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번창했던 무늬목 산업이 지금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시트지에 밀려서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대체 제품과 경쟁이 안 된다. 그동안 무늬목 업계는 경쟁적으로 두께를 줄여 왔다. 지나친 경쟁이 낳은 결과다. 소비자의 신뢰는 뒤로하고 얇아진 두께 만큼 마진을 취했을지 모르나 무늬목에 대한 수요는 계속 떨어지게 만든 요인이 됐다. 오래전 미국에서도 무늬목의 두께가 경쟁적으로 얇아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얇은 두께의 무늬목을 사용하는 가구상들의 불만을 사 지금은 정해진 두께로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목제품이든 제품의 특성을 만족시키는 고유한 규격이 있다. 이 규격에 의해 생산돼야 신뢰가 생기고 공정한 경쟁이 된다. 규격이 붕괴되는 목제품은 무늬목 뿐만 아니라 제재목의 경우도 그렇다.

미국의 규격재는 수 십년 동안 같은 치수로 생산된다. 어떤 제재업자가 생산해도 규격은 동일하다. 물론 품질표시도 원칙대로 표시되고 소비자나 시공자는 그 표시를 믿고 구매를 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당연한 게 아니다.

규격이나 품질표시에 대한 원칙과 철학이 부재해 당연한 원칙이 무시되기 일쑤다. 규격이 제멋대로인 산업은 반드시 붕괴된다. 내 마음대로 생산하는 규격이 경쟁력이고 차별화라고 여겨서는 곤란하다.

내년이면 ‘목재법(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모든 목제품은 품질표시대상이 된다. 목재법에 의해 목재산업은 제도권으로 진입한다. 지금보다 높은 차원으로 정부의 관리와 감독 그리고 책임이 강화된다. 법 시행으로 품질표시는 피할 수 없는 의무사항이 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적응해야 한다. 품목마다 시행시기는 약간씩 다를 수 있으나 시행자체를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업계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한다. 또한 협회는 제품 규격에 대해서 통일된 의견 취합이 필요하다.

규격은 목재산업의 발전뿐 만 아니라 국민의 소비 권리를 위해서도 지켜져야 한다.

말도 안 되는 두께의 무늬목, 천차만별인 데크재 사이즈, 점점 얇아지는 루바재와 제재목 등이 통일된 규정에 의해 규격화 돼야 한다. 성능과 관련된 품질도 표시돼야 비로소 소비자와의 신뢰가 생긴다. 이 신뢰를 바탕으로 산업은 발전하게 된다. 신뢰는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중요한 요소다. 더 이상 변형된 사이즈로 차별화를 하려는 개인플레이를 하지 말아야 한다. 목전의 이익 때문에 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규격과 성능을 표시하는 품질표시제도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대두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현실이다.

우리 목재업계가 감당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이제는 회피해서는 안 된다. 치수를 줄여 마진을 높인 시장은 똑똑한 소비자들에게 부적합 제품으로 오명만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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