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산업Ⅴ

2010년, 자동차 경주장에 육교 설치

2010년 8월 어느날, 이경호 회장(당시 80세)이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한국목재신문 윤형운 대표를 찾아왔다.
당시 필자는 신문사에 출근하면서 근무할 때였는데 점심시간이 되자 윤형운 대표, 이경호 회장, 안경호 사장(前 미국임산물협회 회장), 필자 넷이서 근처에 있는 설렁탕집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당시 필자가 만난 이경호 회장은 80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꼿꼿하고 아주 건강해보였다. 역시 군에서 18년간 장교로 근무했다는 그의 말대로 건강만은 자신있어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자연스럽게 화제는 그해 10월 영암에서 개최되는 자동차경주장에 경민산업이 육교를 놓기로 했다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이경호 회장은 “SK건설이 자동차 경주장에 길이가 45m나 되는 육교를 가운데 기둥이 없이 시공해 달라고 하는데, 기일이 짧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보통 이 정도의 공사를 하려면 100일을 잡아야 하는데, 두 달 밖에 남지 않아서 걱정이고 9월에는 추석도 끼어있어서 과연 짧은 시일 안에 공사를 완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시간이 촉박해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그래도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할 것인가 생각하고 대형 크레인과 트레일러는 SK건설에서 제공해주는 조건으로 시공을 맡기로 했다”고 했다.

2010년 10월, 영암에 직접 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영암에서 국제자동차경기가 벌어지는 것을 텔레비전 중계로 봤었다.
출발선상에서 화면에 뚜렷이 보이는 육교가 있었다. ‘아, 저것이 경민산업 이 회장이 말했던 육교구나’ 그 길이가 대단히 길어보였는데 말씀대로 가운데 기둥이 없어 놀라웠다.

육교에는 한식 지붕이 있고, 벽에는 작은 태극무늬가 여러개 그려져 있었다. 참 대단한 기술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가운데 기둥없이 설치된 한식육교
SK건설이 총괄하고 삼진건축사무소가 설계하고, 경민산업이 제조·시공한 이 한식육교는 총 길이가 57.2m, 폭이 3.6m, 높이는 6m나 되는 규모라고 했다.
아치교가 아닌 평교로 중간에 기둥이 없이 45m나 되는 육교설치가 가능했던 것은 순전히 경민산업 이경호 회장이 10여 년 간 쌓아온 노하우 때문에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이번 육교 설치는 이경호 회장 본인도 실현가능성에 대해서 반신반의하고 작업에 임했다고 했다. 과거에 철골구조로 기둥 없는 육교를 설치한 사례는 있었으나, 목구조로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외국기업에도 자문을 구해봤지만 거절당했었다고 했다.

이 육교공사는 규모로 봐서 최소 100일 이상이 필요한 공사였는데, 60일만에 시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민산업 직원들은 추석연휴도 반납해가며 작업을 했다. 더욱이 현장에는 서킷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구조물을 다른 곳에서 만들어서 이곳으로 이동시켜야 했다. 무게가 120톤에 이르고 전장이 60m에 가까운 육교를 완성해서 옮기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400~500톤의 크레인이 동원돼서 육교를 운반하고 들어 올려 조립했다. 이 한식육교에는 구조용 집성재가 122㎥이 사용됐으며 낙엽송 제재목이 75㎥이 사용됐다고 했다.

시공 후 이한식 대표의 소감
100일을 걸려야 가능한 작업을 추석연휴도 반납해가며 60여 일만에 공사를 완료한 이한식 대표(이경호 회장의 장남)는 “F1 자동차경주대회는 세계 3대 스포츠대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식육교가 우리나라 F1 경기장의 특색을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시공 참여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전라남도에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워낙 컸고, 또한 이를 이뤄내려는 삼진건축사무소의 열정도 이번 육교 탄생에 한몫을 했습니다. 특히 정교하게 짜인 시공 스케줄과 직원들의 노고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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