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창산업 제재공장 Ⅳ

선창산업의 MDF 제2공장이 한참 가동될 때인 2004년 5월, 필자는 정해수 회장(당시 77세)을 인터뷰하러 선창산업을 방문했다. 당시 77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꼿꼿하고 건강해 보이는 정해수 회장은 필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당시 정해수 회장에게 뉴질랜드 정부가 원목 수출을 줄이고 가공재 위주로 수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직후여서 앞으로 뉴질랜드가 원목수출을 줄이면 선창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원자재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정 회장은 필자에게 뉴질랜드에 가본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뉴질랜드에는 가본적이 없다고 하자, 정해수 회장은 “뉴질랜드는 어차피 원목을 수출하지 않고는 못 배길 나라”라고 하면서 “뉴질랜드는 항만과 가까운 구릉지에 라디에타파인이 많이 조림돼 있어서 임도(林道)가 바둑판같이 나있고 항만까지 끌어오는데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으며 30년 단위로 계획 조림을 했기 때문에 영원히 원목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뉴질랜드의 라디에타파인 임상으로 봐서는 어차피 본인들이 다 쓸 수도 없고 원목을 수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해수 회장, 최신식 제재공장 건설 계획
정해수 회장은 MDF공장 두개가 가동되자 원재료 공급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MDF공장 원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신식 제재공장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신식 자동화 제재공장을 짓기로 결심한 정해수 회장은 공장을 지을 부지 확보를 위해 2003년 6월 선창산업 바로 옆에 있는 한진중공업 소유 3필지 토지 1만484평(인천 중구 북성동1가6-145)을 매입하는 한편, 2003년 8월에는 당시 경매로 나와 있던 한양목재 소유 토지 8709평(인천 중구 북성동 1가 6-82)을 125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독일 링크(Link)社와 제재공장 건설 계약
선창산업 정해수 회장은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유명 제재기계 설비 제작회사들을 둘러보고 이들 회사들로부터 최신식 제재공장 건설에 참여의사를 타진했다. 경쟁은 치열했다.
당초부터 일본의 3개 회사는 재래식 설비였기 때문에 검토에서 제외됐고, 브라질의 무스메이社는 장거리 운송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돼 검토에서 제외했다.
결국 독일의 링크(Link)社와 EWD社를 상대로 협상에 들어갔다. 선창산업은 내심 링크社를 점찍고 있었으나 우선 EWD社를 상대로 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공략했다. 그리고는 이를 링크社와 가격협상을 하는데에 십분 활용했다. 그러나 링크社도 어느 정도 양보는 했지만 일정가격 이하로는 불가능하다고 버텼다.
이에 선창산업은 EWD社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 수 없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다시 압박했다. 그런지 사흘 후 링크社는 가격을 낮추는 대신 라인 스피드가 조금 떨어지는 설비로 하자고 제안해왔다. 이에 스피드 때문에 가격차이가 난다면 차라리 EWD社를 선택하고 그 문제는 추후 보완해도 된다고 주장하면서 최종시한으로 정한 아침까지도 링크社는 답이 없었다. 협상이 결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링크社는 속도가 빠른 설비를 속도가 느린 설비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최종 통보해왔다. 밀고 당기는 끈질긴 가격 절충 노력 끝에 얻어낸 성과였다.
이 덕에 선창산업은 계획 때 수립했던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링크社와 계약한 제재라인은 원목의 분류, 제재, 포장에 이르기까지 전부 자동화로 이뤄진 시스템이었다.
컴퓨터가 원목의 형상을 분류해 투입하면 그에 맞게 각재나 판재로 제재하고 남은 죽데기 부분은 자동으로 칩퍼(chipper: 파쇄기의 일종)로 들어가서 파쇄돼 칩(chip)을 쏟아 낸다. 제재목을 켜고 죽데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MDF 재료로 쓸 수 있는 칩으로 바로 나오게 설계된 설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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