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형 운 편집·발행인
한복은 옷감의 종류보다 선과 색과 맵시가 조화된 고유의 양식이 더 중요함을 두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한식의 재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종류의 한식이 우리의 재료만으로 만들어질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의미를 두는 것은 우리의 음식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속의 한국적인 미와 가치는 소재보다 양식이 우선합니다. 이는 우리의 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문화가 그러합니다. 무늬와 결이 서로 다른 그 자체로서의 문화입니다. 시대를 통해서 방향성을 갖고 변화해가는 독창적인 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한옥도 소재가 아닌 양식에 더 중요한 의미를 두어야 합니다. 한옥의 양식은 공간의 배치와 가구형식을 통해 느껴지는 총체적 주거문화를 상징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소중히 해서 더 발전시켜야 합니다.
대부분의 한복 옷감이나 한식 재료 그리고 한옥 소재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해도 그 형식과 미는 분명 우리의 문화요 우리의 것입니다. 소재나 재료는 종속적인 것입니다. 종속적 요소 즉, 소재나 재료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혼란을 초래합니다. 종속적 요소는 시대에 따라 공급능력에 따라서 변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 자체도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입니다. 우리 밀이 아닌 칼국수도, 합성섬유로 만든 한복도, 더글러스로 지어진 한옥도 모두 우리의 것입니다.

한옥용 구조부재도 지금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선택되어지는 게 시대적 흐름입니다.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이를 억지로 틀려하면 문화적 충돌이 발생합니다. 더구나 글로벌 경제 속에서 지구 반대편의 목재가 수월이 수입되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지금도 우리의 소나무가 경쟁력이 있으면 더 많이 사용되고 우리의 소나무가 경쟁력이 없으면 적게 사용되는 게 자연스럽고 이치에 맞는 흐름입니다. 한옥에 우리 소나무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정작 지켜야 할 것은 양식이요. 발전시켜야 할 것은 문화적 성숙인 것입니다. 한옥이 지구 각처에서 지어진다면 그 나라에서 가장 쉽게 접근 가능한 소재로 우리의 양식과 형식에 맞추어 지어지면 됩니다.

현대한옥은 전통한옥의 재현이 아닙니다. 더더구나 복원도 아닙니다. 이 시대에 맞는 문화적 눈높이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창의적으로 지어지는 게 현대한옥입니다. 소나무만 써야 한다는 사고는 버립시다. 다시 언급하지만 소재 선택은 강요의 대상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는 역사 그 자체입니다.

구속받지 않고 창조되고 개별화되는 삶을 중시하는 현대의 문화와 우리의 역사적 정서가 어우러진 한옥으로 진화해 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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