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산업(주)

구조용 집성재 제조의 원조
오늘날 경민산업이라고 하면 구조용집성재 메이커의 대명사 격이지만 그 시작은 1978년에 이경호 회장(창업주, 1931년생, 서울출생)이 인천 가좌동에 세운 제재소로부터 출발했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75년은 우리나라 합판 산업이 절정기에 있을 때였다. 부산에는 동명목재를 비롯해 성창기업, 태창목재, 반도목재, 광명목재, 대명목재가 있었고 인천에는 대성목재, 선창산업, 이건산업, 한양합판이 있었으며 군산에는 한국합판, 청구목재, 고려목재 등이 있었다. 그때는 이들 합판회사들이 미국, 유럽 등으로 합판수출을 해서 돈을 많이 벌 때였다.

그때 합판을 수입해가는 미국회사로는 웨어하우저(Wey co.), 조지아 퍼시픽(GP), 에반스(Evans) 등이 있었는데 이들 회사는 그냥 합판을 수입해 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합판 회사들이 자기들이 원하는 합판을 정확히 만들고 있는지 철저히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최종적으로는 검사대에서 한장 한장 등급까지 매겨 합판을 수입해 갔다.
그러기위해 이들 회사는 한국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한국 사람을 채용해서 주재원을 두고 합판을 수입해 갔다.

당시(1975년) 필자가 대성목재에 근무할 때였는데, 대성목재에 주재하는 에반스(Evans)社 주재원으로는 오세영 씨(서울대 농대 경제학과 출신, 후일 경민산업 부사장 역임, 작고)가 있었다.
오세영 씨는 대성목재에 거의 매일 출근하며 원목을 투입하는 조목장으로 가서 어떤 원목을 사용하는가 확인했고, 검사대에 와서는 합판을 낱장마다 검사해서 등급을 매기는 작업까지 일일이 체크했다. 심지어는 어떤 접착제를 사용했는지 매일 체크를 했다. 경민산업의 창업주 이경호 씨(당시 그의 나이 40세)도 당시 에반스社 한국주재원(1971년 에반스社 입사)으로서 오세영 씨와 같은 일을 했다.

지금도 미국은 우리나라로부터 배(과일 배, pear)를 많이 수입해 가고 있는데 미국의 배 수입업자는 우리나라 배 밭에 주재원을 배치해 놓고 있다. 배 수입업체 주재원은 매일 배 밭에 출근하다시피 해서 오늘은 어떤 농약을 뿌리는지, 어떤 비료를 사용하는지 확인하며, 배를 수확할 때는 일일이 배의 크기 등 등급을 매기는 일까지 관여해서 배를 수입해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소고기를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도 미국에 주재원을 파견해놓고 그런 시스템으로 소고기를 수입하느냐하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것이 선진국과 중진국의 차이라고나 할까.


원목 오퍼상으로부터 출발
1970년대 당시 미국의 합판 수입업체들은 합판을 수입해 갈 뿐 아니라 한국의 합판 회사들에게 인도네시아 원목을 오퍼해서 팔기도 했다.

웨어하우저(Wey co.)나 조지아 퍼시픽(GP社)도 그랬지만 에반스(Evans)社도 인도네시아산 원목을 많이 오퍼했다. 당시 에반스社의 한국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이경호 씨는 에반스社가 인도네시아 원목을 한국에 오퍼해서 파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았고, 그것이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975년 이경호 씨(당시 45세)는 에반스社를 그만두고 경민산업이라는 원목 오퍼상을 차렸다. 에반스社에 같이 근무했던 이영승 씨와 동업으로 회사를 차렸다.
처음에는 에반스社가 미쳐 손이 가지 않는 파푸아뉴기니산 원목부터 오퍼를 했다.
1975년은 한국의 합판회사들이 파푸아뉴기니(PNG)산 원목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였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합판회사들이 그곳에 주재원을 파견해놓고 직수입을 하고 있었지만, 파푸아뉴기니는 초기단계라 주재원도 파견되지 않았고, 한국의 합판회사들은 파푸아뉴기니 사정에 정보가 어두울 때였다.

이경호 씨는 파푸아뉴기니를 한 달에도 몇 번씩 오가며 파푸아뉴기니산 원목을 한국의 합판 회사들에게 오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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