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제품의 가격 경쟁의 폐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대기업에 납품하는 목제품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모두 죽어야 게임이 끝나는 듯 싶습니다. 우리는 같은 제품을 가지고 왜 이다지도 서로 큰 상처를 내며 싸워야 하는지 이제 반문해 봅시다.

우리는 대부분의 품목에서 가격지향 경쟁을 해 왔습니다. ‘같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들어 파는 것은 그 회사의 능력 맞습니다. 하지만 ‘같은 제품’이 같지 않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습니다. 천연 목제품이 어떻게 다 똑 같을 수 있을까 반문하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규정 가능한 부분을 명쾌히 적시해 지켜야 합니다. 물론 KS와 같은 국가표준이 있지만 이 표준보다 더 합리적인 규정이 필요합니다. 민간협회의 품질규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는 마루판과 방부목의 사례를 통해서 가격경쟁의 게임이 어떻게 진행 됐는가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두 품목은 협회의 기능이 미약해서 품질기준이 없거나 만들었어도 지킬 수 없는 과정들을 겪어 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품질을 제대로 지키는 업체는 손해를 보는 바보가 됐습니다. 대부분의 업체는 눈앞의 이득 때문에 ‘모두가 죽는 게임의 덫’에 빠졌습니다. 수종을 속이고, 무늬목 두께를 낮추고 값싼 대판을 사용하는 등등. 또 방부가 적합하지 않는 수종을 방부해서 더 높은 등급이라 하고 침지해서 무늬만 방부목처럼 보이는 제품이 유통되는 등의 일들이 믿기지 않게 있어 왔습니다. 싸게 파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품질기준에 미달한 제품을 고의로 만들거나 유통하는 게 문제입니다. 또 이런 물건을 만들거나 유통하는 업체는 당장 고발 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쉬쉬하고 맙니다.

이건 아닙니다. 이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는 사회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범죄가 일어나도 아무도 신고하지 않고 또 단속하지도 않고 처벌하지도 않는 사회를 상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품질을 속이면서 가격을 흐리는 행위에 대해서 이제라도 강력하게 맞서야 합니다. 빨리 사라지게 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개인보다 협회차원에서 움직여 줘야 합니다.

북미의 마루판 협회들의 품질기준을 보면 수종마다 등급마다 매우 상세한 규정이 있는데 그 상세함에 혀를 내 두를 정도입니다. 또 미국방부협회의 방부 규격 또한 그 상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이렇게 복잡한 품질규정이 있을까’ 고민해 보면, 품질을 잘 관리해 기대하는 제품특성과 수명에 해당하는 대가를 제대로 받기위한 그들의 오랜 노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목제품도 문서화 돼 있는 품질근거를 확보해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문화를 익혀야 합니다. 협회가 나서서 공정한 룰을 만들어 실천하면 ‘모두가 죽는 게임의 덫’에서 빠져 나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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