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산업 Ⅲ

영창악기에 집성재 납품
경민산업이 제재소를 운영한지 약 15년이 됐다. 그동안 일본으로 라왕 제재목을 많이 수출했다. 그러나 1993년부터 일본에서의 제재목 주문이 뜸해지자 경민산업 이경호 회장(당시63세)은 영창악기에 피아노 다리 프레임(frame)을 만들어서 납품할 것을 결심한다.
당시 영창악기에는 캐나다산 스프러스로 피아노 건반을 만들고 남는 판재들이 용도가 없어 쌓아두고 있는 것이 많았다. 이경호 회장은 이 부재를 이용해서 집성재를 만들면 돈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이탈리아로부터 집성재 제조기를 수입했다.
처음에는 영창악기에서 납품받기를 꺼려했으나 나중에는 하루에 400장, 1천장, 2천장씩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깐이었고 영창악기가 자체적으로 직접 집성판을 만들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경호 회장은 다른 새로운 아이템을 시작해야겠다 생각하고 일본, 독일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중소기업만이 할 수 있는 목재 사업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이때 이경호 회장이 내린 결론은 ‘구조용 집성재’였다.

1995년, 구조용 집성재 제조
1995년 경민산업 이경호 회장(당시 65세)은 미국에서 더글러스퍼를 수입해서 길게 제재해 건조한 후 제재목 여러 개를 접합해 구조용 집성재를 만들었다.
그러나 쉽게 성공할 리가 없었다. 우선 접착이 잘 되지 않았다. 긴 제재목을 접착하다보니 중간중간에 건조가 잘 되지 않은 곳도 있고 함수율도 달라서 접착 불량이 많이 일어났다.
임업연구원(現 산림과학원), 명지대학교 등 관계기관과 학교를 찾아다니며 접착불량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

일본 기계수입으로 문제점 해결책
경민산업은 일본으로부터 구조용 집성재를 만드는 자동기계를 당시 돈 1억원을 들여 수입해서 설치했다. 이 기계는 긴 제재목을 접착할 때 50㎝ 간격으로 함수율을 자동측정해서 접착불량이 나지 않도록 하는 기계였다.
1997년인가 1998년인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임업연구원(現 산림과학원)에서 심포지움이 있었는데 경민산업 이경호 회장(당시 69세)이 심포지움 발표자로 나서서 ‘건조기술’에 대한 주제로 구조용 집성재 제조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4~5m나 되는 긴 제재목을 접착하다 보니 곳곳에 접착불량이 발생했습니다. 아무리 건조를 잘해도 접착불량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일본에서 1억원을 주고 집성재 접착기계를 수입해서 설치했습니다. 이 기계는 부위마다 함수율을 자동 측정하는 기계였는데, 이 기계로 우리 경민산업은 접착불량 없이 구조용집성재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때 필자도 심포지움에 참관했었는데 이경호 회장이 발표하는 모습이 지금도 머리에 떠오른다.

제조부터 시공까지
경민산업(대표 이경호)은 구조용 집성재 제조 뿐 아니라 설계, 시공까지 하고 있다. 구조용 집성재의 장점은 모양과 크기를 자유로이 할 수 있으며 목재가 갖는 여러가지 결함을 보완해 강도를 균일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용 집성재는 일반 구조재에 비해 휨강도가 약 3배 가량 높고 강성은 일반 목재의 1.5배에 이른다. 낮은 함수율에서 접착 및 제조하기 때문에 설치 후에 수축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형구조물에 이용되는 아치나 돔(dome) 또는 보, 기둥 등 구조용 재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구조용 집성재는 제재목을 목리 방향이 서로 평행되게 적층해서 접착함으로써 공학적으로 특정 응력에 견딜 수 있는 건축 재료다.
강도는 일반목재의 1.5배에 이르고 설치 후에 수축으로 인한 변형이 거의 없다. 따라서 통직한 것은 물론이고 아치형 또는 3차원 곡선과 원통형 시연이 가능하며 자유로운 크기의 디자인 시공이 가능해진다. 국립산림과학원 재료공학 과장인 박문재 박사는 “100m 이상의 span이 가능하다는 것은 대형쇼핑센터나 경기장 건설에도 목재로 건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한바 있다. 실제로 이제까지 경민산업은 구조용 집성재로 ▲미동산수목원 목재문화체험장 ▲고양시 문화원 ▲온양교회 등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건물을 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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