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량식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비각
기와를 올리는 와공도, 돌을 앉히는 석공도, 목재에 홈을 파내는 목공도 모두 정성을 들여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패시브한옥의 강준모 대표. 짓는 이의 정성이 얼마나 깊은지에 따라 완성물의 느낌이 다르다고 말하는 강준모 대표는 최근 비석의 집을 짓는 비각 공사에 분주하다. 좋은 목수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도 좋은 목수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강 대표는 목재를 대할 때 항상 차분하고 착한 마음을 가지려 한다고 했다. 강준모 대표를 만나 그가 말하는 한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좋은 목수들을 만나기 위해 좋은 마음 가져야
패시브한옥(대표 강준모)이 비석의 집을 올리는 비각 공사에 한창이다. 강준모 대표는 비각 공사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최근 계속해서 패시브한옥에 비각을 지어달라는 의뢰가 많아져 목수라는 직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일이라 여기며 점점 목수의 일에 익숙해지고 있다.
한옥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처럼 비각 짓는 일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강준모 대표는 20여개의 공구와 기계로 공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꼼꼼한 석공을 만나고 꼼꼼한 와공을 만나는 일은 모두 목수의 운인 것 같아요. 석공이나 기와공 어느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거든요. 일을 오랫동안 하다보면 대강대강 하고 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목재 하나를 샌딩하더라도 1㎜까지 아주 디테일하게 샌딩하는 사람도 있어요. 결과물이야 크게 달라지지야 않겠지만 어느 사람이 얼마만큼 정성을 쏟았느냐에 따라서 벌써 느낌 자체가 다르거든요. 좋은 목수들을 만날 수 있도록 저도 좋은 목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끔씩 급한 마음이 들때면 ‘아차, 다시 처음부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비각도 비각이지만 작은 건축물은 기와의 무게를 고르게 분배하고 용마루를 눌러주는 것이 건물의 수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목수가 직접 지붕 위로 올라가 작업을 확인하면서 일일이 검수를 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한옥은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집
“패시브한옥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절약하는 한옥을 추구하고 있어요. 한옥이라고 해서 반드시 전통 건축이다 고건축이다 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짓는 이의 올곧은 정신을 깨뜨리지 않고 현대의 좋은 것들을 투입해서 더 좋게 지어낼 수만 있다면 신기술을 반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패시브, 또 한옥이라는 정신에 어긋남이 없도록 집을 지어야겠죠”.
그는 환경과 자원에 대한 작은 관심이 커질 때 자연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연에 놓여진 풀과 돌은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고 풀과 돌이 있는 자리 바로 옆으로 한옥을 놓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 짓는 집이 바로 한옥 아닐까요. 한옥은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집이에요. 종이같은 친환경 단열재를 사용했을 때나 또는 목재를 사용했다고 해서 화재가 나지 않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옛날에는 쉬즈나 전선이 취약하고 전기 절연관이 사용되지 않아 문제가 됐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어요. 스트로베일 하우스, 톱밥 단열, 왕겨를 사용한 집에서 직접적으로 화재의 원인이 된 경우가 없는 것처럼요. 소비자들이 목재를 사용한 건축물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가지지 말고 목재의 좋은 점들을 잘 알고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한옥을 지었을 사람의 감정을 읽어야
강준모 대표는 소비자들이 한옥을 평당 얼마인가 처럼 가격을 민감하게 여기기 보다는 집이 얼마나 잘 지어졌느냐 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기 바란다고 했다. 한옥은 그 종류가 많고 사람이 사는 집을 평당 얼마로 구분하기에는 한옥에 들어간 정성이 값을 뛰어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도리집, 장혀집, 소로수장집은 사람이 사는 집이라 생각하면 되고, 초익공부터는 신이나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의 권위를 상징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장혀집은 일반 서민 중에서도 중반 정도의 서민이 즐겨 짓던 집의 구조로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서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구조다. 한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짓는이가 어떤 생각으로 집을 지었는지 대번에 알 수 있는 것처럼, 한옥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평당 얼마인가 보다는 충분히 건조가 된 목재가 사용됐는지, 창이나 문, 나아가서는 서까래와 기둥 등 하나하나 모두 세밀하게 가공됐고 정성이 들어갔는지를 확인해서 짓는이가 한옥을 지었을 당시의 표정과 감정을 읽어내려는 눈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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