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 제품은 임산물이다. 공산품과는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품질 표시에 있어 극복해야 할 요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 번들표기냐 낱장표기냐 하는 것이 일차적 문제다. 낱장표기는 국내생산업체보다 수입업체에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일례를 들면 북미 건조제재목의 생산량 0.3%도 못미치는 제품에 품질표시를 한국의 법에 의해 표시해야 하는데 이를 수용할 회사가 없다는 설명이다. 합판과 같은 판상제품 수입의 경우 유통체인에서 사오는 경우 공장에서 이미 만들어진 상태여서 낱장표기해 수입해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품질표시제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제도로, 번들단위 표시만으로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면 당연히 낱장표시를 해서라도 신뢰를 얻어야 하는 문제다. 현재 한옥이나 목조주택을 짓는 현장에서 건축주나 시공회사 또는 설계회사에서 나오는 불만은 목재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목재의 성능을 믿을 수 없어 목재 때문에 하자의 위험을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조되지 않은 한옥재, 사면이 완벽하지 않고 죽데기가 많아 2&btr 등급도 나오지 않는 구조재들은 기밀성에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하게 된다. 가뜩이나 에너지 절감을 외치는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품질로 들이미는 셈이다. 설계회사가 마음껏 목재를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가 그것을 해오지 못했다.

이러한 목제품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방치는 곤란하다. 그래서 목재법에 의해 품질표시제가 정착돼야 한다. 품질신뢰를 얻는다면 목재 시장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이다.

시대가 목재를 원하지만 우리가 준비가 덜 된 것이다. 일부에서 품질표시제에 대해 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거부의사를 표출하는데, 이는 시대착오적이고 눈앞의 어려움만을 생각하는 근시안적 사고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이제 한번이라도 소비자의 신뢰를 기반하는 장기적 성장에 눈을 돌리자고 호소해 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재 제품 낱장 하나하나에 품질표시가 돼 믿고 살 수 있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낱장표기가 불가능하면 최소 묶음단위 표시만이라도 정착시켜야 한다.

품질표시는 당장의 비용증가를 불러오지만 들어가는 비용 이상으로 신뢰가 발생하며 이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이 확대되기 때문에 긍정적 미래투자로 여겨야 할 것이다.

우리가 후배들에게 무엇을 물려줄지 고민한다면 그것은 바로 신뢰이고 그 신뢰는 목재제품 품질표시에 있음에 분명하다.

사실 라벨링이라는 절차는 하드웨어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아무리 빠른 라인에서 생산되는 작은 제품이라도 라벨링하는 기술은 얼마든지 흔하게 있다. 문제는 라벨링한 내용에 대한 판정과 관리다. 이는 예산과 조직이 있어야 가능한데 우린 아직 이 부분에 준비가 덜 됐다. 이 점이 어쩌면 낱장표기를 해야 하느냐 마느냐 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문제다. 이는 관청과 모든 협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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