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피의 해부학적 특성4

▲그림 1. 코르크참나무로 수확된 코르크(A)와 코르크로 제조된 마루판(B)
코르크조직의 세포

주피를 구성하는 세포는 내수피의 세포와 모양이 아주 다르다. 코르크조직의 세포는 그 길이가 짧은데 방사방향으로는 평평하게 눌려져 있는 모양을 그리고 접선방향으로는 4각형·6각형 또는 심지어는 사슬 바퀴의 모양을 보이게 된다. 세포는 얇은 벽에서부터 매우 두꺼운 벽을 지니고 있는 것까지 있는데 코르크세포(cork cell)로 불리고 있는 벽이 얇은 세포는 대개 왁스(wax) 모양의 물질인 수베린(suberin)으로 덮여있는 반면, 펠로이드세포(phelloid cell)로 불리고 있는 벽이 두꺼운 세포는 목화돼 있으나 수베린으로 덮여있지 않게 된다. 이처럼 목화되고 수베린으로 덮여있는 코르크조직은 표피 대신 수분의 손실로부터 줄기를 보호해 준다.

아마도 오늘날 가장 친숙한 수피 제품이 포도주 병마개용 코르크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코르크라는 용어는 포르투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알제리, 모로코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 자생하는 코르크참나무(cork oak, Quercus suber)의 외수피를 지칭하는 것이다(그림 1의 A). 이러한 코르크가 나무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8∼10년마다 한 번 채취해야 한다. 코르크는 시기적으로 5월부터 8월에 걸쳐 채취되는데 원구 부분으로부터 위쪽으로 2m 정도 높이가 되도록 줄기 둘레를 따라 자른 다음 줄기의 높이 방향을 따라 반으로 나눠 코르크를 벗겨낸다. 코르크는 수령이 20∼40년, 즉 줄기의 직경이 약 20㎝ 정도 되었을 때부터 채취가 가능하며 수령 200년 정도 될 때까지 대략 10년 간격으로 계속 채취가 가능하다.

어린 나무에서 처음으로 채취한 코르크보다는 두 번째로 채취한 것의 품질이 더 양호하고 세 번째 채취부터 우수한 품질의 코르크가 생산된다. 나무 한 그루당 생산량은 20∼200㎏이며 코르크의 두께는 2∼6㎝다. 채취된 코르크는 구리 용기에서 30분 정도 삶아 타닌이나 이물질을 제거해 주는데 이러한 처리에 의해 바깥쪽의 울퉁불퉁하게 갈라진 수피부가 연화돼 쉽게 제거되는 효과 역시 얻게 된다. 그리고 생재 무게의 2/3 정도가 될 때까지 코르크를 건조시키고 결점을 제거한 다음 손질해 등급 기준에 따라 분류해 묶는다.

코르크는 대개 14면체 모양의 매우 작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코르크 1㎤당 대략 3,000만개 정도의 세포가 포함돼 있다. 생장 초기에 형성된 코르크 세포는 높이가 30∼40㎛ 그리고 벽 두께가 1∼1.5㎛ 정도이나 생장 후기에 형성된 코르크 세포는 높이가 10㎛ 이상으로 훨씬 더 작으며 세포벽 두께도 거의 2배 정도 더 두껍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포도주 마개에서 볼 수 있듯 코르크에서는 뚜렷하게 연륜이 구분되고 있다. 생장 초기에 형성되는 코르크 세포는 생장응력으로 인해 이전 해의 생장 후기에 형성된 코르크 세포에 의해 압축돼 주름진 형상을 나타내게 된다. 이러한 주름 모양의 변형 역시 연륜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원인이다. 그러나 심하게 주름진 세포의 벽에서도 파괴의 흔적이 존재하지 않는데 이는 코르크가 상당량의 왁스(wax)와 수베린(suberin)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코르크 세포의 벽은 리그닌과 셀룰로오스가 풍부한 중간층 및 수베린에 의한 박층과 왁스에 의한 박층이 서로 교호로 배열돼 있는 형태의 다소 두꺼운 2차벽으로 이뤄져 있다. 코르크는 밀도가 0.5∼25g/㎤ 정도로써 가볍고 물에 뜨는 성질을 지니며 수분 등의 액체가 침투할 수 없고 열이나 음향에 대한 절연성이 있으며 높은 마찰계수로 인하여 쉽게 밀리지 않고 압축성이 좋으며 강성이 낮다. 또한 코르크는 적참나무보다 훨씬 높을 정도로 내구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물, 기름, 벤젠 등의 유기용제 및 일산화탄소, 수소, 질소 등의 가스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약산성 용액에 대한 저항성도 높다.

코르크는 고대 그리스, 로마 등 예전부터 이미 알려져 온 재료로 구명대, 고기잡이용 그물, 용기의 마개, 신발, 주택의 단열재, 마루판 등으로 이용돼 왔으며 흙과 코르크 조각을 혼합한 것은 건축재료로도 이용됐다. 오늘날에도 코르크는 포도주 병이나 유리 용기 등의 마개, 구명대, 부표, 그물용과 같은 어구, 스포츠 용품, 신발류, 문구류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코르크를 조각내고 분쇄한 다음 접착제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그 용도는 더욱 넓어지게 됐다(그림 1의 B). 이러한 복합재 제조 방식에 의해 개스킷(gasket), 냉장고용 절연 코르크판, 교회나 도서관 등의 마루판, 벽과 마루용 피복 물질, 게시판, 문구용품 등이 생산되고 있다.

또한 코르크 분말을 접착제의 사용없이 고온에서 압체해 판상재료를 만들고 있으며 리놀륨(linoleum) 역시 원래 코르크로 만들어진 제품이었는데 이것은 대마나 황마, 삼배 따위로 성기게 짠 천인 즈크(doek) 위에 미세하게 분쇄한 코르크 분말과 산화, 중합된 아마인유의 혼합물로 적층돼 있는 구조의 제품이었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국민대학교 임산생명공학과 엄영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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