전문성이다.

한옥 시공은 대개 개인 건축주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의뢰도 늘었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건축을 결정한 이후, 설계 단계에서 발생한다. 건물 하나가 지어지기 위해서는 도면이 필요하다. 한옥에서도 마찬가지다. 시공 의뢰를 받은 회사들은 도면 설계에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교수들이나 건축가들이 설계에 참여하게 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게 의뢰받은 한옥 설계에는 진짜 ‘한옥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한옥 전문가는 대체로 목수를 의미하게 되는데, 목수를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문화재수리 표준품셈에 따라 진행이 돼야 하지만, 표준품셈이 너무나 낮게 책정돼 있어 전문가들의 참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비전문가의 참여로 지어진 한옥은 그저 ‘한국 스타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설계한 도면이 실제 시공시의 다양한 요인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옥의 구조나 설계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도면은 시공 시에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도면과 설계가 달라 공사가 중단되는 일은 실제로 비일비재하다.

비용대비 멋진 건물을 짓고 싶어하는 노력은 가상하나, 제대로 설계가 가능한 전문가가 없다는 사실은 무척 아쉽다. 한옥의 현대화와 보급화라는 측면은 유익한 부분이 많지만 대중성과 맥락을 같이 할 수는 없다.

현대화와 보급화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과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한옥이 ‘싸고 저렴하고 빠르게’ 지을 수 있는 한국 스타일 건축물이 되어가고 있다면 이는 분명한 문제다. 정부와 관련 업계측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제대로 설계할 줄 아는 전문가의 양성도 필요하다. 합리적인 가격과 시스템을 고민하기에 앞서 한옥을 한옥으로써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