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느껴지는 풍요로움은 인간의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도시의 아름다움은 요소들간의 조화로움이 상생할 때 시너지를 가질 수 있다”. 자인의 2013년 아웃도어 퍼니쳐 콜렉션북 한 켠에 적힌 글귀다. 환경시설물디자인그룹 자인은 박주현 대표의 철학을 바탕으로 단순 아웃도어 퍼니처(Outdoor-furniture)에 속하는 조경시설물 이외에도 인도어 퍼니처(Indoor-furniture)에 속하는 일반 생활가구까지 다방면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택에 현재 자인이 보유한 특허권과 의장 실용신안 등을 다 합치면 450개에 육박한다. 박주현 대표는 “우리나라 조경업계 중에서는 가장 많이 특허를 가지고 있지 않겠느냐”며 당당히 웃음 지었다.
확실한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환경시설물디자인그룹 자인의 박주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숨쉬는 모든 공간을 디자인하다
자인의 사명에는 항상 ‘환경시설물디자인그룹’이라는 명칭이 따라붙는다. 박주현 대표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이 명칭은 현재 의장등록이 돼있다. 도시적 어메니티에 근간을 두고서 ‘자연과 인간’을 위한 환경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사고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 박주현 대표의 철학.
그는 환경은 자연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이 생활하는 안팎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설계하고자 했다. 자인의 사명에는 그의 이러한 철학이 담겨져 있다.

자인이 설립된 것은 2005년도로 회사는 올해로 9년째에 접어들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그는 에버랜드의 조경 파트에서 실장직을 수행했다. 에버랜드에서 일하면서 현장 경험을 쌓고 그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나갔다. 사업을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40세가 되던 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였다. 당시 버스 중앙차로와 청계천 공사가 큰 이슈였는데 그 공사에 들어간 제품들이 대부분 프랑스 등 해외 제품임에 의문을 갖게 되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의문이었죠. 왜 우리나라에서는 못 만들까 하고요. 세계 5대 도시로 손꼽히는 서울시 한복판에 프랑스 업체의 제품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그게 계기였어요”
자인에서는 박주현 대표의 이러한 생각이 반영된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일반 조경업체에서 다루는 파고라나 벤치의 개념에서 확대돼 길거리 즉 ‘스트리트(Street)’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조경 시설물을 디자인했다. 박주현 대표는 이를 아웃도어 퍼니처라고 표현했다.

“다른 조경업체에는 파고라나 벤치가 대부분이었지만 우리는 가로등, 조명등 심지어 버스정류장까지 갖춰 뒀죠. 바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경 시설물을 우리는 아웃도어 퍼니처라고 표현해요. 자인이 환경시설물을 디자인하는 회사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은 ‘좋은 제품’이다
자인에서 선보이는 모든 제품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박주현 대표는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자인에는 뚜렷한 철학과 가치관이 있습니다. 항상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적인 가치는 인간에게 유익하고 자연스럽고 환경친화적인 소재를 통해 완벽에 가깝게 고객에게 제공하고 여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을 시작합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스토리텔링은 박주현 대표의 이러한 가치관을 디자인으로 형상화 시키는데 일조한 일등 공신. 제품 하나를 만들어도 메인 슬로건이 필요하고, 카탈로그 하나를 만들어도 테마를 잡고 제작한다. 모든 것이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이는 자인이 보유한 기술력, 국내외 유수의 건축, 조경, 제품 디자이너와 30년 이상의 노하우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 자인은 ‘키젯(KIZET)’이라는 어린이용 놀이 시설물 브랜드를 론칭했다. 키젯은 영어 키즈(Kids)와 플래닛(Planet)의 합성어로 ‘아이들만을 위한 신나는 행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키젯의 대부분 제품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별자리 혹은 우주의 요소들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 됐다.

“어른들의 동화성을 아이의 시선에서 접근해 봤어요. 스토리텔링에 기본을 두되 그걸 놀이로 표현했습니다. 별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은 그것이 동심의 세계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본 하늘을 떠올려보면, 별들은 언제나 반짝거렸고 그 중에서도 유독 반짝이는 별들도 있었습니다. 아이의 시선에서는 얼마나 신기할까요. 제가 그랬기 때문에 잘 압니다. 아이들에게 별은 꿈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요소이기 때문이죠.”


조경, 의식의 변화 필요하다
업계가 어렵다, 돌파구가 있다면 무엇이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주현 대표는 “새로운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대답했다. 예를 들면 정원문화 같이 ‘개인’이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이다.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조경업은 분위기 자체가 건설사, 혹은 기업과 기업 사이의 관계에 치우쳐 왔다. 여기에서 확대돼 개인, 기업과 고객 사이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원 문화처럼 개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영역이 생겨나야 하고,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와 법을 만들기 이전에 문화가 생겨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

작년 7월 퍼걸러 단체표준이 마련되면서 조경시설물 제조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나라 조경업체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표준이라고 생각한다.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기에 앞서 박주현 대표는 “최종적으로 자인을 환경에서 생활환경까지 다방면으로 디자인을 하는 전문 그룹으로 성장시켜 나가고 싶다”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품을 발굴하고 앞서 말한 가치들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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