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벽6

▲그림 1. 서부적삼나무 가도관 선단부 사이의 유연벽공대(A), 춘재와 추재 가도관 유연벽공(B) 및 가도관과 방사유세포 사이의 맹벽공(F), 남부목련 섬유상가도관의 윤출공구(C), 타와 도관요소 사이의 유연벽공대(D) 및 라디아타소나무 가도관과 방사유세포 사이의 반연벽공대(E).
목재가 가볍지만 강한 성질을 지닐 수 있는 비밀은 목재를 구성하고 있는 조직의 미묘한 구조에 기인한다. 즉, 목재를 구성하는 세포의 수는 대략 1㎤당 침엽수재인 경우 35~50만 개 그리고 활엽수재인 경우 200~300만 개 정도 되는데 이들 가운데 대부분, 즉 부피 면에서 볼 때 침엽수재의 경우 90∼95% 정도 그리고 활엽수재의 경우 70∼90% 정도가 수목의 줄기 방향인 축방향으로 배열돼 있는 속이 빈 섬유 또는 관 모양의 세포이기 때문에 가능해 진다. 동일한 무게 조건 아래에서는 막대기보다는 파이프(pipe)가 강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목재는 단순한 다공성 재료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파이프를 묶어 놓은 듯한 구조로 돼 있다. 이 구조는 벌집과도 비슷한 구조이기 때문에 벌집(honeycomb) 구조로도 불리고 있다. 간단하게 속이 빈 관으로 시험해 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관 모양의 것은 종방향의 힘에 대해서는 강하지만 횡방향으로부터의 힘에는 쉽게 구부러지게 된다. 이러한 점이 목재가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강도를 나타내는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셀룰로오스는 사슬 모양의 긴 고분자로써 인장에 대해 매우 강한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침엽수재의 구성 세포인 가도관이나 활엽수재의 구성 세포인 목섬유의 세포벽에서는 셀룰로오스의 다발인 마이크로피브릴에 의한 실 모양의 구조체가 세포내강을 둘러싸는 형태로 돼 있다.

게다가 나선상으로 배향돼 있는 마이크로피브릴 사이를 헤미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이라고 하는 물질이 메우고 있어 세포벽은 강고해지게 된다. 또한 인접한 세포의 사이에서는 리그닌이 이들 세포를 서로 붙여주는 접착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목재는 압축력에 대해서도 큰 저항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마이크로피브릴이 나선상으로 배향되어 있는 구조를 나선꼬임(helical winding) 구조라고 부른다. 섬유를 단순한 다발 모양으로 묶어 놓은 것이 아니라 섬유를 서로 꼬아놓음으로써 밧줄 등이 강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선 꼬임 구조는 역학적으로 우수한 것이 되고 있다.

이처럼 파이프가 다발 모양으로 묶여 있는 듯한 모양의 벌집 구조 그리고 특히 섬유 모양의 세포벽 가운데 가장 두꺼운 층인 중층에서 셀룰로오스 마이크로피브릴이 세포의 축에 대해 거의 평행한 방향으로 배향돼 있으면서 나선 꼬임 구조를 이룸에 따라 목재는 섬유방향으로 가해진 외부의 힘에 대해 동일한 무게의 다른 재료에서는 얻어지지 못하는 강도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수목 중에는 지름 수 m, 키 100m 이상이나 되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지름 2m, 키 50m 정도 되는 수목인 경우 무게가 100ton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수간은 이처럼 거대한 몸체를 지지할 뿐만 아니라 꼭대기까지 수액을 계속 끊임없이 보내기 위한 파이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러한 목재의 구조는 수목의 생장 목적에 잘 들어맞을 뿐만 아니라 거대한 몸체가 모진 풍상에 견뎌낼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벽공의 구조
모든 종류의 세포는 연속적이지 못한 2차벽을 지니고 있는 특징을 보이게 된다. 그 대신 세포벽은 2차벽이 쌓이지 못해 생긴 개구부인 벽공(pit)에 의해 단절돼 있다. 하나의 세포에 발달되어 있는 벽공은 인접 세포의 벽공과 마주보게 되는 것이 정상이다. 따라서 인접한 두 세포 사이의 벽공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벽공의 쌍인 벽공대(pit pair)로 발달되는 경향이 있다. 벽공대를 형성하고 있는 두 세포의 1차벽들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진정중간층은 벽공막(pit membrane)을 이루게 된다. 이와 같이 벽공은 벽공막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두 세포 사이에 발달하게 되는 완전한 개구부인 천공과는 차이가 있다. 벽공은 2차벽이 쌓이지 못한 곳으로 이들은 사실상 세포벽 가운데 얇은 부분에 해당된다. 이러한 이유로 액체나 가스가 이들 벽공을 통해 쉽게 침투할 수가 있기 때문에 벽공대는 세포내강과 세포내강을 연결해 주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그림 1의 A)

벽공은 세포벽의 발달 과정 중에 형성되는데 벽공이 형성될 부분의 복합중간층은 두께가 얇은 1차벽공역(primary pit-field)을 형성하게 되고 이 벽공역에서는 1차벽의 마이크로피브릴이 정상적인 형태인 그물 모양의 배열과는 다른 형태로 퇴적된다. 그 후 2차벽은 이와 같이 변형된 벽공역의 바로 근방을 제외하고는 1차벽 위에 퇴적된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국민대학교 임산생명공학과 엄영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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